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우리 사회에서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킨 청소년들", "비행 청소년들"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이 문장의 뒤에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빠져 있다. 그 아이들은 이미 삶의 어딘가에서 보호받지 못한 경험이 있고, 그 공백을 국가가 보호라는 이름으로 메꾸지 못했기에 결국 소년원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소년원 가혹행위 진상조사 기자회견. ⓒ 변상철
최근 한 청소년이 서울소년원에서 가혹행위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당사자인 A군은 지난 2월 14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소년원에 수용됐는데, 이 기간 동안 '성찰 자세' 등 신체적 가혹 행위를 여러 차례 강요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가 소속된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는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서울소년원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한겨레>에 보낸 해명에서 "(서울소년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며 저항하는 경우가 있어 앉은 상태에서 지도받게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성찰 자세를 비롯한 일체의 가혹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이 같은 논란은 결코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은 소년원이 본래의 취지를 얼마나 잃어버렸는지, 그리고 그 실패가 얼마나 구조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 글에서는 소년원이 왜 만들어졌고, 어떤 목적을 갖고 있었으며, 왜 지금 같은 형태로 실패하게 되었는지, 풀어보고자 한다.
소년보호처분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다
한국의 소년법 제1조는 이렇게 규정한다.
"소년의 건전한 육성과 인격 형성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즉, 청소년 사이에 형사적 문제가 생겼을 때, 소년원에 보내는 것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보호교육이며, 처분의 목적 역시 응보가 아니라 회복과 성장이다. 그래서 형사적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가 알고 있듯 무조건 격리된 시설의 소년원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다. 실제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가벼운 지도에서부터 마지막 격리까지 계단처럼 구성되어 있다.
-1호 보호자 감호 위탁
-2호 수강명령
-3호 사회봉사
-4호 단기 보호관찰
-5호 장기 보호관찰(기숙형)
-6호 수시보호(그룹홈 등)
-7호 특별치료(정신건강·약물 등 전문기관)
-8·9·10호 소년원 송치 (10호가 최장·가장 강한 처분)
문제는 이 체계가 실제로는 '보호'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아이도 소년원에 간다"
실제로 2024년 10월 기준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소년원에 입소한 청소년 중 약 12.5%(9명)는 범죄행위가 아니라 '범죄소년으로 전이될 가능성'만으로 송치된 것으로 보고됐다(우범행위 단독으로 소년원에 입원한 소년. 법무부는 당시 "우범행위 단독으로 입소한 9명(12.5%)은 사회 내에서 적절한 선도와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있어 소년부 판사의 결정을 통해 소년원 송치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 편집자 주). 이 숫자는 작은 비율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각 사례마다 아이의 인생에서는 전환점이 아니라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언론에서도 우범소년 규정이 지나치게 폭넓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청소년이 가출·결석·가정불화로 인해 계단식 보호처분을 거쳐 결국 소년원에 송치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여러 사례들을 볼 때, 문제의 경향성은 명확하다. 한국에서는 '범죄 위험'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청소년을 격리할 수 있다. 이는 국제아동권리협약(CRC)이 금지하는 방식이다. 아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는 최후수단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소년원 6·7호 처분의 붕괴 - "보낼 곳이 없어 소년원으로"?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서 최종 보호처분(판결)을 받은 위기 청소년은 3만 253명이었다. 이중 위탁 복지 시설(6호, 7호 처분)로 가는 청소년은 146명으로 기록돼 있다. 반면, 구금시설인 소년원 송치 인원(8호, 9호, 10호)는 2086명이나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소년법의 취지인 '보호와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법원이 시설 부족을 이유로 복지 시설(6호) 이용은 최소화한 채, 결국 아이들을 구금 시설(소년원)로 보내는 방법을 택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여러 연구·국회 보고·시설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6호 처분을 수행할 수 있는 그룹홈은 7곳, 정원은 고작 50~60명 수준이고, 7호 처분은 협약 기관 부족으로 연 수십 명 수준밖에 집행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호처분 사다리의 중간 단계가 사실상 비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위기 청소년은 1~5호 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곧바로 8·9·10호-소년원-으로 미끄러진다.
