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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을 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11월 25일~2026년 1월 5일)에 관해 브리핑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은 원청·하청이 함께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교섭단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 노동조합법이 원청을 교섭상 사용자로 포함시켜 책임 범위를 넓힌 것과 달리, 시행령안은 교섭단위를 잘게 나누는 방향을 택해 상위 법률의 취지를 상당 부분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헌법이 보장하는 것은 형식적인 노동조합 설립이 아니라, 노동자가 자율적이고 대등한 위치에서 실질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권리이다. 정부와 시행령은 이 권리가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보호·지원하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원청·하청이 얽힌 현실에서 중요한 질문은 '어디까지 함께 교섭하여 실제로 근로조건을 바꿀 수 있는가'이다.

노동조합법 개정의 취지도, 영향력을 가진 원청까지 사용자 범위에 포함시켜 노동조합이 한 번의 단체교섭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게 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시행령안은 원칙적으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 간 교섭단위를 분리하고 이후 하청노조간 교섭단위를 분리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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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상위 법률이 넓힌 사용자 범위가, 하위 시행령 단계에서 다시 쪼개지게 된다. 이는 하위 법령이 상위 법률의 입법 목적과 헌법상 노동3권 보장의 방향을 집행 과정에서 되돌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위임 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교섭창구단일화는 사업장별 노동조합을 전제로 하여 가능하면 많은 노동자들이 힘을 합해 단체교섭을 하는 편이 노동자에게도 유리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방법이었다. 하지만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많은 노동조합들이 단체교섭을 시작조차 못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많은 역사적 경험은 말하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행정책임자처럼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지금의 선의나 낙관을 신뢰하기 보다 본인이 그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악용되지 않을 제도와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번 시행령안이 시행되면, 개정 노동조합법이 열어 둔 단체교섭의 가능성이 현장에서 다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러 사업장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현실에 맞는 자율적 교섭 구조를 형성해 온 점을 고려하면, 하위 법령으로 이러한 자율성을 옥죄는 방식은 헌법상 단체교섭권의 본질과 어긋날 수 있다.

현 정부가 공언해 온 "노동존중"과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그 방향성과 내용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시행령의 역할은 현장의 자율적 단체교섭을 막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뒷받침하는 것이어야 한다. 때로는 '뭔가를 더 만드는 것'보다, 이미 열어 둔 가능성을 굳이 가로막지 않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선택이다.

#김용균재단#노조법#천지선#시행령#원청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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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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