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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소년원에서 벌어진 가혹행위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 조사를 요구하며 시민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소년원에서 벌어진 가혹행위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 조사를 요구하며 시민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변상철

[이전 기사]
"성찰 자세 강요, 말하면 더 혼나"... 소년원에서 무슨 일이?
[주장] 지금 소년원은 제 기능을 잃었다, 왜냐하면

앞선 두 기사에서 우리는 소년원의 운영과 아쉬움에 대해 다뤘다. 그러나 정작 소년원이 아닌 다른 대안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 앞에 선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격리가 아니라면?"
"소년원이 없다면 청소년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지?"
"결국 범죄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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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들은 오랫동안 한국의 소년원 제도를 유지하도록 가둬놓은 높고 단단한 울타리였다. 그러나 이 질문은 애초에 출발부터 달랐던 질문이었다. 한국의 논의는 언제나 "소년원을 전제로 한 대안"만을 상상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이 청소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청소년의 삶, 즉 성장과 교육, 보호를 중심에 둔 대안"이다.

"그래도 문제가 있는 아이들인데..."
"학교와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러한 우려가 아이들이 학교와 사회로 나오는 것을 차단했고, 우리 사회는 그저 '격리'라는 편리한 방법으로 아이들이 학교와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공간, 즉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와 관계망 속에서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회복시키는 체계는 이미 다른 나라 사례에서 오랫동안 정착되고 있다. 아이들을 소년원 담장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불안하고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 밖에서는 이미 실제 사례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소년원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사실상 아이들을 다시 진정한 보호의 자리로 데려오는 첫 번째 고민이다.

한국 사회가 소년원을 '유일한 선택지'로 오해해온 과정

한국의 소년원 구조는 "아이가 문제가 있으면 시설로 보내서 고친다"는 단순하고 강압적인 근대적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이 논리는 근대 교정주의의 유산이며, 그 바탕에는 다음 두 가지 가정이 깔려 있다.

청소년의 행동은 개인의 문제다.
개인의 문제는 개인을 격리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현대 청소년학, 아동인권학, 발달심리학, 사회복지학은 이 두 가지 전제를 모두 부정한다. 오히려 학계는 정반대의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 청소년의 행동은 관계와 환경의 결과다.

격리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악화로 이어진다.

청소년의 발달은 연결과 애착을 필요로 한다. 청소년을 변화시키는 것은 규율이 아니라 관계다. 하지만 한국은 이 오래된 교정주의 틀을 고스란히 유지해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를 도울 지역사회 체계가 부재했고, 가정·학교·지역사회가 무너진 아이들을 받아안을 다른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년원은 필요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유지돼온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는 어떻게 '소년원 이후의 길'을 만들었는가

다른 국가의 사례는 영화를 통해 먼저 살펴볼 수 있다.

폭력과, 자해를 시도하는 아이들을 처벌하고 격리하기보다는 상담사들이 함께 생활하며 아이들이 진정될 때까지 몸을 던져 곁을 지키는 영화 <숏텀12>(2013),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폭행으로 수감될 위기에 처한 윌 헌팅을 수감이 아닌 '관계기반 개입'을 통해 서서히 마음을 열게 하는 <굿윌헌팅>(1997)과 같은 영화는 "청소년을 변화시키는 것은 규율이 아니라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국은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마치 소년원밖에 없는 것과 같은 태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이미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① 격리는 최후의 선택이다.
② 아이는 관계 속에서 회복된다.

이 두 문장은 단순한 인권 선언적 문구가 아니다. 그 뒤에는 수십 년의 연구, 수만 명의 삶을 추적한 데이터, 그리고 실제 정책으로 검증된 경험이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실행하고 있는 사례는 무엇이 있나.

1) 가족 기반 개입: MST와 FFT
가장 효과가 높은 모델은 MST(다체계 가족치료)와 FFT(기능가족치료)이다. 이 모델들은 청소년을 격리하는 대신 가족을 치료의 중심으로 삼는다.

MST의 핵심은 청소년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 다시 말해 가정, 학교, 친구 관계,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상호 작용을 분석하고 그 환경 전체를 개입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아이가 범죄에 노출되는 상황은 그저 아이 한 명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노출되어 있는 가정이나 부모, 주변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에서 출발한 위 방식은 상담가가 가정으로 직접 찾아가고, 아이의 변화와 더불어 부모를 변화시키기 위한 교육이 병행되며, 아이가 놓인 주변 상황 즉 학교·복지·의료·지역사회 네트워크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

FFT는 12~16회기의 보다 짧은 모델이지만, 효과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다. 가정 갈등이 완화되고, 청소년의 공격성·불안·가출이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들은 MST·FFT가 재비행률을 25~70%까지 낮춘다고 밝히고 있다.( '소년사법의 패러다임 전환에 관한 연구': 2019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이러한 프로그림은 소년원을 운영하는 제도화 비교했을 때 비용은 낮고 효과는 높아, 아이의 심리적 안정과 가족 기능 회복에 훨씬 큰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고하고 있다. 즉, 다른 나라들은 소년원을 강화하는 대신 가족을 복원하고 관계망을 강화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2) Wraparound Services(랩어라운드 서비스) - 기관이 아니라 '집'으로 가는 지원
미국·캐나다·영국은 폭력·도박·약물·가출 등 복합 위기를 겪는 청소년의 경우 "Wraparound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청소년과 가족에게 전문가 팀이 직접 찾아가는 모델이다.