이 중간 단계 붕괴는 분류심사원에서도 확인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방문조사를 통해 소년분류심사원의 과밀 문제를 조사한 결과(2019년), 심사원 생활실 수용인원은 규정상 4명 이하여야 하지만, 11명 이상인 경우가 33.7%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7월 주진우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소년원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개 소년원(미결수용시설 포함) 중 6곳이 정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의 경우는 심각했는데, 7월 29일 기준 여성 정원이 35명이지만 수용인원이 90명을 넘는 상황이었다. 수용률이 250%에 이르는 수준이다.
분류심사원은 원래 '초기 진단 공간'이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보낼 곳이 없어 아이들이 갇혀 지내는 임시 수용소"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숫자가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보호처분의 중간 단계-가정형 보호와 치료위탁-가 모두 비어 있으니, 소년원은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아이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유일한 수단이 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공백, 바로 이 구조적 부재가 서울소년원 가혹행위 의혹 같은 비극을 되풀이한다고 본다.
8~10호 소년원은 '학교'가 아니다
소년원의 정식 명칭은 "○○학교"다. 그러나 그 규율, 일과, 시설 구조는 교도소와 훨씬 더 닮아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파이팅챈스가 조사한 사례 등에 따르면, 소년원 내부에서는 ▲기상·점호·생활동 이동까지 '줄 맞춰 이동', ▲규율 중심 생활지도: 벌세우기·근무자 통제 중심 구조, ▲상담 인력 1명당 담당 학생 수 과다, ▲교사 부족으로 인한 반복적인 자습, ▲외부 연락·상담·면담 제한, ▲생활반 단위로 구조적 군기 형성, ▲퇴원 후 학교 복귀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논란이 된 서울소년원 사건에서, 진정을 낸 청소년은 ▲성찰 자세 강요(20~40분 유지), ▲팔 굽힌 채 버티기, 무릎 굽힌 자세, ▲CCTV 사각지대 벌세우기, ▲지도교사의 폭언·조롱, ▲고개 숙인 채 '줄서기' 강요, ▲부당한 압수·물품 파손 등을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규율이 아니라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제재이며 아동학대 유형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소년원 운영 체계가 규율·통제 중심으로 흘러갈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절차적 권리의 부재
성인 교도소에는 징계 기록 열람, 변호인 접견, 이의신청 등의 절차가 명확히 존재한다. 하지만 소년원은 이보다 훨씬 취약하다고 본다. 실제로 서울소년원 성찰 자세 강요 등을 주장한 청소년들은 '징계 이유를 고지받지 못했고, 기록도 남지 않았으며, 이의제기를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2년 기준 소년원생 1식 급식비는 2185원(1일 6554원)이다. 초중고교 평균 급식비보다 낮다. 이 차이는 단순한 예산 차이가 아니라 국가가 위기 청소년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소년원 안의 환경도 문제지만, 소년원 밖으로 나왔을 때도 문제다. 소년원 경험은 법적으로 '전과'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그것을 전과처럼 취급한다. 복학 거부나 취업 면접 차별, 지역사회 낙인 등의 문제점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편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는 재비행을 증가시키는 가장 강한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소년원은 제 기능을 잃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 실패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년원은 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의 소년원은 보호가 아니라 통제, 회복이 아니라 격리, 교육이 아니라 규율, 미래가 아니라 낙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소년 보호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우범소년 규정 개정, 6·7호 처분 확충, 가족기반 개입 도입(MST·FFT 등), 전문 인력 확충, 급식 기준 상향, 절차적 권리 확립, 퇴원 청소년 재정착 지원 같은 변화가 그 시작점일 수 있다. 무엇보다, 소년원을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를 돌려놓는 과정의 일부로 바라봐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국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환경,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