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11.11에 창립한 민주노총이 서른 살을 맞았습니다. 같은 해 태어난 청년들이 민주노총에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보내왔습니다. 파면광장에서 길을 열었던 민주노총, 언제나 노동자·서민 편에서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입니다.

▲민주노총 2024.11.27~29 민주노총 정책대회에 참여한 청년 조합원들의 공연 모습. 맨 왼쪽 앉은 이가 필자 황진서. ⓒ 민주노총
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서 일하는 황진서라고 합니다. 1995년 태어난 저는 1995년 창립된 민주노총과 동갑인 청년입니다. 민주노총과 같은 해에 태어난 1995년생인 저와, 민주노총과 동년배인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그런 친구들의 이야기들을 제가 들려드리겠습니다.
민주노총의 동년배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한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본인의 전공 분야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 중소기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친구는 본인이 열정을 느끼는 분야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포괄임금제인 회사에서 매일 '공짜 야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일 폭언과 트집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는 상사에게 시달려도 작은 회사 규모 때문에 신고는커녕 어디다 하소연하기도 힘들어합니다.
다른 친구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내일채움공제를 받을 수 있는 지방 중소기업에 취업했었습니다. 확실한 업무 체계 없이 대표 마음 따라 중구난방으로 돌아가는 그 회사에서, 일머리가 똑 부러지는 그 친구에게 대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온갖 회사의 중요한 일을 다 떠넘겼습니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저녁에도 대표가 업무 연락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하지만 내일채움공제에 묶여서, 또 좁은 회사 안에서 대표에게 밉보이면 회사 생활이 힘들어질까 봐 그 친구는 내일채움공제가 끝날 때 까지 버티고 버텼습니다.
내일채움공제가 끝나고 서울에 있는 기업으로 이직했지만 돈을 좀 더 많이 받게 되었을 뿐 중소기업 안에서의 회사 생활은 이전 직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두 친구와 만나 술 한잔하다 보면 하나같이 이야기합니다. 계속 이렇게 노력한다고 더 행복한 미래를 누릴 수 있을까?
삶을 바꾸는 힘, 민주노총
제가 일하는 공공운수노조에 프레스센터분회가 있습니다. 프레스센터에는 원청사인 한국언론진흥재단에 간접고용된 청소 노동자들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10여 년 전 프레스센터에서는 현장소장의 말 한마디면 바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온갖 갑질과 괴롭힘에도 말 한 마디 할 수 없었습니다.
그 현실에 맞서 프레스센터 청소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에 가입했고, 함께 투쟁해서 갑질과 괴롭힘 없는 현장을 만들었습니다. 그 노동자들이 지금 다시 한 번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진짜 사장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직접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책임지라고 투쟁 중입니다. 용역사 현장소장 말에도 벌벌 떨었던, 분회가 없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입니다.
선배 세대가 보여준 변화의 길

▲공공운수노조 프레스센터분회는 처우개선과 불평등해소를 위해 투쟁 중이다 ⓒ 민주노총
이 투쟁을 이끄시는 윤재훈 분회장님, 최영선 사무장님은 50대 여성 노동자들이십니다. 우리 선배 세대들은 이렇게 민주노총을 통해 조금씩 자신들의 세상을 바꿔왔고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되는 주 5일제와 주 40시간 근무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 진보정당을 건설하고 노동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일과 같이 우리 사회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 변화들, 노동자들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변화들을 민주노총이 만들어 왔습니다.
프레스센터 분회장님과 사무장님에게 제가 "저 같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냐"고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두 분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노조를 하면서 변화된 나 자신을 봤어요. 우리도 노조 활동을 하는데 청년들이 하면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청년들을 믿어요."
두 분 말씀처럼 분명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청년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청년들이 민주노총에 많이 가입했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이 민주노총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많이 가입하면 그만큼 많은 청년들의 삶이 보다 행복해질 것입니다.
청년들이 민주노총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
하지만 지금 대다수 청년들에게 민주노총의 문턱은 높게만 느껴집니다.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싶어도 중소, 영세 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어떻게 가입하여 어떻게 노조 활동을 해야 할 지 그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청년들은 중소, 영세기업에서 일하고 있어서, 민주노총 활동을 하는 것은 너무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청년들이 앞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면 30년 정도 할 것입니다.
지난 30년 윗세대들의 삶을 바꿔 왔던 민주노총이 앞으로의 30년을 다시 바꾸려면 청년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민주노총이 청년들에게 보다 편안하고, 친근하고, 접근하기 쉬운 조직이 됐으면 합니다.
앞서 말한 두 친구들 중 포괄임금제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던 친구는 얼마 전 민주노총 조합원이 됐습니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청년이면 모두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그 친구는 노조에서 자신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간부들을 만나 함께 차근차근히 자신의 삶을 바꿔 볼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 친구는 당장에 마땅한 수를 찾고 있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총이 이런 사례를 더 많이, 모든 청년들과 함께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5 민주노총 청년활동가대회에 참가한 청년 조합원들의 모습 ⓒ 민주노총
민주노총이 길을 열었던 순간들
"민주노총이 길을 열겠습니다."
2024년 12월 7일, 내란범 윤석면 파면 광장에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님이 한 말입니다. 집회 장소에 사람은 들어차고 있는데 경찰이 공간을 열어주지 않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위원장님 말, 저 한 문장에 길을 열어냈습니다.
민주노총이 길을 열겠다는 그 한 문장이 저는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어떤 조직인지 너무 잘 보여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집회장에서 길을 열었듯, 지난 30년동안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며 역사의 길을 열어온 조직이 민주노총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30년 길을 열어온 민주노총이 이제 청년들과 함께 앞으로의 30년 새로운 길을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황진서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