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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1 09:25최종 업데이트 25.12.01 09:25

새벽에 쏟아져들어온 급류... 대전 정뱅이마을 이야기

[굿모닝퓨처] 기후 재난, 어떻게 줄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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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섬이 되어버린 마을 지난해 7월 새벽 강한 비가 쏟아져 마을 입구 도로가 모두 물에 잠긴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주민들을 고무보트에 실어 나르는 모습.
한순간에 섬이 되어버린 마을지난해 7월 새벽 강한 비가 쏟아져 마을 입구 도로가 모두 물에 잠긴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주민들을 고무보트에 실어 나르는 모습. ⓒ 연합뉴스

2024년 7월 대전광역시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에서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제방이 무너져 마을 전체가 침수되는 심각한 수해가 발생했습니다. 주민 대부분이 고립되고, 주택과 비닐하우스, 논 등에 큰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 과정은 더디게 이어졌습니다.

2024년 7월 8일 저녁부터 10일 새벽까지 대전 지역에 156.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7월 10일 새벽, 용촌동을 지나는 호남선 철도 아래 갑천 제방이 터지면서 급류가 마을로 쏟아져 들어와 정뱅이 마을 29가구 중 27가구가 바로 침수됐고, 주민 36명이 고립되었습니다.

일부 주민은 2층 옥상이나 인근 산으로 긴급 대피하였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 일부 주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갑자기 밀어닥친 급류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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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급류로 인해 단독주택, 비닐하우스, 논 등이 침수되는 등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농사는 사실상 중단되었습니다.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철도 교량이 갑천을 횡단하는 지점에 하천의 만곡부가 있는데, 갑천의 늘어난 물(홍수)은 만곡부에 와류(소용돌이)를 만들었고, 이 소용돌이가 충분히 관리되지 않은 제방을 깎아내었으며, 약해진 제방이 결국 터져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부 주민은 인근 산업단지 조성으로 빗물이 빠르게 마을로 쏟아졌다고 지적했고, 지자체는 자연재해임을 강조하며 제방을 보수하여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당시에 촬영된 영상을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강우로 인해 하천 유량이 빠르게 늘어났으나, 제방을 넘칠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천설계기준을 넘어서는 호우로 인한 홍수였으므로 천재지변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제방이 튼튼하였더라면 약간의 침수피해를 입었을지 모르지만, 제방 붕괴로 발생하는 큰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인재(人災)와 천재(天災)가 결합된 형태의 재난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물이 빠진 후, 주민들은 콘크리트 벽과 바닥을 복구하고 장판, 벽지 등을 다시 까는 등 일상 회복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고온과 높은 습도로 인해 건물 복구·건조가 어려웠고, 논과 비닐하우스 복구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봉사단체와 외부 지원이 동원되어 건조기·선풍기 등 필요한 물품이 전달되었고, 심리적 응급치료도 병행되었습니다.

복구를 마친 후에는 마을 차원에서 재난 복구 감사 예술제가 열려 심리적 치유에도 힘썼습니다. 주민들은 피해 과정과 복구 과정, 공동체의 변화 등을 기록하고 예술로 승화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024년 8월까지도 많은 주택에서 복구가 완전히 이뤄지지 못하였고, 벽지나 바닥도 없이 임시 거주하는 집들도 있었습니다. 인력과 기상 여건 등으로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으며, 주민들은 갑천 건너편의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재해방지대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에서 마을 주민들은 복구비 부담과 트라우마를 안고 여전히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마을 교회 지난해 7월 오전 전날 내린 폭우로 침수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의 한 교회 내부가 아수라장이 돼 있다.
수마가 할퀴고 간 마을 교회지난해 7월 오전 전날 내린 폭우로 침수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의 한 교회 내부가 아수라장이 돼 있다. ⓒ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인하여 홍수가 가뭄의 발생 빈도도 증가하고, 그 정도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강릉은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런 자연재해로 인한 고통은 갈수록 늘어날 것임에 분명합니다. 기후가 산업사회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불가피한 고통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고통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입니다. 기후변화를 줄이고, 탄소중립(carbon neutral)에서 더 나아가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지향하면서, 기후가 온화한 상태(mild climate)로 되돌아가기 전까지는 기후 재난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뱅이 마을의 홍수는 제방의 관리와 상류 지역의 저류 공간 확보의 필요성을 교훈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큰 수해는 제방 붕괴로 인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2020년 섬진강에서 발생한 대규모 침수 피해도 섬진강 댐의 홍수관리에 도 원인이 있었지만, 지류의 제방 붕괴로 대량의 하천수가 농경지로 일시에 흘러 들어가서 일어난 사고이었습니다. 당시의 수위 기록을 보면 하천의 수위는 제방을 넘지 않았습니다.

2023년 여름에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 사고도 미호천의 임시제방이 터져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때도 수위 자료를 보면 하천수위는 제방을 넘치지 않는 상태이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하천구조물(제방)의 유지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방을 넘쳐서 생기는 피해와 제방이 터진 다음 물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생기는 피해는 그 양상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후자의 경우 큰 재산 피해뿐만이 아니라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상류의 유휴지를 저류 공간으로 조성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저류 공간에서 물을 담아두는 양만큼 하천의 유량은 줄어들 것이며, 하천 중·하류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외에, 각 지류 유역에 홍수를 분담시키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지류가 부담(저류)하는 양만큼 본류의 유량이 줄어들고, 본류의 제방에 주는 부담도, 범람 우려도 줄어들 것입니다.

예상한 규모보다 큰 홍수량(계획홍수량)보다 큰 홍수가 발생하면, 천재지변이므로 하천관리청(정부 또는 지자체)도 어쩔 수 없다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공공영역의 재난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합니다. 민간(주민)에게 알아서 대비하라고 맡겨두는 것은 정부의 직무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비판받을 것입니다. 정부가 주도하여 거버넌스(위험 거번넌스)를 만들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관이 민의 도움을 받는 형식이 되어야 합니다.

정뱅이 마을의 수해로부터 얻는 또 하나의 교훈은 공동체 활성화의 중요성입니다. 수해가 났을 때 지역 주민들이 협력하여 인명을 구출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이 마을에 남겨진 소중한 자산입니다. 평소에 잘 알지도 못했던 이웃이 수해복구과정을 통해 진정한 이웃이 되었으며, 마을의 문제는 주민들의 논의를 거쳐 해결하는 공동체의 문화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지기까지 몇 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한 작가의 창의적인 노력으로 물에 젖은 옛 사진, 그릇 등을 전시하여 개인의 기억을 공동체의 기억으로 만들었고, 그 공간에서 공동체가 공유하는 기억이 그들을 더욱 가까운 관계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 일을 준비하는 사람도 이 일에 기꺼이 참여하는 주민들의 마음도 마을 공동체에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정뱅이 마을은 수해를 입기 전부터 주민이 살아온 하천변 공동체입니다. 정뱅이 마을의 공동체 복원의 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전파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이들이 겪은 충격과 고통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다시 큰 비가 내려서 제방이 터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제방을 잘 관리하면 하천둑이 터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재난은 정뱅이 마을뿐만이 아니라 어디에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체계적인 재난 방어 계획, 위험 거버넌스 구축, 대피로 및 대피시설 설치, 풍수해보험과 같은 다양한 대비책이 마련되면 정뱅이 마을은 안전하고 따뜻한, 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로 거듭날 것입니다.

정뱅이 마을의 수해와 복구는 이 마을의 주민인 목원대학교 권선필 교수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수해와 그 복구 과정은 기록영화로 제작 중인데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입니다. 이 기사는 굿모닝 충청에도 실립니다.


#재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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