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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동 상담일을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 하거나 일하다 다친 재해 노동자들이 주로 찾아 옵니다.
매해 수능시험이 끝난 11월 말쯤이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학생들의 상담이 많아집니다. 수능이 끝나고 학생들이 가장 해 보고 싶은 일 1위가 아르바이트라고 하더군요. 사실 수능 이전에도 학생들은 다양한 이유로 일을 합니다. 특히 직업계고 학생들 10명 중 4명은 최근 1년 이내에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저도 여러분들과 같이 11월의 어느 추운 날에 수능을 봤습니다. 시험 결과 발표까지 한 달이 걸렸는데요. 그동안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돌아보면 부모님에게 학비와 용돈을 받아 쓰며 소비자로만 살아가던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 몸을 써서 돈을 버는 생산 활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노동 시장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나요? 시장과 마트에서는 다양한 상품이 거래됩니다. 여러분들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순간 여러분들은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팔고 그 대가로 사장님에게 임금을 받습니다. 여러분의 노동력과 임금이 거래되는 OO몬, OO천국이 바로 노동시장입니다.
여러분이 판매하게 될 노동력 상품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적인 상품과 다릅니다. 자동차나 세탁기는 돈을 주고 산 주인이 쓰다가 고장 나면 버리고 새로운 상품을 사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노동력 상품을 돈을 주고 산 사장님은 여러분이 고장나던 말던 마구 굴리거나 함부로 대하거나 예쁘다고 만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자동차와 세탁기와 달리 인격과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력이 거래되는 노동시장에서는 노동법을 통해 여러분을 보호합니다. 일을 시작할 때 노동자와 사장님 사이에 어떻게 일을 시키고 월급을 지급할지를 정한 '근로기준법'이 대표적입니다. 이외에도 임금수준의 최저기준을 정한 '최저임금법', 일터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그리고 사업주의 성희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근로계약서는 알바의 기본
일을 시작하게 되면 근로계약을 합니다. 근로계약은 종이에 근로시간과 임금, 휴일과 휴가에 대해 근로조건을 적어 사장님과 노동자가 서명하고 노동자에게 1부를 줘야 합니다. 이는 사장님이 주고 싶으면 주고 안 주고 싶으면 안 줘도 되는 임의사항이 아니라 강제사항입니다. 안 주면 500만 원 미만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래도 사장님이 근로계약서를 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는 근로조건에 대한 대화 내용을 녹취해 두면 나중에 사장님이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대해 말을 바꿀 때 근로계약내용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의 입증 목적으로 사장님과 나눈 대화 내용을 사장님에게 알리지 않고 녹취하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근로계약을 할 때 사업주는 벌금이나 위약금을 예정한 계약을 할 수 없습니다. 편의점이나 식당 등의 사업장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대해 의무적 재직기간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임금의 일부를 위약금이나 벌금으로 공제한다는 계약이 종종 이뤄집니다. 그러나 위약예정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 20조에 따라 위약금이나 벌금을 정한 계약은 무효입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개인 사정에 의해 의무재직기간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사장님은 '이미 제공한 노동에 대해서는 전액' 임금을 줘야 합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알려주는 근로계약서 작성법 ⓒ 고용노동부
[최저임금법] 1주 15시간 이상 일했다면 주휴수당
다음은 임금입니다. 임금은 여러분이 노동을 하는 목적입니다. 학생들 중에는 다양한 사회 경험을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친구들도 있으나 그래도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중요합니다.
최저임금법은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해 그 이상을 지급하도록 강제합니다. 2025년 최저임금은 시급 1만 30원입니다. 만 18세 이상이라면 하루 8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8만 240원 이상을 지급받아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 55조에 따라 1주에 15시간 이상 일을 하기로 정했다면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휴수당은 1주에 1일 노동시간만큼 유급휴일을 보장받는 것입니다. 만약 1일 8시간씩 5일을 일하기로 정했다면 그 주 5일을 결근 없이 개근한 경우 6일치 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여러분이 1일 4시간, 한주 5일을 일하기로 정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 달 임금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요? 실제 일한 월 노동시간 86.8시간(1일 4시간×주 5일×4.34주(1달 평균 주))에 최저시급 10만 30원을 곱하면 월 87만 604원이 나옵니다. 여기에 1주 주휴수당으로 4시간씩 4.34주를 곱한 월 17.36시간에 최저시급 1만 30원을 곱하여 월 17만 4120원을 주휴수당으로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1년 이상 일을 하기로 정한 경우 3개월 내에서 수습근로기간을 정해 최저임금의 90%만 지급해도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노동은 단기계약직입니다. 따라서 1년 미만의 계약기간이 일반적인데 이 경우에는 수습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의 10%를 감액할 수 없습니다. 1년 이상 계약하더라도 편의점 판매원이나 도소매업에서 단순 판매를 하는 경우에는 수습 기간 최저임금의 10% 감액이 불가합니다.
고객을 응대하며 제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임금을 받습니다. 그러나 사장님이나 고객은 자주 착각을 합니다. 임금을 주고 노동자의 기분이나 신체까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감정이나 신체에 대해서도 막 대할 때가 많습니다. 사장님이나 상급자의 직장 내 성희롱, 고객의 감정노동자에 대한 폭언·폭행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은 사업주의 폭행, 폭언을 비롯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업주가 업무와 관련하여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때리거나 여러 차례 폭언을 하는 경우 폭행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폭행이 아니더라도 약속한 업무 범위를 넘어서 개인 심부름을 강요하거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조롱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됩니다. 사업주가 직장내 괴롭힘을 할 경우 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집니다. 피해를 당했을 경우 노동청에 신고하여 대응할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남녀고용평등법] 고객이 갑질할 때 사장님에게 분리 요청

▲지난 2020년 방영됐던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에서의 편의점 알바생 정샛별(김유정 역). ⓒ SBS
사업주나 상급자는 노동자의 의사에 반해 불쾌한 신체 접촉을 하거나 성적인 발언으로 노동자를 괴롭히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해서는 안 됩니다. 사업주나 상급자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경우 노동청에 가해자를 상대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신고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가해자가 이를 부인할 경우를 대비해 피해 사실과 자신이 느낀 고통에 대해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이나 진료를 받아 두는 것도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고객을 응대하는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대해 고객이 폭언이나 욕설과 같은 갑질을 할 경우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객과 노동자를 분리하고 고객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폭언 하는 고객의 갑질을 마주할 경우 당황하지 말고 사장님께 고객과의 분리를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사장님이 이를 거부할 경우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여 소속 학교나 노동청에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학 생활 동안 잠시 유예의 시간이 있겠지만 이제 여러분은 노동력을 판매해 그 대가로 임금을 받고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에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여러분들의 부모님이 여러분들에게 매달 넉넉한 생활비를 주거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건물에서 임대료를 받아 일하지 않고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는 노동력을 판매해 여러분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삶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마주하게 될 첫 일터에서 여러분들의 정당한 노동권을 지킬 수 있으려면 노동법을 알아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인터넷 포털에 '
청소년 근로권익센터'를 검색해 보세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고 공인노무사회가 운영하는 노동법교육 프로그램이 진행 중일 겁니다.
일터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어려움에 닥쳤을 때에는 한국노총 노동 상담소(1566-2020)나 민주노총 노동상담소(1577-2260)로 연락주세요. 여러분의 곁에서 힘껏 돕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천상담소에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