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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년의 꿈 모델러 최준영 님은 어린시절부터 꿈꿔온 스타워즈의 오프닝 장면을 40년만에 눈앞에서 재현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누군가의 꿈과 소망이 담겼음을 방증하는 모습이다.
어린 소년의 꿈모델러 최준영 님은 어린시절부터 꿈꿔온 스타워즈의 오프닝 장면을 40년만에 눈앞에서 재현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누군가의 꿈과 소망이 담겼음을 방증하는 모습이다. ⓒ 최준영

영화 속 우주선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오늘날엔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 속에서 무엇이든 구현할 수 있지만, CG가 보편화되기 이전의 영화 제작사들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한 미니어처를 촬영해 스크린에 올렸다.

여기 그 시대의 흔적을 재현하려는 이들이 있다. 바로 '스튜디오 스케일(Studio Scale)' 모델링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스튜디오 스케일은 단순한 프라모델이 아니라, 영화 촬영에 쓰였던 원본 모형의 크기·구조·부품을 동일하게 복원하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하나의 '영화 제작 기술 복원'이자, 과거 시각효과의 아날로그적 유산을 재현하는 취미다.
국내에서는 소수의 마니아층만이 즐기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1970~80년대 ILM(Industrial Light & Magic)의 촬영용 모형을 중심으로 탄탄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X-WING 베이스 모델 아직 키트배싱이 되기 전의 베이스 모델을 마운트 한 모습이다.
X-WING 베이스 모델아직 키트배싱이 되기 전의 베이스 모델을 마운트 한 모습이다. ⓒ 최준영

지난 24일, 국내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러 최준영씨와 아날로그 시절의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신승현씨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이 글은 각각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우선, 이 취미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질까?

스튜디오 스케일이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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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스케일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의 공부와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어디에도 당시 스튜디오에서 사용한 모델의 상세한 자료나 매뉴얼이 없고, 단순히 사진 몇장에서 출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 국내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러 최준영

일반 프라모델은 제조사가 설명서와 부품을 모두 구성해 제공한다. 하지만 스튜디오 스케일의 경우, 원본 촬영용 모형이 이미 수십 년 전 제작된 것들도 많아 도면이 남아 있지 않을 뿐더러 실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간헐적으로 열리는 전시회 등이 유일하다. 때문에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러들은 주로 ①영화 스틸컷과 촬영 현장 사진을 분석해 치수 추정 ②당시 사용된 전차·항공기·함선·자동차 프라모델 부품을 식별 ③추정한 근사치로 모형 제작 및 사용된 프라모델 구매 후 부품 배치 ④원본 소품과 같은 도색과 웨더링 작업 등의 순서로 모형을 재현한다.

이 작업은 단순한 '모형 제작'이 아니라, 거의 고고학 연구에 가까운 재현 과정이다. 영상과 사진 몇 장을 근거로 치수와 부품을 추적하는 일은 마치 퍼즐을 푸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키트배싱 샌드크롤러 윗면에 원본 소품과 동일한 부품들로 키트배싱을 작업한 모습이다.
키트배싱샌드크롤러 윗면에 원본 소품과 동일한 부품들로 키트배싱을 작업한 모습이다. ⓒ 최준영

특히 소품의 디테일을 위해 일명 키트배싱(Kit-Bashing) 기법으로 덧붙여진 프라모델 조각들을 식별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긴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하나의 모델에도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서로 다른 프라모델 제품에서 부품을 뜯어 사용했기에 전부 완벽히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하나의 제품을 식별해내면 그 제품 안에서 사용된 또 다른 부품을 찾아내는 식으로 점점 확장해 나간다. 이렇게 찾아낸 부품들은 크기를 통해 전체 모델의 치수를 계산하는데 일조하기도 하니, 분명 이 취미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선 왜 생소할까

"예전에 해외 포럼에서 알게 된 친구에게 우연히 메일을 받았어요. 한국에서 몇 년 동안 영어 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며, '한국은 우리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정말 불모지였는데, 당신은 어떻게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링을 하고 있는지 놀랍다'고 하더라고요." - 최준영

