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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7 09:27최종 업데이트 25.11.27 09:27

'청춘의 글쓰기'... 실패 속에서 찾은 희망의 끈

전남대학교 글로벌교육원 '청춘의 글쓰기' 종강식 참관기

 전남대학교 글로벌교육원이 주최한 '청춘의 글쓰기' 에 참가한 학생들이 종강식에서 기념촬영했다.
전남대학교 글로벌교육원이 주최한 '청춘의 글쓰기' 에 참가한 학생들이 종강식에서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24일 오후 6시,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인문사회대학교 102호 강의실에서는 '청춘의 글쓰기' 종강식이 열렸다. '청춘의 글쓰기' 프로그램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7주간(매주 월요일 18~20시) 열린 가을학기 특강이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립된 특강에는 20여 명이 참가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만든 책을 받아본 학생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책에는 반장인 박은솔 학생의 <나는 반장>을 포함한 30여 편의 시와, 동시 작가의 소양을 갖고있는 이랑희 학생의 <물방울> 외 4편이 게재되어 있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쓴 감상문 4편과 해양경찰학과 이주성 학생 외 4명이 쓴 수필도 들어있다.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에서 열린 '청춘의 글쓰기' 멤버들이 7주간 공들여 만든 책 <나의 밭은 자라는 중이다> 모습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에서 열린 '청춘의 글쓰기' 멤버들이 7주간 공들여 만든 책 <나의 밭은 자라는 중이다> 모습 ⓒ 오문수

종강식에 초대받아 책을 펼쳐본 순간 책명이 독특해 고개가 갸웃해졌다. <나의 밭은 아직 자라는 중이다>. 농부일까? 아니면 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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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름이 된 저자 이주성 학생의 수필을 읽어보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중학교 시절 공부보다는 노는데 더 관심이 있었다는 그는 공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자신의 손끝에서 나오는 결과물에 흥미를 느껴 전문대학에 진학했다.

강의실에 앉아 있었지만 학교 생활에 회의를 느낀 그는 자퇴했다. 학교를 떠나던 날 "비록 밭을 갈아엎지만 그래야 더 단단한 흙이 만들어진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다. 자퇴 후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도피처로 군대를 택했다.

힘든 군대 생활이지만 규칙적인 생활, 공동체 속의 책임감, 그리고 묵묵히 자신을 다스리는 훈련에서 삶의 중심을 세워가고 있었다. 제대 후 순천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마음속에 벽이 생겼다. "수업은 듣고 있지만 이 길의 끝에 내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 그는 또다시 자퇴를 택했다.

처음 자퇴가 도망이었다면 두 번째는 선택이었다. 남이 만든 밭이 아니라, 내 손으로 고른 밭에서 살고 싶었다. 2022년 그는 전남대학교에 입학했다. "이제는 남의 길이 아니라 내 길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그는 동료 학생들과 어울리며 수영을 시작해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취득했다.

동아리 활동에 전념해 대학 벤처동아리 경진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한 그는 일본 워킹홀리데이 비자에 합격해 새로운 세상에 도전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사람과 문화를 잇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오늘도 새로운 씨앗을 뿌리기 위해 흙을 다지고 있었다.

 수상자들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수상자들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오문수

수필 <별을 파는 백화점>을 쓴 김도진 학생의 수필을 읽다가 쌩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김도진 학생은 '어느 날 외진 길모퉁이에서 '별을 파는 백화점'을 발견하고 가족과 함께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자 찬란한 빛들이 사방을 채웠다.

어떤 별은 손톱만 했고, 어떤 별은 두 손 가득 안을 만큼 컸다. 아버지와 형, 그리고 자신은 모래시계를 받았고 어머니는 가면 전시대에 손을 얹었다. 그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산 별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그 별은 자신의 습관이자 장점이 되어 주는 매개. 곧 시간으로만 살 수 있는 삶의 조각이었다.

다음은 학생들을 지도했던 이민숙 강사가 "동시에 뛰어난 감수성을 가진 학생"이라고 칭찬했던 이랑희 학생의 <물방울> 시 내용이다.

"안녕, 검정 먹구름아
어두워 보이지 않는 검은 먹구름아
앞으로 네가 무엇을 할지 궁금한 나는
물방울이라고 해
괜찮아. 나는 투명하니까
겁먹지 않아도 좋아
그저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까 기다릴게
언제까지나"

이랑희 학생의 또 다른 시 <무지개 팔레트>는 멋진 동요 가사가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7주 동안 학생들을 지도한 이민숙씨의 소감이다.
 이민숙 강사 모습
이민숙 강사 모습 ⓒ 오문수

"바꾼다. 새로워진다. 스스로 내면을 느낀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면, 그 긍정과 부정의 교집합을 찾아 글로 써 보자고 했습니다. 매 시간 써 온 글을 발표하면서 시작했는데 그 순간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학생들을 보며 강좌의 성공을 예감했습니다. 7주간이란 시간적 한계 때문에 글쓰기와 퇴고의 과정을 운영하기 힘들어 매번 과제를 내주었는데 강의 때마다 서로 나눌 원고가 가득 쌓이는 걸 보고 이 강좌에 대단한 기대감이 있구나! 라고 느꼈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반장을 맡았던 영어학 전공 박은솔 학생의 소감이다.

"문단에 등단하신 작가님께 직접 지도받고 글쓰기에 있어서 조언을 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학우분들 앞에서 작품을 공유하고, 의견을 들으며 보다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7차시 동안 수고해 주신 이민숙 작가님과 전남대학교 글로벌교육원의 정승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책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학생들의 밭은 아직도 자라는 중이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청춘의#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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