이 모델 안에는 사회복지사, 정신건강 전문가, 상담사, 학교 담당자, 지역사회 후견인 등이 참여한다. 이 모델 역시 아이의 문제에는 아이만이 아닌 가정과 사회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 팀은 가정에 직접 방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24시간 대응하며, 가정·학교·지역사회 전체를 조정한다. 이 모델은 두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부모와 가족을 함께 지원하고 변화시키지 않는 '기관 중심 지원'만으로는 실패하며, '가족과 지역사회 중심 지원'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소년원의 존재 이유와 정반대의 방향성이다.

3) 지역사회 중간처우 프로그램
많은 국가에서는 청소년이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낮에는 센터에서 상담·학업·교육·치료를 받는 Day Reporting Center(데이 리포팅 센터) 모델을 운영한다. 밤에는 집으로 귀가하기 때문에 소년원 같은 격리는 당연히 없다. 감금도 없다. 아이의 관계망은 모두 그대로 유지된다.

이 모델은 가출 청소년, 학교 부적응 청소년, 약물 위험군 청소년에게 특히 큰 효과를 보였고, 재비행률과 사회적 고립을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4) 멘토링·후견인 제도 - 관계 기반 개입
영국의 Mentoring Plus(멘토링 플러스) 프로그램, 미국의 Big Brothers Big Sisters(빅 브라더즈 빅 시스터즈) 프로그램은 청소년의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개입 방식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에서 멘토는 청소년의 '보조 보호자'로 기능한다. 정기적으로 만나고, 상담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진로와 미래를 함께 그린다.

이 구조는 관계의 힘을 증명한다. 청소년은 처벌로 변하지 않는다. 오로지 청소년이 처한 가족과 사회의 관계가 변해야 아이가 변한다고 믿는다. 사회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경험한 청소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체험한다. 이것은 격리와 감금으로 담장 안에 갇혀야 하는 소년원에서는 불가능한 구조이다.

왜 해외 대안모델은 성공하고, 한국은 실패했는가

해외는 소년원을 축소했고, 한국은 소년원을 중심에 두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정책의 차이가 아니다. 국가가 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철학의 차이다. 위 모델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사회의 기본 인식은 이렇다. "아이의 행동은 환경의 결과다. 그러니 환경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어떠한가. "아이의 행동이 문제다. 그러니 아이를 격리하면 된다."

이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가 정책의 차이, 예산의 차이,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과의 차이를 만들었다.

앞서 살펴본 해외 사례나 연구에서는 격리 조치에 대한 다음과 같은 결론을 가진다.

① 격리는 재비행률을 낮추지 못한다.
② 격리는 오히려 재비행을 증가시킨다.
③ 격리는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④ 격리는 관계망을 끊어 사회복귀를 더 어렵게 만든다.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격리한다"는 논리는 데이터상 근거가 없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격리를 중심으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 대표적 구조가 바로 소년원이다.

그 결과 첫째, 청소년은 가족과 학교, 사회로부터 치명적인 관계 단절이 초래되었다. 이는 그 어떤 심리치료보다 강력한 손상이다. 관계가 단절된 아이는 회복의 기반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억압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급식 예산이 일반 학교보다 훨씬 낮은 현실은 감금, 교정주의식 소년원 폐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조차 "최소한만 제공하면 된다"는 우리 사회의 인색한 인식이 반영된 결과인 것이다. 결국 죄를 지은 아이는 의식주를 차별해도 아무렇지 않은 우리 사회의 인식이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사회적 낙인의 생성이다. 한국 사회는 소년원을 전과와 유사하게 취급한다. 친구, 학교, 교사, 지역사회, 취업 현장은 소년원 출원자를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재정의한다. 이 구조는 "가정 결손 → 소년원 → 사회적 낙인 → 재비행" 이라는 악순환을 끊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상상할 것인가

소년원을 중심으로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대는 끝났다. 청소년은 변화할 수 있다. 변화의 방법 역시 이미 주변 사회에 제시되어 있다. 관계에 의해, 지지에 의해, 돌봄에 의해 변화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첫째,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범죄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설에 격리될 수 있는 현행 '우범소년' 규정을 개정해, 부당한 격리 구조를 폐지해야 한다.
둘째, 청소년 관련 예산을 시설 중심에서 가족·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MST·FFT·Wraparound 서비스 같은 근거 기반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넷째, 청소년 상담·심리·사회복지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학교 기반 조기개입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다섯째, 불가피하게 격리된 청소년의 기본권-특히 급식, 교육, 안전-을 일반 학생과 동일하거나 그보다 나은 기준으로 보장해야 한다.
여섯째, 소년원 출원을 이유로 한 사회적 낙인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소년원 이후의 길을 상상하는 일은 단순히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기술적인 일이 아니다. 아이들을 다시 사람으로 보는 일이다. 청소년을 통제가 아니라 회복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그 상상은 바로 지금, 우리가 소년원을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국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환경,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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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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