이처럼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링은 해외에서는 꽤 오래된 취미지만, 한국에서는 생소한 분야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주된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자료 접근성. 원본 촬영용 모형 사진과 레퍼런스는 주로 해외 커뮤니티에 축적되어 있으며, 국내에서는 관련 자료를 찾기 어렵다. 해당 취미의 특성상 서로 찾아낸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대화의 장 없이 혼자서 작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SF 영화 팬층이 얇다 보니 모형 제작, 특히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링은 개념부터가 너무 생소한 단계입니다. 모형 커뮤니티 안에서도 여건이나 환경이 제대로 형성돼 있다고 보기 어렵죠. 그래서 관심 있는 몇몇 모델러들이 해외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통해 자료를 구하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적극적으로 교류하기 어려운 점이 큰 제약으로 작용합니다."
- 네이버 카페 '스타워즈' 멤버 신승현

둘째, 재료 조달 문제. 아날로그 작업이 이루어졌던 시기 생산된 프라모델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에 재고가 없어 해외 직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필요한 제품이 여러 차례 재발매가 이루어졌다면 다행이지만, 재발매 과정에서 금형이 바뀌거나 아예 생산이 중단된 경우 원본 제품을 구하기 어렵다. 희소성이 높은 제품은 부르는 것이 값인 경우도 많다.

프라모델 부품 타미야 사의 1:35 스케일 독일 8륜 전차 제품의 부품이다.
프라모델 부품타미야 사의 1:35 스케일 독일 8륜 전차 제품의 부품이다. ⓒ 최준영

"스튜디오 스케일에 쓰인 부품들은 대부분 70~80년대 빈티지 키트인데, 국내에서는 이런 제품들을 구할 수 있는 중고 시장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결국 해외 구매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제품 가격에 더해 높은 배송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가 있어요." - 최준영

셋째, 작업 공간의 부담. 촬영 소품의 규모는 30~50cm 크기부터 1m를 넘는 것도 많기에, 제작 및 전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주택 문화와 DIY(Do It Yourself, 기성품 대신 스스로 만드는 활동을 칭함) 정신이 강한 미국과 같은 해외는 창고에서 주로 작업을 진행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러한 시설을 갖추지 못한 주거 공간이 대부분이기에 입문하기까지 넘을 벽이 많다.

임페리얼 스타 디스트로이어 스튜디오 스케일로 제작된 데바스테이터(함명).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임페리얼 스타 디스트로이어스튜디오 스케일로 제작된 데바스테이터(함명).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 최준영

국내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러 최준영씨 역시 해당 취미의 공간적 부담이 진입 장벽을 높인다고 밝혔다. 그는 "공간이 넓은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서구식 주거환경에서는 상당한 크기의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을 소장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아파트 위주의 주거환경에서는 디스플레이에 상당한 제약을 갖는 것이 해당 취미가 국내에 자리를 잡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모델링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모하는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링

최근 3D 프린팅과 디지털 모델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라면 불가능했던 정교한 복원이 더 쉬워진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더는 구할 수 없는 부품을 3D 프린팅으로 대체하기도 하고, 하나하나 새기기 번거로운 표면의 패널라인을 레이저 각인으로 손쉽게 그려내기도 한다. 이처럼 낮아지는 접근성에 유입되는 모델러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3D 프린팅 기술 덕분에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사실 수백, 수천 개에 이르는 그리블리 부품들은 당시 ILM 모델러들조차 모두 기억하지 못했고, 오히려 후대의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러들이 하나하나 추적해 밝혀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부품들이 많죠.

사용된 키트가 절판되거나 가격이 너무 올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니, 3D 캐스팅이나 출력물을 활용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원형 부품을 사용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모델러들도 있지만, 이런 전통적인 선호 역시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 점차 유연해지고 있는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승현

슬레이브 1 실제 소품의 사진과 최준영 님의 작품을 비교한 사진. 놀라운 정확도를 자랑한다.
슬레이브 1실제 소품의 사진과 최준영 님의 작품을 비교한 사진. 놀라운 정확도를 자랑한다. ⓒ 최준영

