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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을 막아보겠다며, 매년 1조 원 이상의 정부예산(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역으로 쏟아지는 시대.

지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청년들에게는 정주비용이 지원되고, 로컬 크리에이터나 지역 창업자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금과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활동명 '아신'. 2003년부터 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가 20년 넘게 현장을 누비며 '로컬'을 고민해 온 조양호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대표는 "모두 다 필요한 일"이라 면서도 "다만, 지역을 단순히 비즈니스 기회 정도로만 여긴다면 지역은 새로운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할 뿐 우리 시대가 원하는 변화는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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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이렇게 반문했다.

"지역에 까페를 차리고, 그 까페에 사람이 많이 찾아와 돈을 번다고 해서 그 지역이 정말로 바뀔까요?"

업종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숙박업이라고 다르지 않을 거예요. 건물 하나 사서 숙박시설 만들고 관광객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시키면 지역이 바뀔까요? 그렇지 않거든요."

이쯤 되니까 궁금해진다.

"그럼 도대체 지역이 바뀐다는 게 뭘까요?"

기자가 묻자, 조양호 대표가 웃으며 말한다.

"어렵죠?(웃음) 근데 거기서부터 시작해야해요.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 경험해보니 지역이라는 곳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더라구요. 내가 어느 날 '정답'이랍시고 아이디어 하나 가지고 와서, 한번에 바꿀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어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어도 지역에서 부딪히면서 다시 시작해야 할 거예요."

조 대표는 "우리 시대에 지역이 처한 현실 자체가 굉장히 복합적"이라며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누적돼 온 구조적 불균형, 그리고 '지역'이라는 단어에 덧씌워진 편견과 거리감 등 다양한 요소들이 엉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지역소멸이라는 게 지역에 단순히 돈이 돌지 않아서,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역량이 부족해서 이런 사달이 난 게 아니에요. 뒤집어 보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붇고, 눈에 띄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식한다고 해서 갑자기 확 살아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죠."

이런 이유로 조양호 대표는 지역에는 단순히 '정답'을 가지고 왔다고 말하는 이가 아니라, 지역이 처한 현실 앞에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제대로 던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지역이라는 공동체를 어떻게 운영해가고 있나?'
'나는 이들과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인구 감소 상황에서 서울 외 지역의 삶은 어떻게 재구성돼야 하는가?'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지역과 지역을 연결해볼 수는 없을까?'
'지역의 정치와 경제, 행정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역사회를 기록하는 관점과 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래서 도대체 지역이란 무엇인가?'

그는 말한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지난 6일, 서울 부암동에서 조양호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 다음날, 아름다운재단과 주식회사 유디임팩트 그리고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가 체결한 '중요한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리산에서 올라온 조 대표와 함께 지역에서 만들 수 있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에서 시민운동 하다 온 내가 지리산에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조양호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대표
조양호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대표 ⓒ 아름다운 재단

2012년, 조양호 대표는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주민들과 함께 마을까페 '토닥'을 만들었다. 그가 자신의 삶터를 지리산 자락으로 옮긴 지 10년이 되던 해기도 했다. 마을사람들을 대상으로 커피나 차를 판매하는 줄만 알았던 '토닥'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었다. 조 대표는 "강연회, 공연, 모임을 열고 책을 팔면서 마을 주민과 청소년들에게는 쉼터이자 책방이고 사랑방이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작 까페를 열 때만 해도 조 대표에게는 그런 명확한 목표와 계획은 없었다. 그는 "그저 지역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지역 주민들을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을 뿐인데 까페는 어느덧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토닥'은 조양호 대표가 지리산에 내놓은 '답'이 아니라 그가 지리산에서 던진 '질문'의 산물이었던 것.

자금을 어떻게 모을 것이며, 또 까페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등 조 대표가 내리지 못한 답도 적지 않았지만, 그 빈 공간은 지역 그리고 주민들이 채워줬다.

"돌이켜보면, 서울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제가 지리산에서 카페 '토닥'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카페를 열기 전 10년 동안 그 마을에서 살아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알고 지낸 동네 지인들이 두 달 동안 공사에 함께 참여하고, 후원금을 모아주기도 했어요. 단순히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주민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며 진짜 '주민'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만약 제가 갑자기 아이디어 기획서 하나 들고 그 동네에 가서 카페를 연다고 했다면, 과연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잠깐 장사는 할 수 있었겠지만 그건 아마 어려웠을 거예요."

