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4월, '성노동자 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들은 파주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철거 반대와 자립 지원 요구 집회 도중 '올빼미 활동'을 하고 있는 파주시청 담당 공무원에게 면담을 요청하였다. 무릎을 꿇고 한 번 만이라도 만나 달라고 애원하는 과정에서 활동가 일부는 바짓가랑이를 붙잡기도 했는데, 그 공무원은 그 행위가 '공무집행방해'라는 이유로 활동가와 성매매 여성 당사자를 고소하였다. 차차 활동가가 약식명령 후 정식재판청구 단계에서 변론센터에 조력을 요청하였고, 회원들과 대리인단을 꾸려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기로 하였다.
사회적 의제를 관철하기 위해 집회, 면담 요청을 하다가 기소된 경우, 재판에서의 변론과 증인신문, 최후진술 등 모든 절차가 투쟁의 연장선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투박하고 거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재판부에도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싸움인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단순히 피고인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 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가들과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 집결치 철거를 왜 반대하는지, 현 자립지원 제도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피력하고자 하였다.
사실 이번 사건은 활동가의 행위 자체가 공무집행방해로 보기에는 너무나 경미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함으로서 직무집행을 방해할 만한 정도의 유형력 행사가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13968 판결 등).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공무집행방해죄로 볼 행위라고는 활동가가 피해자의 다리를 붙잡은 것 뿐인데, 이는 피해자가 넘어져 상해를 입거나 공무가 현저히 방해 되었다고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수준의 행위였다.
활동가는 경찰조사부터 피고인신문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해자가 갓길 철조망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넘어지지 않도록 다리를 붙잡았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심지어 피해자는 증인신문에서 활동가가 어떤 행위를 했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하고 있지 못했다. 애초에 검사가 무리하게 기소한 사건이었으나, 그럼에도 여느 사건이 그렇듯 무죄가 나올거라고 확신하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다리를 잡은 사실이 있기는 하나 그 시간이 5초 내외로 길지 않았고, 그 외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 피해자도 피고인이 다리를 잡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직접 직무집행을 방해할 만한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꽤나 드라이하게 무죄를 선고했다.
공판에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를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시도로써 성매매 여성들이 일터이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실태, 형식적 기준만으로 수립된 자립 지원 대책의 문제점 등도 설파 했으나, 판결문에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녹여내기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재판부가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은 충족하되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면, 면담 요청의 경위 및 목적, 취지, 의미 등에 대해 판단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무죄가 나온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활동가는 최후진술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강제철거를 앞둔 성노동자들이 처한 위기와 절박함은 성노동자 가족과 한 가정의 삶에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성노동자들이 면담을 통해 적절하고 합당한 이주 보상을 받고,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간절히 바랍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노동자가 더 열악한 성매매 환경에 빠지지 않고 생계를 유지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피해자가 당시 성매매집결지 일대에서 진행한 공무는 청소년 유해시설인 성매매집결지 주변을 정찰하며 '유해시설'로부터 ' 일반인'을 '지키려는' 올빼미 활동이었다. 성매매집결지는 이처럼 언제나 유해하고, 더럽고, 철거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치부 되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는 지워지거나 탄압 받아왔다. 집결지가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자, 위로받는 공간, 또는 폭력과 협박이 난무하는 공간으로서의 복합성은 상존해왔으나, '더러운 일'을 한다는 이유로 이 사람들의 생존권과 존엄은 침묵을 강요받아왔다.
성매매처벌법에 명시되어 있는 '성매매 피해자' 그리고 '자발적 성판매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따라 낙인과 혐오는 더욱 선별화되었으며, 가부장제, 자본, 지역 문제가 얽힌 이 복잡다난한 문제는 모두 소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수사기관도 이러한 고정관념과 편견에 영향을 받아 무리하게 기소했을 수도 있겠다.
얼마 전 11월 14일, 파주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용주골 여종사자 보호 문제에 관한 질문의 답변으로 '지금 용주골에 남아있는 분들은 정상적인 분들이 아니다'라는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경찰력을 동원한 폐쇄 필요성을 피력했다. 파주시청 소속 공무원이 무리하게 공무집행방해죄로 활동가와 성매매 여성 당사자를 고소한 이유가 새삼 납득되었다. 현재 파주시청은 '깨끗하고 안전한' 파주시를 만들기 위해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매우 시급한 과제로 남겨 놓은 듯 하다. 파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성매매 종사자는 시청이 보호해야 할 '시민'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국가는, 지자체는, 기업은, 자본가는 언제쯤 이 모순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이번 <시선>을 통해 이 사건 판결문 내용 그 너머의 일들을 조금은 알리고 싶었다. 법정에 있는 판사, 검사, 피고인, 변호인, 피해자 모두 '사람'이지 않나. 심지어 사법부는 그 '사람'이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최후의 보루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법정에서는 범죄 혐의로 지목된 그 행위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수없이 오간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울분을 토하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제발 살게 해달라고, 나답게 살고 싶다고 애원하기도 한다. 어쩌면 판결문 한 줄 만큼이나 그런 이야기들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곧바로 항소하여 곧 항소심이 열릴 예정이다. 무리한 기소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바로 항소한 검찰이 원망스럽지만, 항소심에서도 무죄 취지는 유지될 것이라 확신하며,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법정에 전파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속 변호사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016년 4월 21일 민변 변호사들의 공익인권변론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월간변론 편집팀의 '시선'은 민변 회원들에게 매월 발송되고 있는 '월간변론'에 편집위원들이 기고하는 글입니다. '시선'은 최근 판례와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단상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