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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17 17:24최종 업데이트 25.11.17 17:25

가덕도에서 동백나무 안은 채로 흐느낀 사람들

[섬을 지키는 문장] 동백 백년숲의 진정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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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는 지금 개발과 보존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신공항 건설 논의 속에서 섬의 역사와 생태, 그곳에 깃든 사람들의 삶이 지워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 연재는 시인, 소설가, 평론가, 연구자가 함께 가덕도를 다녀온 후 기획되었습니다. 매회 필진이 릴레이 형식으로 원고를 이어받아, 섬의 다양한 풍경과 장소성을 문학적 언어로 기록합니다. 이 연재가 성장 중심의 논리에 가려진 가치들을 되묻는 연대의 목소리가 되길 바랍니다.
 가덕도 동백군락지
가덕도 동백군락지 ⓒ 김형로

동백은 우는 꽃이다. 앙다문 입으로 겨울나며 속으로 울고, 꽃봉오리 찢으며 붉게 울고, 통꽃을 제 발밑에 떨어뜨리고 또 운다. 마지막에는 어느 사람의 가슴에서 울고 또 우는 꽃이다.

동백꽃은 제주를 비롯한 남해안 해안가에 많이 자라는 상록의 소교목이다. 모든 꽃이 그렇듯 꽃은 모여서 필 때 아름답다. 동백은 수줍은 꽃이다. 상록 잎 사이로 숨어서 피지만 목을 꺾으면서 온전히 저를 세상에 드러낸다. 한 장 한 장 날리는 벚꽃이 흉내 낼 수 없는 통꽃으로 툭, 떨어져 버린다. 동백나무의 4월은 붉은 카펫을 깐 듯 처절히 아름답다. 낙하를 또 다른 비장미로 승화시키는 동백. 동백꽃은 눈 뜬 채 죽는다. 피었을 때보다 졌을 때 더 애련한 꽃이다.

가덕도 신공항으로 떠들썩한 부산의 남단 가덕도. 가덕도의 잘록한 허리 아래 국수봉이 바다로 떨어지는 벼랑을 따라 백 년 동백숲이 있다. 자연 그대로 해풍 속에서 군락을 이룬 곳이다. 이 동백숲의 동백나무는 2500여 그루에 달한다. 인공적으로 심은 숲이 아니라 난바다의 세찬 해풍 따라 틀어지고 굽어지며 억세게 자라난 자연적 군락이라는 점에서 생태적인 가치가 큰 숲이다.

동백숲은 해마다 오달진 동백꽃을 달았는데 몇 년 전부터 꽃을 제대로 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동백도 들었으리라. 공구리로 대표되는 토건 세력들이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운 지역의 토착 세력들과 작당하여 '가덕도 신공항 팡파르'를 터뜨리고 있다는 것을. 동백도 알게 되었으리라. 신공항 건설이 되면 숲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나무는 가만히 있고, 사람만 흐느꼈다

 가덕도 동백군락지
가덕도 동백군락지 ⓒ 김형로

지난해 3월, 쌀쌀한 날씨 속에서 가덕도 보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그린트러스트와 함께 동백숲을 찾은 적이 있다. 회원을 비롯하여 동행했던 시인들은 시민들과 함께 시를 읽고 노래도 부르며 가덕도의 뭇 생명을 호명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동백나무를 안아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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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한 시민들은 저마다의 나무 앞으로 가서 나무에 손을 얹고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한참을 안은 채 가만있었다. 잠시 후 어찌 된 일인지 나무는 가만있는데 사람이 흐느끼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눈물이 나는 까닭은 가덕도 신공항 공사가 시작되면 이 나무들은 토건 세력의 칼날 앞에 형체도 없이 사라질 존재이기 때문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 예정된 무자비한 만행 앞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였을 것이다.

3분여의 포옹에서 동백의 떨림을 알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지극한 것은 통하게 되어 있다. 이곳 동백숲의 다른 이름은 백년숲이다. 백 년 동안 동백은 일제의 강점을 보았고 가덕도 일원에 자행된 일제의 포 진지 구축을 아파했고 멀리 앞바다를 지나가는 부관페리에서 식민지 국민의 슬픈 디아스포라를 안타깝게 바라보았을 것이다.

