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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축제가 생기고 사람들은 그 축제의 물결을 따라 몰려 다닌다. '축제 공화국' 이니 '축제 만능'이니 하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농경 문화 속에 유지된 씨족 사회의 전통이 무너지고 공동체보다 개인 우선주의가 된 현대 사회에서는 마을 축제 같은 이벤트가 공동체 문화를 지탱하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충남 부여군 충화면은 계백 장군이 태어나고 무술을 수련했던 천등산이 있는 유서 깊은 곳이지만 부여군에서 인구가 가장 적고(약 1200여 명) 변두리에 있어 군민의 관심에서도 벗어난 지역이다. 이런 고정 관념을 불식시키고 충화면을 도약의 발판에 올려놓기 위해 오는 29일 토요일 충화면 서동요역사관광 단지에서 주민 주도형 첫 축제, '충화서동요 저잣거리 난장판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다. 충화면민들이 콘셉트를 정하고 기획하는 전 과정에 손수 참여했다.

주민이 직접 기획하는 축제

충남 부여군 충화면 서동요 드라마 촬영장 저잣거리 드론으로 찍은 충화서동요 저잣거리 모습. 이곳에서 오는 29일 토요일 충화 사람들이 주도로 첫 난장판 페스티벌이 열린다.
충남 부여군 충화면 서동요 드라마 촬영장 저잣거리드론으로 찍은 충화서동요 저잣거리 모습. 이곳에서 오는 29일 토요일 충화 사람들이 주도로 첫 난장판 페스티벌이 열린다. ⓒ 오창경

5년 전부터 충화면에서는 기초생활거점사업을 시작해 올해 거점센터 건물을 신축하며 역량 강화 사업을 동시에 진행해 왔다. 충화면민 20여 명은 유명 강사들에게 축제 기획 관련 강좌를 수강하며 문화적 역량을 쌓았다. 그 결과 문화 기획단을 구성해 지난 9월부터 지역 자원과 연계한 충화면 주민주도형 첫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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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화 사람들은 축제의 소비자에서 주최자로 첫 무대를 준비하면서 어떤 주제로 사람들에게 '충화' 라는 지역을 알릴지 고민했다. 다행히 충화에는 최근 귀농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젊은 인적 자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최근 세계적인 문화 이슈로 떠오른 'K팝 데몬헌터스(아래 케데헌)'를 충화 <서동요> 세트장의 옛 모습과 결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주제로 몇 달간 회의하며 토론하는 동안 주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케데헌이 우리 민족 정서의 기반인 토속 신앙을 소재로 K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친숙하지 못한 고령화가 깊은 시골 마을의 정서와는 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충화면에 대한 깊이 있는 자원 조사에 돌입했다. 충화문화기획단에서는 <서동요> 사극 드라마 세트장이 전국 세트장 중에서 저잣거리 촬영지로 특화된 곳이며 근처에 있는 팽개 바위의 전설에 주목했다.

세트장은 2006년에 백제의 왕자 서동과 신라의 공주의 사랑을 테마로 한 <서동요> 라는 드라마를 위해 지어진 세트장이다. 당시의 유행이었던 세트장 관광 열풍을 반영한 정책이었다. 충화 사람들의 곁에 항상 있었지만 활용을 고민하지 않았던 곳이다.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저잣거리 장면을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충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챗지피티 활용 수업 부여군과 한국농어촌공사가 발주한 기초거점역량강화 사업으로 축제 기획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있다,
충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챗지피티 활용 수업부여군과 한국농어촌공사가 발주한 기초거점역량강화 사업으로 축제 기획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있다, ⓒ 오창경

"저잣거리는 떠들썩한 난장판으로 만들면 되는데 팽개바위는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누군가 이런 말을 툭 던졌다.

"우리는 축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초보들이니까 실수해도, 어설퍼도 용서가 될 것 같은 제목인 '난장판'이란 키워드를 그냥 쓰면 어떨까요?"

'난장판'이란 제목은 이렇게 나왔다. 충화 사람들이 자주 모여서 대화하는 동안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었다. 집단의 힘은 이런 효과를 발휘한다.

"옛날 저잣거리라고 불렸던 장터의 모습을 재생하고 그 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즐기는 축제로 하지요. 충화 만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능력으로는 아직은 역부족이에요."

충화문화기획단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무수한 의견들이 오갔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든든한 동지애가 생겼다.

축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과 잘 몰랐던 사람들이 '축제'라는 키워드로 뭉쳐가기 시작했다. 원래 살던 사람들과 최근 이사 온 사람들도 서로 이해하고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공동체는 어떤 일을 기획하고 논의하는 이런 자리에서 싹이 텄다. 축제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주최자들만이 느끼는 보람과 성취감 외에 탄력적인 마음도 생겼다.

공동체의 마음이 강화될수록 단원들의 마음도 커졌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역량 강화 사업으로 지원되는 예산으로는 충화 사람들의 마음을 다 충족시킬 수 없었다. 고민하는 동안 충화주민자치회의 연례 행사인 '효 잔치' 날짜가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저 방금 떠오르는 생각이 있는데요. 말씀드려도 될까요?"

