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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는 김장의 절정 시기이다. 요즘 60대~70대가 모이면 김장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언제할 건지, 몇 포기나 할 건지, 절인 배추로 할 것인지, 직접 절일 것인지 등등. 거기에 빠지지 않는 주제도 있다. 결혼한 자식들 김장도 해줄 건지, 말 건지 하는 말도 잊지 않는다. 며칠 전 취미교실을 가는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을 만났다. 그와도 김장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우린 지난 주에 했어요."
"몇 포기 했어요?"
"절인 배추 5박스 했어요."
"세상에나 두 부부가 사는데 정말 많이 했네요. 절인 배추 1박스에 20kg이잖아요.(1박스에 보통 6~7포기가 들어있다고 한다.)"
"그렇지요. 많이 하지요. 우리 집에 '김치 킬러'가 있어요. 그래서 해마다 김장을 조금 많이 해요."
"가족 중에 '김치 킬러'도 있어요?"
"네 우리 사위가 '김치 킬러'예요."
그의 사위는 장모가 담근 김치를 먹으면서 맛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으로 표시한다고 한다. 먹는 것도 아주 먹음직스럽게 먹고 그 모습에 기분도 좋아지고 김치를 잘 먹으니 넉넉히 담근다고 한다.
"맛있게 잘 먹으면 기분 좋지"

▲김장하기배추 속 넣기 ⓒ 정현순
"그렇지. 그렇게 맛있게 잘 먹으면 기분 좋지."
그와 이야기하면서 한바탕 웃었다. 내가 해준 음식을 누구든지 맛있게 먹으면 한 번이라도 더해주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사위가 김치를 맛있게 잘 먹으니 장모는 특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위가 김치를 맛있게 잘 먹어서 김장을 많이 한다는 지인을 또 만났다.
이웃과 헤어진 뒤 취미 교실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도 김장 이야기가 나왔다. 그도 60대 후반이고 두 부부가 살고 있다. 딸 둘은 결혼 후 그의 근처에서 살고 있다. 그는 "우리도 김장해야 하는데 언니는 언제 해요?"하고 묻는다.
"나는 이번 주에 할까 생각하고 있어. 그러는 ○○씨는 언제 하나?"
"나는 11월 말경이나 12월 초에 하려고."
"몇 포기 하는데?"
"30포기는 해야지."
"그 집도 둘이 살면서 많이 하네. 절임 배추로 하면 그나마 조금은 수월하지"하니 "나는 생배추 사서 직접 절여요. 배추 절이는 것이 힘들어도 그게 더 맛있는 것 같아서. 절임 배추 사서는 한 번도 안 해봤어요"한다. 그한테 많이 한다고 하니 얼굴에 미소 만발하면서 뜻밖에 말을 한다.
"우리 집에 김치를 잘 먹는 사람이 한 명 있어."
난 그가 사위라고 말 할 거라는 것을 상상도 못하곤 "누가 그렇게 김치를 잘 먹어?" 하고 물었다. "우리 둘째 사위가 김치를 아주 잘 먹어요" 한다.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거짓말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두 번이나 듣다니. 내가 웃으면서 "요즘은 장모들이 사위가 김치 잘 먹어서 김장을 많이 하나 보네" 했다.

▲집에서 절인 배추집에서 절인 배추 ⓒ 정현순
내가 이웃을 만났던 내용을 말해주었다. 그도 무언가 하던 손을 놓고 박수를 치면서 웃는다.
"세상에나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네. 그런데 언니, 사위가 잘 먹으면 얼마나 예쁜데" 한다. 이해된다. 역시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옛말이 맞는 것 같다. 난 그 둘 모두에게 "장모가 김치를 맛깔나게 잘 담그나 봐"라고 말해주었다.
우리 집 사위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사위도 서울 출생이라 우리와 입맛이 거의 똑같다. 사위는 "어머니가 담근 김치는 제 입맛에도 잘 맞아요. 젓갈도 많이 안 들어가서 뒷맛이 개운해요"해서 그런가 보다 했었다. 김장 전에 담근 총각김치를 맛보라고 조금 갖다 주었다. 저녁 무렵 딸아이에게 메시지가 왔다.
"엄마 총각김치 더 있어요? ○서방이 엄마가 총각김치 담아준 그릇 채 놓고 먹더니 싹싹 비워졌어요" 한다. "그러니 다행이다. 집에 아직 넉넉하게 있으니 조금 더 줄게" 했다. 딸아이에게 어떤 음식을 갖다줄 때는 솔직히 사위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고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 집 사위가 '김치 킬러'까지는 아닐지라도 맛있게 먹었다니 '바로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싶어 다시 한번 그 장모들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