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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6 15:08최종 업데이트 25.11.26 15:20

국무회의가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더 나은 국무회의를 위한 제언... 지방정부 회의도 국무회의처럼 중계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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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초등학교 때 교실에서 '떠든 아이'를 칠판에 적던 기억에 비추어보아도, 얼굴이나 이름의 '공개'는 실수나 나태 등 좋지 않은 습관을 줄이는 방법이다. 나아가 투명성은 내실을 다지는 데로 이어진다. 남들이 보니까 제대로 해야 한다. '국민주권정부'에서 공개하여 중계하는 국무회의가 떠올라서 하는 말이다.

아마 회의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회의가 진지하더라도 그 진지함이 쉽지는 않다. 토론까지 겹치면 에너지는 더 많이 든다. 때론 한 말 또 하는 상황도 감내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회의를 보는 건 더 고역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 중계되는 국무회의는 은근히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이를 경청(傾聽)이라고 한다. 이 말은 <소학>에 나오는데, 원래는 <예기>에 수록된 말이다. 바로 듣지 않고 삐딱하게 듣는다는 태도를 가리키며,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으니, 지금의 뜻과는 달랐다). 어떤 블로거는 이를 두고 "회의가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라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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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1일, 대통령실에서는 "특별히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현안 토의, 부처 보고 외에도 일반 안건과 보고 안건을 심의 의결하는 전 과정이 생중계됐다"라고 밝혔다.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 항목과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무위원들의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 부처 공직자를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 등에 협조한 이들을 조사할 '헌법존중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설치를 제안하였다. 공직자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관심이 높은 사안이었다.

사실 국무회의 공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무회의가 열리면 간사는 국무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이 회의록은 공공기록법과 대통령기록법에 따라 관리, 이관, 보존, 공개(또는 비공개)된다. 그렇지만 국무회의록에 접근하려면 정보공개 또는 기록물 열람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나면 이미 지난 일이 된다.

예전에도 TV에서 국무회의 일부를 중계하거나 뉴스로 알려준 적이 있었다. 일부만 편집한 것이었다. 그나마 늘 대통령만 얘기하고, 나머지는 받아적기만 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엄연히 노트북이 앞에 놓여 있는데도 손으로 열심히 받아적는 건 또 뭐였는지….

국무회의 공개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학교 선생님들은 좋겠다 싶었다. 이보다 좋은 학습 교재가 있을까? 시민으로서 나라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는 산 교육이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대부분 토론의 정수를 보여준다. 실력이 있다. 책임감 있는 당국자들이 자신이 무엇을 결정하고 있는지 안다면, 그리고 그 결정이 국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 고민한다면 그 회의는 더욱 좋은 교재가 될 것이다.

국무회의가 더 나은 학습 자료가 되기 위해 두 가지만 제언하고 싶다.

첫째, 대통령의 '모두 말씀'은 없앴으면 한다. 과거 월요일마다 조회를 서서 교장선생님 훈시로 일주일을 출발하던 느낌이 난다. 국무위원이 훈시를 들을 학생은 아니지 않은가?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토론 태도를 보면 매우 수평적이고 상호적이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지만, 경직된 형식이 지속되면 표현을 제약하게 마련이다. 덧붙이자면 대통령의 발언 시간은 더 짧아졌으면 좋겠다.

둘째, 대통령의 판단이나 의견을 들이받는 장면이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나왔으면 좋겠다.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이 뽑은 대표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비판도 가능하다. 필자가 보기에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에게 너무 공손하다. 그 이유는 대통령과 나머지 국무위원들의 지위랄까 위상이 과거 왕정 때보다 더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부러라도 진행방식과 태도를 수평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국무회의에서 이런 정도의 대화는 오가야 한다는 뜻에서, 옛날얘기 하나 들려드리겠다. 때는 선조(宣祖)가 즉위한 지 8년째 되던 1575년 9월 어느 날, 감사원 격인 사헌부의 집의(종3품) 신점(申點)이 말했다. "북방이 텅 비어 오랑캐 기병이 쳐들어온다면 막아 낼 계책이 없으니 미리 장수를 선택하여 기르십시오."

선조가 말했다. "조정에 큰소리치는 사람이 많으니 오랑캐 기병이 오거든 큰소리치는 사람을 시켜 막을 것이다."

명종 때의 기득권 세력이 남아 있던 때, 아직 사림(士林)들이 경륜과 전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 때, 대안이 부족한 그들의 주장에 다소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젊은 선조는 잠깐 말실수를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말하였다.

"주상께서 말씀하신 '큰소리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을 지목하신 것입니까? 큰소리만 치고 실속이 없는 자를 지목하시는 겁니까? 그런 사람을 쓰면 반드시 일을 그르칠 것인데, 어찌 그 사람을 시켜 적을 막게 할 수 있겠습니까? 또 만일 고전(古典)을 좋아하고 성인(聖人)을 배우려는 사람을 큰소리치는 사람이라고 하셨다면 주상의 말씀이 극히 온당치 못합니다. 맹자가 양 혜왕과 제 선왕을 만나서도 오히려 요순 임금을 목표로 삼으라고 하였는데, 이것도 큰소리를 좋아하는 것입니까?"

율곡은 선조의 말을 두 방향에서 비판했다. 첫째, 북방 대처라는 실무에 적합하지 않은 견해라는 점. 둘째, 바람직한 이상을 추구하는 일과 큰소리를 혼동하고 있다는 점. 이렇게 정곡을 치고 들어오면 반론이 어렵다. 율곡은 거기에 우려를 더한다.

"임금의 말이 한번 나오면 사방으로 전파되어 옳지 못한 일이라면 천 리 밖에서도 왕명을 거역하는 법입니다. 지금 전하께서 학자를 큰소리나 치는 사람이라고 지목하여 북쪽 변방으로 보내려고 하시면, 훌륭한 인재들은 기운이 꺾일 것이고 못난 자는 자기에게 혹여 관직이 돌아올까 갓을 털며 기대할 것입니다. 임금의 발언이 능력 있는 인재를 좌절시키고 욕심만 채우려는 자를 기쁘게 해 준다면 어찌 그릇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선조는 감히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이 뒤로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선조는 율곡의 충언과 비전을 지지하였다. 그리고 인재들이 모였다. 이항복, 유성룡, 이순신, 권율, 이원익 …. '선조 때의 넘치는 인물들'이란 의미의 '목릉성세(穆陵盛世, 목릉은 선조의 능 이름)'라는 말을 기록에서 자주 볼 수 있다.

* 추신 : 지역에 사는 시민으로서 지방정부의 회의도 국무회의처럼 중계하는 곳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지방정부나 지방의회의 예산논의 같은 의사결정은 의외로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 지방시대를 기약하기 어렵다. '개발 이익 카르텔(Growth Coalition)'에게는 불편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주민이 누릴 삶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오항녕 인권연대 운영위원은 현재 전주대학교 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인권연대#오항녕#국무회의생중계#율곡이이#경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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