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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8 16:30최종 업데이트 25.11.28 19:12

중국 남경 위안소 전시관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목소리를 잃었던 이들을 기억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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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찾은 중국 난징의 하늘은 맑았고 햇살은 따사로웠다. 한때 대륙의 수도여서 였을까. 역사의 흔적은 고풍스러웠고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곧 난징의 아픔을 접하게 되었다. 1937년 12월 중국 난징을 침략한 일본군은 '패잔병 처리'란 미명 하에 6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민간인 등 약 30만명을 잔혹한 방법으로 사살하였다.

난징 대학살을 기억하기 위해 조성된 '난징대학살기념관'은 내부 정비 사정으로 입장할 수 없었지만 기념관 외부에 설치된 조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조형물들은 당시 난징의 아비규환을 재현하는 듯 죽은 어린 아이를 안고 넋을 잃은 어미의 모습, 죽은 부모의 시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망연자실한 눈물, 노모의 손을 놓지 않으려는 자식 등의 모습이었다. 그 조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차리리 입장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난징 리지샹 위안소 외관
난징 리지샹 위안소 외관 ⓒ 장성수

다음날인 16일, 같은 난징 하늘 아래 '리지샹 위안소 전시관'을 찼았다. 성병 등으로 인한 일본군 전력손실 방지 및 군 사기 진작 등을 목적으로 설치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위안소. 이 곳은 '만삭 위안부' 사진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북한 박영심 할머니의 결연한 폭로로 세상에 드러났다.

전시관 정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박영심 할머니와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델로 한 조각상이, 그리고 우측 벽면에는 위안소 생존자들의 세월이 지난 얼굴 사진들이 걸려 있다. 나라가 힘이 없어 끌려갔던 우리네 누나요, 언니요, 여동생들이다. 당시 얼마나 무서웠을까. 외로웠을까. 고향에 가고 싶었을까.

리지샹 위안소 생존자 할머니들 리자샹 위안 생존자 할머니들
리지샹 위안소 생존자 할머니들리자샹 위안 생존자 할머니들 ⓒ 장성수

전시관 내부로 들어가면 당시 위안부들의 비참한 생활상이 보여진다. 이 비좁은 공간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원치 않는 행위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소녀들의 비명 소리가 그리고 체념한 듯한 멍한 표정이, 두려움에 떠는 모습들이 내 주변을 감싸는 듯하다. 그냥 멍해지며 뺨에 타고 내려오는 눈물을 미처 느끼지 못했다. 마음 한편으로는 빨리 이 장소를 떠나고 싶었다. 외면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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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면 그 당시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하나의 도구가 됐던 중국 그리고 조선 위안부 여성들을 외면하는 듯 하여 전시물과 그 해설을 곱씹으며 바라보았다. 이것이 당시 위안부 소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전시관을 나서는 곳에 이르면 눈물을 흘리는 위안부 할머니 조각상이 있다. 형식적인 행위일 수 있겠지만, 그 조각상 옆에 비치된 손수건을 들어 할머니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 드렸다.

이 여행에 함께 동행한 분이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다. 현재 철거 위기라면서 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생소한 이야기라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동두천에는 과거 미군부대와 미군 일부가 이용하던 기지촌이 위치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는 법률 상 금지되지만 이곳은 예외였다. 예외를 넘어 정부는 1973년부터 1996년까지 이 곳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을 강제로 이 성병관리소에서 관리하였다. 성매매에 대한 국가적 묵인을 넘어 미군을 상대로 한 외화벌이를 장려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어찌보면 미군의 위안부 역할을 했을 그녀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1월 20일에 찾아간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주변은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하는 듯 철조망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 앞에는 옛 성병관리소의 보존을 주장하는 단체의 천막이 '농성 450일째'를 알리고 있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농성 천막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농성 천막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농성 천막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농성 천막 ⓒ 장성수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보존 농성장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숨죽여 살며 목소리를 잃은 이들이 있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들어주고 기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역할은 당시 목소리 잃은 자들을 대변해 주지 못했던 국가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당시 목소리를 빼앗긴 이들의 이야기가 바람되어 꽃되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그 날을 고대해 본다.

#남경#위안소#동두천#성병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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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수 (jsajss) 내방

조금은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시각을 다른 분들과 거북스럽지 않을 문장으로 소통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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