그러나 스튜디오 스케일을 취미로 다루는 사람들 중에는 그 과정마저도 동일하게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두기 때문에 원본과 완전히 동일한 프라모델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정밀 고증파'도 존재한다.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사실 빈티지 킷을 구하는 데는 비용도 크고 시간적으로도 정말 큰 고통이 따르니까요. 하지만 제가 그런 방식으로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을 만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링은 단순히 크기만 맞추는 작업이 아닙니다. 영화 스튜디오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모델과 동일한 스케일, 동일한 디테일, 동일한 킷 조합으로 재현해보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찾지 못한 킷을 3D 프린팅 등으로 대체하기보다는, 그 자리를 비워둔 채 언젠가 빈 공간을 정확히 채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의미 있다고 느낍니다. 너무 고지식한 걸까요? 빈티지 킷이 익숙한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봐요. - 최준영

때문에 해당 분야는 완전한 디지털화 대신 아날로그·디지털이 혼합된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신 기술을 사용해 얻는 편리함과 정밀함도 좋지만, 본래의 아날로그 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국내 스튜디오 스케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직 한국에서는 소수의 취미지만, 관심은 꾸준히 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제작 기술의 발전과 보편화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점이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SNS에서 제작 과정을 공개하는 해외 유저들의 게시물을 접하거나, 국내 스타워즈와 같은 sci-fi영화나 모형 카페에서 서로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링 분야에 대해 가진 지식을 공유하며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스타워즈를 비롯한 빅 프랜차이즈의 팬덤 확장과 더불어, 스튜디오 스케일 역시 자연스럽게 알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스튜디오 스케일은 단순한 '모형 제작'을 넘어, 시각효과의 역사·영화 제작 기술·팬 문화가 결합된 복합적인 취미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필요한 건 사람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수집으로만 이어지는 모습보다는, 방송이나 미디어, 유튜브 같은 데서 바이럴이 한 번 일어나면 팬덤도 늘고 입문자도 훨씬 많아질 거예요. 요즘 곳곳에서 빈티지·복고가 유행이기도 하니까요." - 최준영

국내 모델러가 말하는 '스튜디오 스케일'

표면 디테일 키트배싱 후 프라이머로 도색한 모습.
표면 디테일키트배싱 후 프라이머로 도색한 모습. ⓒ 최준영

마지막으로, 스튜디오 스케일을 즐기는 국내 모델러 최준영씨에게 해당 취미에 대한 짧은 질문 몇가지를 던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어떻게 해당 취미에 입문하시게 되었는지?
"저는 주로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같은 SF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을 좋아해서, 스크래치빌드로 직접 재현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이 거의 없던 시절 스톱모션용 모형들이 가진 아기자기함과 손맛에 매료된 것도 이유고요. 요즘의 CG 기반 우주선들은… 뭐랄까, 현실감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요. 사실 70~80년대에 만들어졌던 우주선들도 ILM 같은 스튜디오의 프로 모델러들이 손작업으로 만든 결과물이잖아요. '그렇다면 나도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취미이기도 합니다."

- 해당 취미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링은 박물관의 조각이나 미술품의 진품, 혹은 완벽한 레플리카를 소장하고 싶은 마음처럼, 오래된 SF 명작 영화에 실제로 쓰였던 우주선이나 캐릭터를 그대로 집에 들여놓는 경험을 원하는 분들을 위한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영화를 보면서 '우리 집에 똑같은 게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즐거움이죠."

- 현재 스튜디오 스케일로 작업 중이신 작품이 있는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작업해오다 보니,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링은 킷배싱 정보 조사부터 크기, 난이도까지 고려했을 때 1~2년 만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도 슬레이브 원, 샌드크롤러, 타이파이터, 그리고 스몰 블로케이드 러너까지 여러 작품을 동시에 조금씩 작업하고 있는데요. 사실 대부분 착수한 지 10년이 넘은 모델들입니다. 언제 완성될지도 저 스스로 잘 모르겠어요. 하하."

- 가장 제작해보고 싶은 스튜디오 프랍이나 해당 취미에서의 목표가 있다면?
"새로운 희망 버전의 스타 디스트로이어는 이미 만들어봤으니, 가능하다면 언젠가 8피트짜리 제국의 역습 버전을 제작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만든 모델의 두 배 길이에, 부피로는 몇 배가 되는 규모라서요. 실제로 해외에서도 도전했다가 함교 부분만 만들고 포기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사용된 프라모델 제품 전부를 찾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설령 완성한다고 해도 전시할 공간이 없을 거고요. 하하. 이제 50대 중반이다 보니, 365일 제작에만 몰두한다고 해도 평생 안에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스타워즈#모형#프라모델#취미#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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