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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개정안은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삭제되고, 육아휴직 사용 대상 자녀 나이 기준 상향, 난임치료 위한 휴직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개정안은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삭제되고, 육아휴직 사용 대상 자녀 나이 기준 상향, 난임치료 위한 휴직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 연합뉴스

"위에서 시키면 해야지 별 수 있나..."

대한민국 공직 사회와 군대를 지배해 온 이 자조 섞인 한탄이 76년 만에 사라질 전망입니다. 정부와 국방부가 맹목적인 복종 대신 '합법적 직무 수행'을 강조하는 법 개정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25일 국회 국방위 법안소위에서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에 대한 전향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핵심은 '불법 명령 거부권'의 명문화입니다.

국방부는 법안에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 거부할 수 있고,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헌법을 준수해 명령을 발령해야 한다"는 상관의 의무도 명시했습니다. 상관의 명령이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부당한 명령 거부, 항명죄로 처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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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법이 조금만 더 일찍 존재했다면 어땠을까요.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를 위법한 수사 개입으로 판단해 거부했습니다. 돌아온 것은 보직 해임과 '항명죄' 재판이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박 대령과 같은 행동은 '항명'이 아니라 '정당한 법 집행'으로 보호받게 됩니다.

공무원 사회도 대변화를 맞습니다. 1949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이후 공무원을 옭아매던 '복종 의무' 조항이 사라집니다.

정부는 기존 법에 명시된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이를 "지휘, 감독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문체부 공무원들은 위법임을 알면서도 청와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를 따라야 했습니다. 이를 거부했던 공무원들은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당하거나 쫓겨났습니다. 이번 개정은 영혼 없는 공무원을 강요받던 이들에게 최소한의 '법적 방패'를 쥐여주는 조치입니다.

전공노 "12.3 계엄 반복 막을 안전장치"

공무원 노동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이날 성명에서 "76년간 공무원 노동자들을 옭아맸던 '복종의 의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며 "공무원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규정했던 낡은 질서를 타파하고, 위법한 지시에 대한 거부권을 명시한 이번 개정을 환영한다"고 반겼습니다.

전공노는 "상관의 지휘·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대신 합리적인 대화와 법치에 기반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겠다는 제도적 전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맹목적 복종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목격했다"며 "이번 법 개정은 공직사회가 다시는 헌법 유린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게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습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국공노)도 성명에서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상명하복'이 고착된 공직문화에 중대한 균열을 낸 조치"라며 "공무원을 수동적 집행자가 아닌 적극적·책임 있는 행정 주체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힘을 실었습니다.

"하루아침에 관료 사회가 바뀌지는 않을 것"

하지만 현실이 당장 바뀔지는 미지수입니다. 실제로 최근 공무원 커뮤니티에는 상관의 사적인 심부름이나 부당한 업무 떠넘기기를 거부했다가 '조직 부적응자'로 낙인찍혀 최하위 근무 평점을 받거나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습니다. '법적 거부권'이 있어도, 윗선의 눈 밖에 나면 조직에서 살아남기 힘든 공직 사회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단순히 법만 개정하는 게 아니라 내규와 보고 절차 등의 꼼꼼한 뒷받침도 필요해 보입니다.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만합니다. 독일 연방공무원법 제60조는 '직무상 명령의 합법성이 의심될 경우 즉시 직속 상관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그럼에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관의 상관에게까지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거부할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을 넘어, 하급자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와 면책 규정까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 법 개정은 공직 사회를 상하 주종 관계가 아닌 '직무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선언입니다. 법안은 국회 논의를 거쳐 확정됩니다. "법대로 하라"는 부당한 압박에, 떨지 않고 "법대로 거부하겠다"고 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지 주목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박정훈#항명#복종의무#공무원#국가공무원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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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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