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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미술 갤러리 '서정아트센터'의 폰지사기(다단계 금융 사기) 의혹에 대해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가운데 해당 사건 관련 의심을 받는 한 작품이 경매에 나오면서 피해자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작품의 소유자가 바뀌면 피해 보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내 미술품 경매사인 A사는 오는 24일 오후 7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경매가 진행된다고 예고했다. 경매 시작 가격은 25억 원이다. 그러나 해당 작품이 최근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로 피소된 서정아트센터 이아무개 대표 사건에 연루된 작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정아트센터가 고가의 미술품을 여러 투자자들이 나눠서 소유하게 하고 지분 만큼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아트 테크'로 해당 작품을 수십 명의 투자자들에게 분할 판매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B씨는 지난 2024년 7월 서정아트센터 이아무개 대표와 해당 작품에 대한 '미술품 공동구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B씨가 이 대표에게 1억 4천만 원을 지급하고 작품의 소유권 지분 중 1.75%를 획득하는 계약이다. 계약서에는 서정아트센터가 매수금액에 대해 연 9.6%의 저작권료를 매월 25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새로운 투자 트렌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기?

 서정아트센터 이아무개 대표와 또다른 피해자가 작성한 '미술품 공동구매 계약서'
서정아트센터 이아무개 대표와 또다른 피해자가 작성한 '미술품 공동구매 계약서' ⓒ 제보자

평소 자주 방문하던 서정아트갤러리에서 그 작품이 걸려 있는 걸 직접 보았다는 B씨는 "해당 작가의 그림은 너무 유명하고, 투자할 때 삼성화재에 (미술품) 보험 가입도 되어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라며 "진품인 것도 확인되어 있고, 투자가 안정적이라고 믿고 계약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정아트센터는 2021년 열린 한 디자인위크에 해당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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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월 25일 지급되던 저작권료는 지난 4월 25일을 마지막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아무개 대표는 5월 20일 계약 중개업체 등을 통해 "국세 체납으로 인해 법인 통장이 압류되었다"며 "6월 30일까지 국세청과 조정을 하겠다. 참고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B씨는 "5월 이전까지 한 번도 사고가 없었고 저작권료 지급이 밀린 적도 없었다"면서도 "점점 이상하다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B씨는 5월 21일 서정아트갤러리에 항의 방문했으나 모든 작품들과 집기가 사라진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대표는 그 이후 아무런 연락을 받지 않았고, 작품의 행방조차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러던 중에 며칠 전 미술품 경매 홈페이지에서 그 작품이 경매에 올랐다는 소식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은 B씨 뿐만이 아니다. C와 D씨는 각 2억 원을, E씨는 1억원을 이 대표에게 지급하고 소유 지분 2.5%, 1.25%를 획득했으며 연 12%, 9.6%의 저작권료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일부 피해자들의 계약서를 보면, 사실상 원금을 보장하는 듯한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임흥준 변호사는 "원금보장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를 기준으로 할 때 문언 만으로도 (이 대표의) 유사수신 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이 대표와 이러한 내용의 미술품 공동 구매 계약을 한 투자 피해자는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와 투자자들 사이의 계약 중개를 맡은 F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피해규모만 해도 3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미술품을 분할 소유해서 수익을 얻는 소위 '아트 테크'는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서정아트센터 역시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갤러리에서 직접 작가를 육성한다. 작가의 그림을 저렴한 값에 구매해서 시장에 판매해서 이윤을 남기고 투자한 고객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서울 한남동에 새로운 전시관을 짓고 있다. 전시 수익과 아트 투자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고객들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선 투자자의 지급금을 충당하는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에 가깝다는 것이 미술 전문가의 의견이다.

현재 B씨는 피해자 70여 명과 함께 이 대표를 사기 혐의로 지난 6월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한 상태다. 서울경찰청이 광역수사단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고, 오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변론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불법적인 일 양산하는 사례가 될 수도..."

 서울경찰청 전경
서울경찰청 전경 ⓒ 연합뉴스

서정아트센터 이아무개 대표와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등을 공동 구매하는 계약을 했다는 피해자 G씨는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출품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이 경매가 현금화를 시도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면 옥션(경매)에서 다른 작품들도 줄줄이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범죄에 연루된 작품이 판매되면 투자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호소했다.

임흥준 변호사는 "만약 A사 혹은 낙찰자가 (사기 혐의에 대한) 사정을 잘 알았다면 강제집행면탈죄의 방조범이 될 수도 있고 적극 협조했다면 민사상 불법 행위나 채무 불이행(선과주의의무 위반)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면서도 "단순 중개, 경락만으로 경매 업체에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금액이 매우 크기 때문에) A사에서 법률적 검토 없이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에 연루된 작품의) 피해자를 도외시 하는 점이 아쉽다. 적어도 피해자들이 납득 가능하게 판매자만이라도 공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혹여 불법적인 일을 (경매업체가) 양산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국내 미술품 경매 A사는 18일 <오마이뉴스>에 "해당 작품은 정상적인 경매 출품 절차를 거쳐 출품되었으며, 검토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서정아트센터 부분까지 모두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이 (경매에) 위탁되고 출품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피해자들은 작품을 소유한 사람이 서정아트센터 대표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나"라는 질문에는 "판매 위탁자가 누군지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 다만 서정아트센터 대표는 아니고, 작품을 위탁한 분이 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트 테크' 사기 피해 호소는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2천억 원대 피해를 낸 갤러리K 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5일 사기 혐의로 검찰 송치됐으며 사기 혐의로 피소된 지웅아트갤러리 회장 정아무개씨는 지난 3월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 받았다. 이외에도 국내 다수의 아트 갤러리 대표들이 사기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서정아트센터#아트테크#경찰수사#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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