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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레인스쿨 개막식 장면 개막식과 시상식 전에 캄보디어 전통의 압살라 춤으로 선을 보였다.
캄보디아 레인스쿨 개막식 장면개막식과 시상식 전에 캄보디어 전통의 압살라 춤으로 선을 보였다. ⓒ 한무영

지난 13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공연장은 학생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무대에 오른 학생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왜 자신들의 학교가 빗물식수 시스템을 가져야 하는지를 열정적으로 표현했다. 이날 학생들은 단순한 참석자가 아니라, 학교 식수 시스템의 미래를 직접 결정하는 주체로 등장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캄보디아 왕립학술원(RAC), 교육부, 서울대학교가 함께 추진하는 '1000개 레인스쿨 만들기' 정책의 첫 시작점에 해당하는 레인스쿨 콘테스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한·메콩협력기금(MKCF) 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며, 과학·기술·문화·예술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식수혁신 모델로 기대를 모았다.

학생들이 경쟁해 "시설을 얻어낸" 첫 사례

이번 콘테스트는 노래, 음악, 창의적 공연이 결합된 게이미피케이션 기반 경진대회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무대 위에서 각자 준비한 발표를 선보이며, 왜 자신들의 학교가 빗물식수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지를 진지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설명했다. 단순한 발표가 아니라 스스로의 환경을 바꾸기 위한 적극적 설득의 장이 된 것이다.

1등 상을 받은 학교의 학생들의 공연 학생들이 창작한 춤과 무용으로 경연하여 공정한 심사를 거쳐 1 등상을 수상한 학교. 이들은 20톤의 빗물식수화 시설을 제공받는다. 스스로 그 시설은 학교와 구성원이 함께 유지관리를 하게 된다.
1등 상을 받은 학교의 학생들의 공연학생들이 창작한 춤과 무용으로 경연하여 공정한 심사를 거쳐 1 등상을 수상한 학교. 이들은 20톤의 빗물식수화 시설을 제공받는다. 스스로 그 시설은 학교와 구성원이 함께 유지관리를 하게 된다. ⓒ 한무영

심사 결과, 최종적으로 3개 학교가 우승해 20톤·16톤·12톤 규모의 빗물식수 시스템과 정수세트를 제공받게 됐다. 이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참여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실제 학교의 식수 안전과 예산 절감에 기여하는 실질적 인프라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학생 경쟁을 통해 시설을 '얻어낸' 사례는 캄보디아 교육현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빗물박사가 2등상을 수여하는 장면 2등으로 뽑힌 학교는 16톤짜리 빗물식수화 시설을 설치하여 음용수를 공급받는다.
빗물박사가 2등상을 수여하는 장면2등으로 뽑힌 학교는 16톤짜리 빗물식수화 시설을 설치하여 음용수를 공급받는다. ⓒ 한무영

BiTS와 Skywater Committee… 학생 주도 운영체계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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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을 확보한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BiTS(학생 빗물과학반) 과 Skywater Committee(빗물운영위원회)가 구성된다. 이는 단순한 동아리가 아니라, 학교 내 식수 시스템의 운영과 유지관리를 직접 담당하는 실질적 주체다. 학생들은 수질 점검, 물 관리 계획 수립, 시설 청결 유지 등 구체적인 역할을 맡으며 시스템을 스스로 운영하게 된다.

이 과정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학생들의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강화한다. 또한 선정된 학교 학생들은 국제 레인 캠프(International Rain Camp) 참가 자격까지 얻게 되며, 이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활동이 국제적인 무대와 연결된다는 강한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자연스럽게 학교 전체의 관심과 자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과거 방식의 한계… 이번 방식은 왜 혁신인가

그동안 여러 학교에 빗물시설을 보급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유지관리의 지속성이었다. 이전까지는 행정기관의 추천이나 지인의 소개, 혹은 학교를 직접 방문해 설득하는 방식으로 학교가 선정되었다. 이 방식은 필요한 학교를 빠르게 찾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담당자가 바뀌거나 관심이 식으면 시설 관리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실제로 일부 학교는 설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 주체가 사라져 시설이 방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한계는 '누가 이 시설을 책임지고 관리할 것인가'라는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었다.

반면 이번 콘테스트 방식은 학생들이 경쟁을 통해 직접 시설을 얻어내기 때문에, 학교 구성원 스스로가 강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우리가 얻어온 시설"이라는 인식은 행동으로 이어져, 유지관리가 자연스럽게 지속된다.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까지 과정 전체를 함께 목격하면서 책임을 공유하게 되고, 이는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결정적 힘이 된다.

학교·학생·학부모까지 변화… 빗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관심의 폭발적 증가였다. 학생들은 스스로 시설을 얻어냈다는 자부심을 가졌고, 학교는 새로운 교육적 자원을 확보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학부모들 역시 아이들이 깨끗한 식수를 '직접 만든다'는 사실에 깊은 관심과 신뢰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빗물이 단순히 '비'가 아니라, 학교가 스스로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수 자원임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학교는 물 문제를 외부 지원에만 기대지 않고, 교육과 커뮤니티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1000개 레인스쿨을 향한 다음 단계… 내년 3월과 9월, 더 큰 무대가 기다린다

이번 콘테스트는 시작에 불과하다. RAC·교육부·서울대는 2026년 3월과 9월 두 차례의 추가 콘테스트를 통해 레인스쿨 모델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2026년 9월에는 프놈펜에서 열리는 IWA 국제 빗물학회(4RWHM 2026) 와 연계하여 레인스쿨 콘테스트를 공식 사이드 이벤트로 개최한다.

이로써 레인스쿨 프로젝트는 단순히 국내 교육사업을 넘어, 국제 사회에서도 주목하는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1000개 레인스쿨 건설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캄보디아는 학교 기반 식수 관리 분야에서 선도국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론: 학생이 움직이면 물이 달라진다

레인스쿨 콘테스트는 단순한 경진대회가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물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혁신 모델의 시작이다. MKCF의 지원과 서울대–RAC–교육부의 협력, 그리고 학생들의 창의적 참여가 만나 캄보디아는 이미 1000개 레인스쿨을 향한 실질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캄보디아는 단순히 '시설을 설치하는 나라'를 넘어, "학생들이 직접 물을 만들고 관리하는 나라" 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기후위기 시대에 학교가 어떻게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적 모델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번 경진대회는 단순히 3개 학교가 식수 시설을 확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 주도의 참여와 경쟁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물관리 문화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 첫 실험이었으며, 그 가능성은 매우 크다. 앞으로 열릴 두 차례의 추가 콘테스트는 레인스쿨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고, 국제 무대에서 공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2026년 9월 IWA 국제 빗물학회와의 연계는 캄보디아가 학교 기반 기후·물 교육 분야에서 세계적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빗물은 단지 식수 자원이 아니라, 학생들에게는 과학과 협력, 창의성과 책임을 동시에 배우게 하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한편 필자는 우리나라 학생들도 이러한 레인스쿨 콘테스트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빗물은 국경을 넘는 공통의 자원이며, 기후위기는 세대·국가를 가리지 않는 과제다. 다음번 국제 레인캠프에 한국 학생들도 함께 참석해, 아시아의 여러 친구들과 물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레인스쿨#레인캠프#게미피케이션#캄보디아교육부#캄보디아왕립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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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물모이

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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