몇 해 전 귀농한 김은환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 행사를 주민자치회 효 잔치와 결합해서 진행하면 비용도 절약되고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요?"

의견은 즉시 주민자치회 신태현 회장과 기초생활거점주민위원회 박종만 위원장을 회동하게 했고 결단이 내려졌다. 주민자치회에서 효 잔치 날짜를 조정하고 서동요 역사관광단지 운영 주체인 부여군 시설관리공단 일정을 고려해 두 단체의 협업이 타결되었다. 일반적으로 단체 간의 협업은 서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욕이 앞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 충화를 알리기 위한 대전제 앞에서는 뭔들 못하겠어요. 인구가 가장 적은 면에서 이루어낸 큰 성과를 위해 앞장서자고 했더니 충화 자치위원들이 한마음을 모아줬어요."

주민자치회 신태현 회장 역시 문화기획단 회원으로 지난 여름 함께 축제 관련 수업에 참여한 바 있다. 해마다 때가 되면 진행하는 연례 행사는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의 매뉴얼에 단체들이 따르는 식이었다면 이번 축제는 전례 없이 순수 주민주도형이 됐다.

"최근 축제장의 음식값 바가지 논란도 문제지만 그냥 퍼주기 행사도 좋지는 않아요. 우리는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장터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인절미와 부침개, 호떡 등의 먹거리와 충화 대표 농산물인 군밤 등을 개인과 단체가 가벼운 가격으로 판매하고 수익금은 기부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원주민 단원의 의견은 축제 먹거리존에 적용하기로 했다.

축제의 소비자였던 충화 사람들이 축제 주최자로 위치가 전환되자 시간이 갈수록 양질의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역 가수들과 마술사로 전국 무대를 누비면서도 축제 기획과 AI 관련 강의를 하는 신석근 마술사를 초대했고, 그림을 그리며 공연하는 라이브 페인팅 팀도 도와주겠다고 했다. '부여 싸이' 로 급부상하고 있는 '싸이펀' 도 충화 사람들의 난장판에서 놀아주겠다고 했다. 각 단체장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역할 분담을 맡기는 일들도 착착 진행되었다.

노인회 도움으로 '계백장군의 무기' 체험 준비도

충화문화기획단 사람들이 전문 강사로부터 축제 기획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 여름부터 시작한 축제 기획에 관한 수업에 열중하는 충화 사람들
충화문화기획단 사람들이 전문 강사로부터 축제 기획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다.지난 여름부터 시작한 축제 기획에 관한 수업에 열중하는 충화 사람들 ⓒ 오창경

"지난번 축제 수업에서 일단 아들, 며느리 손주들부터 알리고 데리고 오라고 했잖아유. 한 집에서 6~7명 씩만 데리고 오면 그 숫자도 무시 못하겠네. 요즘 세대들은 인터넷인가 SNS인가 그런 걸로 사람을 모은다며..."

이런 식으로 세대별로 각자의 방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충화면 관련 동창회와 향우회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전형적인 홍보 방법도 동원하기로 했다. 외부 관광객의 유입도 중요하지만 충화 안팎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축제로 모양새를 갖추기로 했다. 관련 사람들이 뭉치고 알리는 힘이 작용하는 원리를 충분히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도 뭔가 아쉬운 것이 있었다. 축제에는 꼭 있어야 한다는 '킬러콘텐츠'가 없었다. 먹고 노는 것의 한계를 극복할 콘텐츠가 떠오르지 않았다.

"팽개 바위는 계백 장군과 군사들이 뒤로 돌아서서 돌을 던져서 바위 넘기기를 통해 전투 훈련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거든. 우리 어릴 적에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돌깨나 던졌지."

비운의 패장이라는 수식어에도 용감무쌍했던 어린 시절 계백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충화 사람에게는 여전히 그는 무적의 용장이었다. 무에타이 유단자인 김은환씨가 계백이 살았던 서기 600년 무렵의 무기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내놓은 끝에 충화문화기획단에서는 충화 노인회의 도움을 받아 '계백 장군의 무기'를 주제로 한 역동적인 체험과 놀이를 선보이기로 했다.

충화 들녘을 성큼성큼 다니며 논에서 피를 뽑고 경운기로 밭을 갈던 젊음을 내려놓고 노인회관에서 치매 예방 고스톱에 열중하던 어른들은 '계백의 무기'라는 말에 꽂혔다. 다음 날부터 노인회관 한구석에는 대나무가 막대기가 등장했고 노끈들이 굴러다녔다. 뭔가 재미있는 일을 벌일 것 같은 조짐이 보였다. 난장판 축제에서 충화 노인회의 놀거리 체험존은 아마도 가장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오는 29일, 토요일 부여군 충화면 '서동요 역사 관광단지 난장판 페스티벌' 에 빨간색 동그라미를 그려주기 바란다.

#충남부여군충화면#충화서동요난장판페스티벌#계백장군#저잣거리#서동요드라마촬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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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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