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외부 청소작업을 하던 노동자 3명이 의식불명으로 쓰러진 사고와 관련 노동단체들이 24일 포항제철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주화 중단과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 금속노조포항지부
지난 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STS 제강공장에서 슬러지 청소작업 중 일산화탄소로 추정되는 유해가스에 의한 질식 사고로 2명이 의식불명 상태인 가운데 노동단체들이 "불법파견이 만든 참사"라며 외주화 중단과 성역 없는 진상조사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북본부 포항지부와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정의당은 24일 포항제철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반복되는 포스코의 불법파견과 죽음의 외주화가 만든 구조적 참사"라며 전면적인 안전대책 마련과 직접고용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0일 발생한 사고 위치가 평소 가스가 나오지 않는 구간이지만 작업구간(피트) 하부 또는 노후 배관을 통한 가스 유입 가능성이 있는 장소였다며 작업 전 가스 측정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환기 조치나 보호구 지급 등 기본 안전 조치가 부족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당시 외주업체 노동자들은 작업구간에 있던 1전로와 2전로 모두 셧다운(가동중단) 상태라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1전로가 가동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평소 작업 전 안전점검 회의(TBM)에서 설비 가동 정보를 전달했지만 이날은 그런 안내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포스코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 파견을 금지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채 수십 년간 도급·하청 구조를 운영해 왔다"며 "불법 파견이라는 포스코의 구조적 불법이 만들어낸 예고된 참사"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금속노조 포항지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항제철소에서 지난 2016년 사망한 12명, 2018년 7명, 2022년 5명, 올해 5명 모두 하청노동자이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포스코의 사망자 87.5%가 하청업체 노동자"라며 "이 정도라면 포스코는 죽음의 공장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렇게 매년 포스코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죽어가지만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하청노동자들에게 위험을 전가해 왔다"며 "정부는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포함된 독립된 진상기구를 구성해 포스코의 구조적 원인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헸다.
임용섭 금속노조 광전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은 "기업의 제도적 구조적 문제, 책임회피, 인간생명을 경시하는 문화를 개선하지 않는 포스코가 저지른 살인"이라며 "포스코는 더 이상 노동자들의 안전에 있어서 차별당하지 않도록 진정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성역 없는 조사 보장, 수사당국의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것과 철저한 수사,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등을 요구했다.
또 포스코 내 불법파견 노동자 직접 고용, 제철소의 노후 설비·배관 등 위험 설비 전면 진단과 구조 개선을 위한 실행방안 마련 공개, 노동자가 위험을 공유하고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보장, 사고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전면적인 치료·배상·지원 등도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포스코의 불법을 눈감아주고 수많은 사고에 면죄부를 주어온 검찰·경찰·노동부 역시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포스코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 1시 20분경 포스코 포항제철소 STS 제4제강공장 야외에서 슬러지 청소 작업을 하던 포스코와 용역업체 직원 등 6명이 유독가스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사고로 1명은 의식이 돌아왔으나 2명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