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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은 세상, 모르는 낱말이 있으면 국어 사전 대신 Chatgpt를 두드리는 현대인. 내년에 책을 내고 싶은 무명 작가라서 올해 신간은 몇 부가 나왔는지 궁금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공지능 비서인 Chatgpt에게 질문했다.
국민 비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만 권이 넘는 책이 출판되었다고 한다(2025년 8월에 발간한 2025 한국출판연감에 수록된 내용). 엄청난 숫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책을 내고 싶어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돈은 적게 들이면서 자신의 이름을 폭넓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가져오는 상품이란 말이다.
글쓰기는 누구나 가능하다. 수기에서 시, 소설, 에세이, 자서전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다. 속에 응어리진 말이나 간단한 소감, 독후감과 서평, 책쓰기를 염두해둔 원고 등 원하면 누구나, 어디에나 쓸 수 있는 아이템이 글쓰기이다.

▲Laptop and notepad ⓒ nickmorrison on Unsplash
대놓고 글 쓰라고 유혹하듯 손 내미는 SNS에 간단한 사진과 글을 적으면 모르는 사람부터 지인까지 좋아요나 댓글을 통한 반응이 온다. 그러면 신이 난다. 예전처럼 시간 들여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아도 이메일, 인스타그램 디엠, 페북 메시지 등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많다. 스레드는 성별, 국적 따위를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의사 소통의 장이 되었다.
아침에 마신 커피부터 아이나 남편을 위해 정성껏 마련한 도시락, 서점에 나온 신간 소개,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감상과 다른 이에 대한 호평과 혹평이 넘나드는 곳이 온라인 세상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 또한 집에서 노트북을 켜고 자판을 두드리며 보이지 않는 이들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매체가 된다.
오늘 아침, 어머니가 만든 유부초밥 사진을 브런치에 올려 일상을 나눴더니 좋아요가 뜬다. 그 중 어느 작가님은 이번에 처음 책을 낸 분이다. 일반 직장인이 글쓰기 플랫폼에 올린 글로 책이 나와 무료 글쓰기 강좌를 열 테니, 신청하라는 안내글이 적혀 있다. 궁금해서 눌렀더니 선착순 열두 명이 금세 찼는지 신청할 수 없었다.
사업에 성공하여 큰돈을 벌려면 초기 자본금이나 어느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글은 숙련된 세월 없이도 경험한 것을 허심탄회하게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오랜 세월, 좋은 책을 읽고 꾸준히 글을 써 온 이들과 단편적인 글쓰기를 하는 이들의 수준과 상태는 다를 것이다.
속도 빠른 인터넷 세상에서 누군가 반응하면 새로운 경험이 시작된다. 소통의 즐거움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 블로그에 리뷰나 일상을 올리다 보면 규모가 점점 커진다. 블로그에 이웃으로 찾아온 이들에게 영향도 받는다. 브런치에서 만난 어느 작가님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이미 활동 중인데 돈도 벌 수 있으니 도전하라고 추천하셨다.
내가 뭐라고 기자를 할까 싶어 주저하다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가 어떤 일인지, 무슨 마음인지 느닷없이 오마이뉴스에 기자 가입을 하고 이렇게 기사를 쓰고 있다. 기자로서의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세 권의 책을 쓴 무명 작가이자 스무 해 넘은 세월 동안 아이들에게 국어와 글쓰기를 가르치며 살아온 시간에서 할 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글쓰기가 무엇이길래 작년 우리나라에 6만 권이 넘는 책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이 책을 내려고 안달하는지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나 또한 그러고 있으니까. 글쓰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자존감을 높이고 인정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수단이 글쓰기라는 것은 이미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지혜 중에 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일까? 그 지식과 지혜가 설령 최고 수준은 아닐지라도, 그걸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쓸모는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정보의 깊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닿느냐이다." - 임승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중에서
우리가 가진 지식이나 지혜가 최고는 못 되더라도 아는 만큼, 보이는 만큼, 깨달은 만큼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싶은 본능,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고 싶은 욕망이 글쓰기를 부추기는 내면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책 읽다가 깨달음이 찾아오면 함께 고민해보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말하고 싶은 욕구,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놓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글쓰기로 이어져 어느 순간 작가까지 꿈꾸는 단계에 이르는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책을 읽다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어딘가에 끄적인다. 생각보다 속이 시원하면서 마음이 편안하다. 글을 통해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삶을 동경하는 사람이 작가이다. 작가로 불리고, 책이 나오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작가를 꿈꾸어도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고, 아무나 통과할 수 없는 좁은 길이기 때문에 실제 책이 나온 이의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다.
한 해에 6만 권이 넘는 책이 쏟아진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만큼 빠른 속도와 변화를 마주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누군가에게 "나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고함이지 않을까? 존재에 대한 인정, 팍팍한 현실에서 만나는 갈증이 오아시스를 만난 듯 해소되는 청량감이 나만의 책을 쓰도록 만드는 중독을 일으키리라.
누가 뭐라고 하든 용감한 사람이 자신의 책을 얻는 법. 인생에 도전 없이 그저 되는 일은 없다. 단,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쓰기는 수요가 필요하고 이 기사가 채택되려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짜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