평생을 마른비만으로 살아온 멸치의 근성장 도전기. 운동하면서 접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집중력 빈곤의 시대다. 이게 다 핸드폰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사람들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다. 심지어 공연을 볼 때도 무대 위 가수를 쳐다보지 않는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쓴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이런 생활 습관이 두뇌 건강과 개인의 발전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비판한 바 있다.
사실 그 악영향은 운동이라고 다르지 않다. 피트니스 센터에 가면 바로 체감할 수 있다. 한 세트 운동을 마친 사람들 절대다수는 휴식할 때 핸드폰을 본다. 유튜브를 보는 사람도,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이러면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휴식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세트 당 휴식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근육에 가하는 자극은 그만큼 줄어든다. 당연히 운동성과도 떨어진다.
얼핏 생각하면 사소한 차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그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물론 나도 그랬다. 나라고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러다 PT수업이 이 습관에 경종을 울렸다. 수업이 없는 날 홀로 개인 운동을 하고 있는데, 트레이너가 내게로 걸어왔다. 갑자기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소름. '설마 나인가?' '나야?' '진짜 나야?' '나야!' '완전 맞아!' '아, 제발! 오늘은 봐주세요!'
"평소에도 쉬는 시간에 핸드폰 보시나요?"
"그렇죠? 보통 다 그러지 않…나요?"
"그것부터 일단 바꿔보시죠."
"예?"
"운동도 공부랑 비슷해요. 결국 집중입니다."
고립과 집중이 운동을 바꾼다

▲단련하고자 하는 근육에 부하를 집중하는 것. 이를 피트니스의 세계에서는 '고립(Isolation)'이라 한다. ⓒ 언스플래쉬
트레이너는 집중과 고립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단련하고자 하는 근육에 부하를 집중하는 것. 이를 피트니스의 세계에서는 '고립(Isolation)'이라 한단다. 운동을 수행할 때마다 이 고립에 충실해야 근육이 발달한다는 게 그의 요지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자세와 호흡이다. 하지만 태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운동할 때는 오직 운동에만 집중하는 것. 트레이너는 이걸 체득하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라 했다.
당신이 이두박근을 이용해 덤벨을 든다고 하자. 이때 힘이 들어가는 이두박근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이때 집중하지 못하면 의식하지 못한 채 자세가 흐트러진다. 그러면 다른 부위로 부하가 분산되고, 운동 효과는 떨어진다. 여기까지는 자세의 문제라 생각할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고립을 극대화하려면 오로지 부하가 필요한 근육과 그 움직임에 집중해야 한다. 정신의 '자세' 또한 중요한 셈이다.
횟수를 반복할수록 이두박근은 점점 긴장하며 이내 단단해진다. 세트를 다 채울 때쯤이면 '더는 못 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고통이 밀려온다. 한 세트를 끝내고 바벨을 내려놓으면 심장에서는 근육에 에너지원을 채워 넣고 미세손상을 회복하기 위해 정신없이 피를 보낸다. 회복의 시간이다. 가만히 있어도 좋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도 좋다.
몸이 다시 에너지로 채워지는 기분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것도 좋다. 개인차는 있겠으나 약 2분간 휴식하면 첫 세트 대비 80% 수준으로 근력이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시작! 이게 한 사이클이다. 이 순환을 오롯이 소화해야 고립이다.
곱씹어보니 어떤 면에서는 요가와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자기 몸과 소통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고중량 저반복, 저중량 고반복은 분명 효과적인 방법이긴 하나 이 진지함이 전제되지 않으면 몸이 강해지기 힘들다고 했다. 잔소리지만, 분명 틀린 말은 아니었다. 좀 부끄럽기도 했다. 부모님이 비싼 돈 들여 학원 보내줬는데, 공부에는 집중 안하고 딴 짓만 했던 과거의 자신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집중은 곧 운동을 향한 진지함

▲운동을 앞두고 찍은 8kg짜리 덤벨. 운동을 앞두고 이렇게 핸드폰으로 뭘 찍으면 집중에 방해가 된다. 운동할 동안만이라도 핸드폰은 잠시 치워두는 게 어떨까? ⓒ 박종원
오늘 첫 번째 운동은 랫 풀 다운. 케이블에 매달린 바(Bar)를 잡고 광배근을 이용해 끌어내리는 운동이다. 핸드폰은 라커룸에 갖다 놓고 비장한 마음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철봉에 매달리듯 팔을 최대한 폈다. 근육을 최대한 이완시킨 뒤 광배근에 신경을 집중했다. 숨을 들이켜면서 손잡이를 내렸다. 다시 내쉬고 서서히 원위치. 팔 최대로 펴면서 마무리.
평소에 가볍게 들던 무게인데 자극이 왔다. 숨이 가빠지고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다. 걸레를 쥐어짜는 기분으로 한 번 더 손잡이를 잡아 내렸다. 똑같은 무게인데 광배근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오, 이런 느낌이구나. 자기 몸에 제대로 명령을 내리는 느낌. 이 방식으로 어깨 운동과 등 운동, 복근운동을 차례대로 끝냈다. '고립'에 공을 기울여서일까. 다음 날 가벼운 근육통이 생겼다. 무게와 횟수의 변화 없이 그저 내 몸에만 몰입했을 뿐이었다.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체육관에 찾아가 정해진 무게를 기계적으로 들며 그래도 내 할 일을 했다는 식의 자기위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성취감이었다.
이 기분이 반복될수록 멸치 탈출의 날도 가까워지겠지. 이제는 그 성취감 때문에 (여전히 가기 싫지만) 체육관에 간다. 피트니스를 오랜 기간 했다면 잘 알 것이다. 이게 얼마나 큰 차이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