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례실에서가족 단위로 졔사를 모실 수 있는 제례실에서 유족들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제단에 올리고 절을 하고 있다. 영정사진은 국립현충원에서 제공한 오희옥 지사와 부군 김창득 선생 영상 모습 ⓒ 이윤옥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목소리가 마음속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오희옥 여성독립운동가! 그 이름을 당당하게 후손에게 남기고 가신 자랑스러운 나의 어머니. 어머니는 당시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길을 걸으시며 강인한 의지와 뜨거운 나라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어머니, 저에게 어머니는 세상 누구보다 멋지고 존경스러운 분이셨습니다. 이제 곁에 계시지 않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과 굳센 정신은 제 안에, 그리고 우리 가족과 국민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언제나 그립고 사랑합니다." -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막내 딸
지난 16일 오후 4시, 국립현충원 충혼당에서 열린 오희옥 지사 타계 1주기 추도식에서 막내 딸이 전한 추도사다. 오늘 11월 17일은 제86회 순국선열의 날로, 1년 전 오늘 오희옥 지사는 우리 곁을 떠났다. 유일한 생존 여성애국지사였던 오 지사는 병상에서도 '힘내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국민에게 희망을 전했다. 그가 떠나신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유족들이 마련한 조촐한 추도식에 참여하기 위해 찾은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황금빛 은행잎이 마치 카펫처럼 곱게 깔려 있었다. 가을 끝자락의 쌀쌀한 바람이 은행잎 사이로 스쳐 지나갔다.
지난 1년 동안 일본에서 참배를 위해 방문한 마츠자키 에미코(일본 고려박물관 운영위원)씨를 안내하며 서너 번 들렀던 기억이 있다. 그때마다 효성스러운 자녀들이 번갈아 가져다 놓은 꽃들로 납골함은 언제나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희옥 지사의 자녀들과 함께 납골함에서 묵념을 마친 후, 참석자들은 제례실로 자리를 옮겼다. 자녀들은 어머니의 1주기를 맞아 정성껏 준비한 떡과 전, 과일 등을 제상에 올리고 큰절을 올렸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을 담아 서로 인사말을 나누며, 마치 살아계신 어머니께 전하는 듯한 진심을 전했다.
특히 큰아들 김흥태 선생은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에 뛰어든 어머니는 광복 후 교사로서 우리 곁을 지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독립정신과 나라 사랑의 발자취를 남기셨다"며 "2002년 창립된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 고문으로 함께 활동하며 기념사업회의 위상을 높이고 내실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용인시와 추진 중인 '월호 오희옥 기념관'이 건립되면, 기억과 추모는 물론 체험과 학습의 장으로서 미래 세대에게 영원한 유산이 될 것"이라며 "어머님, 우리 가슴 속의 별이 되어 대한민국이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록 인도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며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김흥태 선생은 지난 15일, 용인 교육지원청에서 용인 소재 고등학교 1학년생 31명을 대상으로 어머니 오희옥 지사에 대한 특강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중국 내 독립운동 유적지 답사를 마치고 돌아온 뒤, '용인의 3대를 이어온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일가' 이야기를 통해 일정의 마무리를 했다.
이번 특강은 답사단을 이끈 강연수 성지고 교사, 오희옥 지사의 진명여고 후배인 손숙 신봉고 교사, 그리고 교육지원청 김진영 주무관의 협력으로 마련되었으며, 1주기를 앞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한편 용인 출신 오희옥 지사의 고향에서는 지난 8일 '오희옥 지사 추모 1주기'를 앞두고 용인역사청소년 뮤지컬단이 마련한 '용인 수지청소년 꿈머굼 축제'를 열었다. 김흥태 선생은 축제에서 어머니를 위한 헌정곡을 제작해 창작뮤지컬로 선보인 청소년들의 노력과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앞서 4월 26일에는 역사청소년 뮤지컬단과 유족이 만나 독립역사와 나라 사랑 정신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를 다룬 뮤지컬 공연이 만들어졌다. 청소년들의 열정적인 동작과 노래, 초롱초롱한 눈빛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흥태 선생은 지난 1년 동안 용인시에서 있었던 오희옥 지사 추모 과정을 기자에게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자기 지역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추모하는 일은 당연해 보이지만, 청소년들이 직접 독립운동 역사를 공부하고 그 토대 위에서 뮤지컬 제작과 배우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청소년들이 뮤지컬 대상자를 오희옥 지사로 선정하여 독립운동 역사를 공부하고, 그 토대 위에 뮤지컬 제작부터 배우 역할까지 한다는 것은 크게 칭찬해 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 98세로 영면하신 오희옥 지사는 투병 생활 6년 8개월 동안도 일편단심 나라 사랑을 잃지 않으셨다. "힘내라 대한민국", "다시 찾은 조국광복" 등의 소원을 흰 종이에 꾹꾹 눌러 쓰던 오 지사의 다정한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타계 1주기를 맞은 오늘, 그 마음이 더욱 그리워진다.
유족들이 준비한 음식을 진설하고 예를 올린 뒤, 참석자들은 함께 음복하며 이 시대 마지막 생존 여성독립운동가였던 오희옥 지사의 명복을 빌었다. 창밖으로는 낮이 짧아진 탓에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문화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