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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3 15:44최종 업데이트 25.11.23 15:44

기후를 '게임'으로 바꾼 서울대 학생들

웃으며 배우는 기후시민과학

[이전기사]
기후위기는 기술 문제 아닌 사람과 시스템의 문제", 서울대생들의 도전 https://omn.kr/2g3i9

11월 4일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마당.

"꼬치를 꽂으세요!"
"친환경 보일러 설치 지원 사업 정답입니다!"

부스에서 들려오는 이 낯선 외침에 학생들이 하나둘 멈춰 서기 시작한다. 기후위기 행사라기엔 지나치게 활기차고, 게임 행사라기엔 지나치게 교육적이다. 이 독특한 풍경의 중심에는 서울대 학생사회공헌단의 기후 프로젝트 '기웃기웃(Giut-Giut)'팀이 있었다.

서울대학교 학생공헌단의 기웃기웃부스 부스에서 여러가지 게임을 재미있게 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내용과 대응방안을 함께 고민한다. 단순한 주입식보다는 게임을 통하여 재미있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공헌단의 기웃기웃부스부스에서 여러가지 게임을 재미있게 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내용과 대응방안을 함께 고민한다. 단순한 주입식보다는 게임을 통하여 재미있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 한무영

그리고 그들은 아주 단순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기후 이야기를 딱딱하게 하면 아무도 안 와요. 그래서 우리는 '웃으며 배우는 기후행동'을 하고 싶었어요." 기웃기웃 팀장 박윤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꼬치의 달인+재활용수... 기상천외한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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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기웃 부스의 메인 프로그램은 '꼬치꼬치 기후를 묻다(Pick & Poke with Giut-Giut)'. 이름다운 재치가 숨겨져 있지만 구조는 꽤 과학적이다. '꼬치의 달인'이라는 보드게임 형식에 조경용수·농업용수·세척용수·냉각탑 냉각수 등 4가지 재활용수 개념을 접목했다.

학생들은 작은 재활용수 카드를 보고, 해당 용도에 맞는 꼬치를 꽂는 방식으로 게임에 참여했다. 처음엔 단순한 놀이처럼 보였지만, 줄이 길어질수록 학생들의 질문은 점점 깊어졌다.

"냉각탑에서 물이 얼마나 쓰여요?"
"재활용수가 법적으로 어떻게 관리돼요?"
"이걸 학교에서도 할 수 있나요?"

윤서 학생은 말한다. "줄글로 설명했다면 300명이 넘는 참여는 절대 불가능했을 거예요. 하지만 게임이 되니까, 그냥 다들 '해보고 싶어서' 와요."

이날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학생이었다. 그들은 '수도계량기', '에너지바우처', '동절기 취약계층' 같은 단어들에 난관을 겪었지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energy voucher'가 정확히 뭐예요?"
"계량기 동파가 한국에서 이렇게 흔한가요?"
"이 정보가 어떻게 취약계층에게 전달되나요?"

윤서 학생은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영어로 진행을 하면서도 참가자들께서 충분한 정보와 재미를 얻어가실 수 있게 많이 노력했습니다." 게임이라는 언어는 국적과 언어를 뛰어넘었고, 기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연결의 경험'으로 바뀌어갔다.

챗봇, 책갈피, 보온커버 DIY...

"기후위기를 정보와 물건으로 바꿔 전달하다" 기웃기웃 프로젝트는 단순한 행사용 이벤트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부스를 떠나며 자석 책갈피와 QR코드를 받아 갔다. 이 QR은 기후정보 챗봇으로 연결된다. 기후취약계층을 위한 다음 정보들이 포함돼 있다. 한파 건강관리, 주변 한파쉼터 위치, 에너지바우처 정보, 동절기 안전 수칙, 수도계량기 관리법 등이다.

기웃기웃 부스 선물용 책갈피 부스 방문자들이 가장 좋아했던 선물이다. 안쪽에 자석이 있어서 책갈피가 된다. QR 코드를 찍으면 언제나 질문과 답을 알 수 있다. 10원짜리 동전은 크기 비교용.
기웃기웃 부스 선물용 책갈피부스 방문자들이 가장 좋아했던 선물이다. 안쪽에 자석이 있어서 책갈피가 된다. QR 코드를 찍으면 언제나 질문과 답을 알 수 있다. 10원짜리 동전은 크기 비교용. ⓒ 한무영

이 책갈피를 받아간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이거 우리 할머니께 드리고 싶어요. 챗봇까지 연결되면 정보가 훨씬 편하겠어요." 윤서 학생은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아, 우리가 만든 것이 진짜 누군가에게 닿는구나."

겨울이 되면 수도관이 얼어 파손되는 문제는 반복되지만, 취약계층에게는 보온재 구매나 정보 접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창의팀 학생들은 직접 동파 방지 보온커버를 설계하기로 결심했다.

전공이 모두 다르다 보니, 더 조심스럽고 치열했다. 보온재 조합을 찾기 위해 교내 실험실을 대여해 실제로 동파 실험까지 진행했다. "이 보온재가 실제로 얼음을 막을 수 있을까?"를 서로 묻고 또 물었다. "실험 결과가 잘 나왔을 때 다들 정말 기쁘고 놀랐어요. 우리가 만든 게 누군가의 집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행복했어요."

공학적 배경이 많지 않은 학생들이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실험은 더욱 뜻깊었다. 기후기술이 전공의 벽을 넘어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실천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웃으며 배울 수 있을 때, 기후 이야기는 더 멀리 간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웃기웃은 그 간극을 '웃음'과 '놀이'로 좁혔다. 윤서 학생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기후 이야기가 꼭 심각하고 딱딱할 필요는 없어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그 이야기는 더 멀리 갑니다. 웃음은 연결을 낳고, 연결은 관심을 만들고, 관심은 행동을 불러와요."

기후위기는 언제나 '너무 크고 너무 무거운 문제'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그 무게를 감각으로 바꾸고, 그 감각을 행동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냈다. '기웃기웃'이라는 이름처럼, 기후를 기웃대고, 이웃을 기웃대고, 웃음을 기웃대는 방식으로. 서울대에서 시작된 이 작은 실험이 앞으로 더 많은 대학, 더 많은 시민에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서울대학생#기후게임#게미피케이션#기후시민과학#서울대학교사회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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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오마이 물모이

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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