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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게자들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게자들 ⓒ 파이팅챈스

갑작스레 아침 공기가 차가워진 지난 26일,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청소년·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여들었다. 플래카드를 든 활동가들, 마스크를 쓴 청소년 단체 관계자들, 이 사건을 대리하는 변호사들까지 조용히 마당을 채우는 가운데 파이팅챈스를 비롯한 여러 인권단체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언론에 서울소년원(고봉고등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가혹행위가 벌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문제는 단지 한 기관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 소년사법 체계 전체가 구조적으로 만들어온 오래된 실패의 연장선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단체들은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단체들은 서울소년원에서 지도교사가 학생에게 성찰 자세 강요, CCTV 사각지대 징벌, 폭언과 비인격적 처우 등 가혹행위를 가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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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년원 학생 A군은 외부 상담 과정에서 "여기서는 말을 하면 더 혼나요. 참는 게 빨라요"라고 말했다. 그는 "20분 넘게 고개 숙이고 있어야 해요. 못 버티면 다시 처음부터예요"라고 증언했다. 언론 보도 이후 피해 학생 어머니에게는 같은 소년원에서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연락이 잇따랐다.

성찰 자세는 무릎을 굽히지 않고 상체를 앞으로 숙여 미동 없이 서 있어야 하는 동작으로, 성인도 5분 이상 버티기 어렵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이 자세를 20~40분씩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신체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이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여러 차례 금지 권고한 '비인격적 제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통제 중심 구조가 만든 필연적 폭력

단체들은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을 두고 특정 지도교사의 폭력이나 일회적 실수가 아니라, 법적으로 '학교'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교도소식 폐쇄 구조를 그대로 닮아온 소년원의 구조적 현실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소년원의 일상이 점호, 지시, 지도교사의 명령으로 움직이며, 규율 위반에 대한 징계가 절차 설명 없이 즉시 집행된다고 지적했다. 상담과 면담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인력은 부족하며, 징계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파기했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규율 중심 운영은 교사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며, 감독 부재 속에서 그 재량은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단체들은 이를 '제도적 폭력'이라고 불렀다. 개인의 성향 때문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폭력을 만들고 은폐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단체들은 "아이들이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말하면 더 큰 처벌이 돌아오므로 침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년원은 외부 접촉이 제한되고, 사감·교사·경찰·검찰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로 이뤄져 청소년에게는 실질적인 불복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가혹행위를 당해도 지도교사나 기관장에게 알리면 '문제 학생'으로 낙인찍혀 피해를 당할 수 있다. 외부인 접촉도 제한돼 피해를 알리기 어렵다. 더욱이 기록 시스템이 부재해 문제 제기를 남길 방법도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아이들은 "말해봐야 더 혼난다"는 인식 속에서 침묵했고, 그 사이 피해는 누적됐다. 이번 제보가 뒤늦게 외부로 알려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문장은 "성찰 자세는 교육이 아니라 고문"이라는 말이었다. 변호인단과 아동인권 전문가는 성찰 자세가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금지된 제재 방식이며, 아동·청소년에게는 특히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교정시설 내 '스트레스 포지션(stress position, 신체나 뇌에 부담을 주는 자세 또는 환경)'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영국도 청소년 구금시설에서 체벌과 자세 강요 처벌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단체들은 이러한 국제 기준을 바탕으로 서울소년원에서 벌어진 행위가 단순 생활지도가 아니라 국가가 보호 대상 청소년에게 가한 고문적 처우라고 규정했다.

구조적 실패의 뿌리

이날 기자회견은 특정 기관의 처벌만을 요구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시민단체들은 인권위에 서울소년원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전국 소년원·소년분류심사원·소년보호기관 전수조사, 생활지도·징계 절차·면담 및 의사소통권 전면 개선, CCTV 사각지대 제거 및 징계 기록 의무화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 죄를 짓지 않아도 갇힐 수 있는 우범소년 제도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죄를 지을 우려'가 있으면 시설로 보낼 수 있고 심지어 가정폭력 피해 아동이 갈 곳이 없어 소년원에 수용되는 경우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 6호와 10호 처분 사이의 중간 시설 부재다. 개방적 복지시설인 6호 처분을 원해도 자리가 부족해 결국 소년원(8~10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전국의 위탁보호시설은 10여 개에 불과하고, 매년 수천 명의 소년이 처분을 받는다. 지난 7월 주진우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개 소년원 중 6곳이 과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소년원의 교정시설화다. 법적 명칭은 '학교'지만 실제 운영은 통제 중심 구조로, 교육·보호라는 본래 취지는 퇴색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임한결 변호사는 "이 사건은 소년원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소년원 제도가 폭력을 재생산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아이들을 처벌하라고 국가에 맡긴 적 없다"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파이팅챈스 이건희 사무국장은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흔들린다. 사회가 그 흔들림을 잡아주지 못했을 때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데, 지금의 소년원은 그 흔들림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되레 뒤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한결 변호사는 "우리는 아이들을 벌하라고 국가에 맡긴 것이 아니다. 보호하라고 맡긴 것이다. 그런데 국가는 오랫동안 그 보호를 잊고 있었다"라고 국가의 책임을 지적했다.

한편 서울소년원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MBC와 한 인터뷰에서 "규율을 위반한 학생이 교사의 지적에 흥분하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앉도록 했는데 바닥이 더러우면 엉덩이를 대지 말고 쪼그려 앉으라고 한 것"이라며 욕을 하거나 인권침해 행위를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또 "김 군이 소년원에서 허리 통증을 호소한 적이 없다"며 "디스크가 체벌 때문이라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임한결 변호사가 법무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나 직무배제 조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팅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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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뒷이야기 :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 백브리핑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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