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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 이야기가 한창이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한다거나 실노동시간단축지원법을 마련한다는 등의 얘기가 있지만, 아직 구체적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의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과로하는 현실에서 노동시간 단축 노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주 5일 일하는 '보통'의 노동자에 초점이 맞춰 있는 듯하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보호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례업종 노동자 등에게 예외규정을 두어 차별한다. 또 근로기준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만을 보호한다. 근로기준법 안팎에 배제된 노동자가 있다. 이들은 애초 주 4.5일제 논의가 비껴가는 노동자다. 주4.5일제 논의 밖 노동자들이 많다. 너무나 많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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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는 2023년 통계 기준 320만 명이 넘는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15%를 상회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이들을 차별한다. 노동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은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정하고,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대통령령(시행령)에 따라 일부 규정만 적용된다. 노동시간과 관련해 시행령 별표1이 이들에게 적용하는 규정은 4시간마다 30분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것, 1주일에 1일의 유급휴일(주휴일)을 보장하는 것 외에 없다.

그 결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다. 하루 열댓 시간 일해도 법 위반이 아니다. 일 8시간, 주 40시간, 주 52시간 등 노동시간 제한 논의에 이들의 이름은 없다. 도입하려다 저지된 주 69시간 노동도 하라면 해야 한다.

한편 이들은 연차휴가도 없다. 공휴일에 쉬지 못하고, 쉬면 임금을 받지 못한다.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 일해도, 밤 10시 이후 야간에 일해도, 휴일에 일해도 1.5배 가산수당이 없다. 노동시간이 길어 여가시간이 짧으니, 소득이 적어도 된다는 의미인지 뭔지 당최 알 수 없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 특히 많다. 브레이크타임(15:00-17:00)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 모텔 프런트에서 밤새워 일하는 노동자의 근로계약서를 숱하게 봤다.

다수는 최저시급 언저리에 일한 시간을 곱한 임금만을 받는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대부분 1.5배 수당은 없었다. 물가가 급격히 인상되어 한 끼 외식도 부담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더 비싼 밥을 먹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근로기준법 제63조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다. 하루 열댓 시간 일해도 법 위반이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다. 하루 열댓 시간 일해도 법 위반이 아니다. ⓒ AI 생성 이미지

법이 제외되는 노동자가 또 있다. 근로기준법 제63조 노동자다. 법 규정 이름마저 "적용의 제외"다. 이들은 노동시간, 휴게, 휴일 등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농축수산업 노동자, 감시단속적 노동자로서 적용 제외 승인을 받은 자, 기밀업무를 취급하는 노동자 등이다. 이들도 노동시간 규제가 없다. 심지어 휴게시간이 없고, 주휴일도 없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래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깻잎 투쟁기'에 잘 드러난다. 깻잎 밭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노동자 니몰(가명)씨는 2년여 동안 월 평균 308시간을 일했고, 여름에는 그 시간이 330시간을 웃돌았다.

월 평균 28.5일을 일하고, 한 달에 두 번 쉬어야 가능한 수치다. 일 평균으로는 10시간 50분 정도를 일했다. 하지만 이렇게 일해도 법 위반이 아니다. 주 40시간 일하는 직장인의 월 평균 노동시간은 약 174시간이다.

감시·단속적 근무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승인을 받은 노동자도 있다.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은 감시적 노동에 대해 "수위, 경비원, 물품감시원 또는 계수기감시원 등과 같이 심신의 피로가 적은 노무"로, 단속적 노동에 대해 "평소의 업무는 한가하지만 기계고장수리 등 돌발적인 사고 발생에 대비하여 간헐적·단속적"인 업무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꼭 피로가 적고 한가하지 않다. 경비원은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그 시간에 민원처리를 비롯한 갖은 업무를 한다. 절대 피로가 적지 않다. 또 시설관리 등 단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한쪽 벽을 가득 채운 CCTV를 주시하고 수시로 순찰하는 등 사실상 계속적 업무를 한다. 절대 한가하지 않다.

노동법 밖 노동자들

아직 남았다. 육상(노선여객자동차 제외)·수상·항공 및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과 보건업 등 5개 특례업종 노동자다. 5개 업종 종사자의 수는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합의하면 주 12시간을 초과한 노동을 할 수 있다.

특례업종이라고 특이하지 않다. 오히려 생활에 밀접한 업종들이다. 여기에는 쿠팡 등 물류를 기반으로 한 사업이 포함되고, 저가 항공사(LCC), 수출입 물량 대다수를 처리하는 해운물류산업 등이 포함된다. 병·의원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 생활이 이롭기 위해 특례업종 노동자는 특별히 더 일해야 한다.

마지막이다. 노동법, 근로기준법 밖 노동자들이다.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가 여기 포함된다. 가장 열악하다. 노동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보장마저 적용되지 않는 이들이다. 최근 직장갑질119에서 한 설문조사에서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권리로 '실업급여', '퇴직금 지급', '연차휴가', '노동시간 제한', '최저임금법 적용' 순으로 꼽았다.

장시간노동 문제는 기본값이다. 슬프게도 이들의 바람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보통'의 노동자라면 누구나 보장받았을 권리다. 이런 비정형·비임금 노동자가 800만 명이다. 택배기사, 배달노동자, 디자이너 등 산업 전반에 흩어져 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배제된 이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운영되는 노동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 덕에 저렴하게 밥을 먹고, 옷을 사고, 편하게 잔다. 의식주 모두를 빚진다. 그런데 4.5일제가 되면 이들의 노동도 0.5일이 줄어들 수 있을까? 이들에게 0.5일은 몇 시간일까? 이들이 원래 5일을 일했나? 0.5일 노동시간 단축이 배제된 이들을 또 배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 그들의 노동시간을 줄여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11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장종수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회원이자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무처장입니다.


#5인미만사업장#근로시간특례업종#감시단속적노동자#장시간노동#직장갑질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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