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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은 아프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
많은 사람들은 아프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 ⓒ nci on Unsplash

'세계 화장실의 날' 6부작을 마무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은 평생 상하수도와 인간의 배설 문제를 연구해온 국내 위생 분야의 한 원로 연구자였다. 오랜 세월 현장을 누비며 우리나라 위생체계의 발전을 이끌어온 분이다. 최근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병상에 누워 지내고 있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린 목소리는 여전히 단단하고, 연구자로서의 책임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후대의 환자들을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

그 말은 나에게 건네는 격려가 아니라, 마치 마지막으로 남기는 숙제처럼 들렸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필요하다면 내가 실험대가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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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용히 고백하듯 덧붙였다.

"병상에 누워 있으면 가장 힘든 건 통증이 아니야. 움직일 수 없어서 찾아오는 배변의 두려움과 수치심이지. 그걸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내가 먼저 시험해보겠네."

순간 가슴이 저릿해졌다. 그 말 속에는 평생을 인간의 위생 문제에 바쳐온 한 연구자의 마지막 결의와, 병상에 누워 있는 수많은 어르신들에 대한 깊은 연민이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허준의 스승 유의태 선생을 생각했다. 죽음을 앞두고 "내 몸을 해부하여 의술을 발전시키라"고 남겼던 분. 이 원로 연구자의 결의 또한 그 정신과 다르지 않았다.

병상에서 가장 무너지는 것은 '통증'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프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병상 생활이 길어지면 환자들은 전혀 다른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배변의 고통,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다. 움직일 수 없어 기저귀나 패드에 의지해야 하고, 힘을 줄 수도 없고, 심지어 모르는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할 때, 인간의 마지막 존엄이 흔들린다.

어떤 사람은 수치심 때문에 식사를 거부하고, 어떤 사람은 배변의 불안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 우리는 '통증 관리'에는 많은 기술과 예산을 투자하지만, 병상 배변 문제는 의료·간병·복지 어디에서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엄마손은 약손"이라는 오래된 지혜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이미 우리 문화 속에 있었다. 어릴 때 배가 아프면 엄마는 말없이 내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면 통증이 가라앉고, 딱딱하던 배가 서서히 풀렸다. 엄마손은 약손. 이 단순한 문장이 인류가 잊고 있었던 가장 큰 지혜였는지도 모른다. 등에는 효자손이 있었지만, 배에는 아무 도구도 없었다. 우리는 늘 배를 어루만져 주는 손길을 떠올렸지만 기술은 아직 그 손길을 따라가지 못했다.

원로 노학자가 남긴 마지막 가르침

그 원로 학자는 내 화장실 시리즈를 한 편도 빠짐없이 읽어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해주었다.

"이건 인류를 위한 일이네. 병상에서 배변의 고통을 줄여주는 일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술이지."

그 말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 문제는 단순한 발명이나 기술 개발이 아니라, 인간의 마지막 존엄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었다. 나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그 숙제를 풀 준비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술이나 방식은 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병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통증'이 아니다

누워 있는 사람의 시간은 우리보다 훨씬 느리고, 훨씬 외롭다. 그들에게 통증보다 더 깊은 두려움은, 움직일 수 없어서 찾아오는 수치심과 무력함이다. 그 원로 학자의 말처럼, 이제 우리 사회는 "배변도 인간의 존엄"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진실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병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통증이 아니다. 인간의 마지막 존엄이 흔들리는 바로 그 순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존엄을 지키는 일을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병상에서 배변 문제는 누구나 언젠가 마주하게 될 문제이지만, 사회는 여전히 이를 ‘말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취급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환자의 존엄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본질적인 사안입니다. 이 글이 많은 분들에게 보이지 않는 고통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저는 이 문제를 기술·정책·문화의 관점에서 더 깊이 다루고, 존엄을 지키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병상배변#인간존엄#요양병원#노인돌봄#배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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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오마이 물모이

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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