비록 토닥은 2023년 카페로서의 기능은 접고 모임공간 겸 책방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씨앗을 틔운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은 여전히 지리산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연결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에서 배움·소통·나눔의 문화를 확산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지리산포럼'과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을 통해 지리산권을 넘어 전국의 작은변화 활동가들을 연결하며 이웃이 서로 돕는 공동체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동료가 되고파

그래서 "단순한 답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조양호 대표는 현재는 그 답을 '교육'에서 찾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으로 내려가기 전,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게 될 '교육 프로그램'을 매개로 '지역을 바꾼다는 게 뭘까',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바꾸려고 하는 '지역'은 어디이며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의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이미 로컬 관련 교육이 많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조양호 대표.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교육이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방법이나 기술, 콘셉트 설정, 관광이나 공간, 디자인 등에 집중돼 있다"면서 "지역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비영리활동가 학교 엣지가 준비 중인 계획을 소개했다.

엣지는 교육기관이다. 비영리 분야의 활동가들에게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학습과 교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2024년 문을 열었다. '신입', '중견', '리더' 등 활동가의 전 생애주기별로 '학과'를 설치해 맞춤형 교육콘텐츠와 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을 포함해,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소속 11개 지원조직이 '컨소시엄' 형태로 함께 운영한다. 덕분에 사회혁신과 시민운동, 로컬 등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활동가들이 모두 학교의 운영진과 교무진으로 합류했다.

당장 20년 이상 지리산에 거주하며,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의 이사장으로 지리산권역과 전국의 활동가들을 연결하는 지리산포럼을 운영해온 조양호 대표와 서울시NPO지원센터장 시절, '비영리스타트업' 개념을 제시해 작고 빠른 혁신적 지원조직을 육성·지원했던 정란아 한국시민사회조직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이 총괄기획을 맡았다. 이밖에도 서울·경기를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충북 등 각각의 지역에서 현장과 지역의 의제를 깊이 이해한 전문가들이 교무진으로 참여해, 지역의 특수성을 살리면서도 지역 간 연결과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소재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지역변화를 위한 비영리 활동가 역량강화 아카데미' 기부 협약식 자리. 왼쪽부터 김정헌 유디임팩트 대표, 정란아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총괄기획, 조양호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대표,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소재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지역변화를 위한 비영리 활동가 역량강화 아카데미' 기부 협약식 자리. 왼쪽부터 김정헌 유디임팩트 대표, 정란아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총괄기획, 조양호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대표,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 아름다운 재단

인터뷰 다음날(7일), 조양호 대표가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에서 김정헌 주식회사 유디임팩트 대표,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과 손을 잡았다. 엣지는 유디임팩트,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지역 변화를 위한 비영리 활동가 역량 강화 아카데미(아래 아카데미)'를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유디임팩트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실행 전반을 협력자로서 지원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재정과 사업 전체의 프로세스를 관리하면,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가 사업 기획과 교육 커리큘럼 개발·운영 및 온·오프라인 교육 총괄을 맡아 실제 교육 실행을 담당하는 식이다.

아카데미는 ▲ 지역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기초 교육 ▲ 국내외 사회문제 해결 사례를 다루는 심화 콘텐츠 ▲ 참여자 간 네트워크 구축 등 주제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는 사유의 공간이자 연대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특히 파트너 기관인 유디임팩트는 창업가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언더독스'를 모태로 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조 대표는 언더독스에 대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업가들이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며 이번 협력에 대해 "언더독스가 진행하는 창업가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교육 모델을 만들자는 공감대에서 시작된 만큼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양호 대표는 "아카데미는 결국 교육을 매개로 사람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이자 엣지의 미션"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시민운동을 시작하던 시절만 해도 활동의 중심에는 늘 몇몇 특출난 인물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그런 한두 명의 뛰어난 활동가들이 시민사회를 이끌어왔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예전처럼 스타 활동가가 대신 '사회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죠. 덕분에 다루는 이슈도 훨씬 다양해졌고요. 이 평범한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 엣지의 핵심입니다. 변화를 만들어가고픈 모든 시민들에게 엣지가 좋은 동료가 됐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연희문고에도 실립니다.


#조양호#아신#엣지#아름다운재단#유디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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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희문고 정재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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