이곳 동백은 키가 작고 몸짓도 뒤틀려 있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 때문이다. 그 바람을 맞으며 서로 어깨를 겯고 기대며 서로가 서로를 키운 것이다. 바다로 빠지는 가파른 비탈길에 서서 서로를 붙잡은 채 서 있는 동백나무. 우리의 비탈진 근현대를 증언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렇지만 동백이 함께 가꾼 숲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이 역시 시련을 딛고 일어선 우리 민초들 같다. 성난 바닷바람이 골바람으로 성을 내지만 동백은 그렇게 백 년을 자리잡은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신공항만이 희망이라고 앞장서고 있는 부산시의 시화(市花)는 동백꽃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그깟 동백 몇 그루가 무슨 대수냐고. 그렇다면 까짓것 가덕도 앞바다를 뛰노는 상괭이가 무슨 소용이며 낙동강 하구부터 가덕도를 휘젓는 수만 수십만의 철새들의 날갯짓들은 또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죄 없는 수많은 생명들과의 결별을 뜻하는 것이다. 새들이 터 잡은 곳에 인간이 와서는 새를 쫓고 내모는 격이다.

가덕도 동백 백년숲을 찾아주세요

 가덕도 동백군락지
가덕도 동백군락지 ⓒ 김형로

가덕도의 식물상은 최근 국립공원으로 확정된 금정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금정산에서 서식하는 식물의 종은 모두 581종. 가덕도는 거의 거기에 맞먹는 532종이 살고 있다. 자연 생태 1등급인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덕도 신공항의 건설 개요를 살펴보면 신공항으로 인한 가덕도의 절멸을 쉽게 알 수 있다. 가덕도 해저의 연약 지반은 해저면에서 깊이 50~60m에 달하고 여기에 수심 20~30m, 활주로 최소 5m 등을 합치면 흙이나 자갈로 바다를 성토할 흙과 돌의 높이는 최소 100m에 달한다.

이는 높이 30층 아파트를 2000m 넘게 바닷속에 건설하는 것과 같다. 2022년 국토부 사전타당성 조사 문건에는 1억4천2백만 ㎥의 성토가 필요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인천공항의 1.4배 수준이다.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건설하는 것도 문제지만 매립에 필요한 흙을 가덕도에서 자체 조달한다는 것도 문제다. 가덕도 국수봉(269m)을 비롯하여 남산(188m), 성토봉(179m) 등을 깡그리 허물어 바닷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무를 비롯한 육상 서식 생명체들의 절멸과 말살을 뜻한다.

여기에다 활주로 동쪽 해상에는 방파호안 2340m가 수중 설치된다고 하니, 육상에 이어 해안 생태도 작살이 나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가덕 동안은 낙동강 하구와 연결되는 1등급 철새서식지다. 이곳 북쪽에는 낙동강 하구가 팔이 닿을 듯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철새의 이동 경로라는 뜻이다. 가덕도 신공항의 철새 충돌 위험도는 무안공항의 353배, 김해공항의 8배라는 연구 조사도 있다.

무엇보다 가덕도에서는 제대로 된 생태환경 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다. 멸종 위기종인 매, 삵, 솔개, 수달, 구렁이 등이 서식하고 있고 흉고 4~5m의 곰솔 팽나무 푸조나무 느티나무 등 노거수가 즐비하다.

동백숲이 서식하는 국수봉 일원에서 가덕도 신공항 반대 투쟁을 이끌고 있는 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이사는 "동백숲은 거제 학동, 신안 흑산도, 해남 강진, 통영 장사도, 고흥 거금도, 다산초당 등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라고 말했다.

공항으로 지역의 차별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은 낡은 것이다. 날로 가속되는 기후 생태 위기 속에서 진정 가치 있는 것은 자연과 환경의 가치를 깨우치고 보전하는 것이다. 가덕도 동백 백년숲은 이제 가덕도 신공항 반대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이 기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백년숲을 찾길 바란다. 공구리 세력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그들의 걸음걸음이다. 사람이 모이면 뜻이 생기고 뜻은 길을 만든다. 지난 9월의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처럼 새 길이 생길 때 비로소 동백은 함박 웃으며 다시 피어날 것이다.

[필자 소개] 김형로: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미륵을 묻다> <숨비기 그늘><스적스적> 등이 있다. 2021년 제9회 제주4·3 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섬을지키는문장#가덕도#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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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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