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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17 09:57최종 업데이트 25.11.17 09:57

정치 뉴스 보면 가슴 철렁... '큰 어른'이 없는 시대

[굿모닝퓨처] 말의 품격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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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성일종 국회의원이 11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된 명품백이 무슨 뇌물이냐”며 “돈 100만원 정도 되는 보편적인 백을 가지고 특검이 뇌물로 연결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국회의원이 11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된 명품백이 무슨 뇌물이냐”며 “돈 100만원 정도 되는 보편적인 백을 가지고 특검이 뇌물로 연결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 KBS 라디오

요즘 정치뉴스 기사 제목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정치뉴스 기사의 제목은 늘 정치인의 말이 따옴표로 처리되어 등장합니다. 문제는 제목으로 드러난 정치인의 말이 점점 더 독해지고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말이 독해지고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품격이 낮아지고 국민의 정서와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말과 관련된 속담이 많습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말이 씨가 된다' 등 이 속담들은 한결같이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웅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의 말은 너무 가볍고, 공격적이고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맥 전체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인데도 앞뒤 문맥을 다 자르며 왜곡합니다. 내 편에게는 관대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폭력적입니다.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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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치인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독한 말 경연대회를 보는 것 같습니다. 누가 공격적인 말을 더 잘하나? 누가 더 폭력적인 언사를 잘 사용하는가를 경쟁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요즘이 국감철이고, 특검이 진행되고 있어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곽종근 전 특전사 사령관의 폭로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2024년 국군의날 행사 이후 만찬 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는 말인데, 많은 언론들이 뉴스 제목으로 썼습니다. 요지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여당 대표를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했다는 말인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이 보도가 나온 이후 국민의힘 대변인의 말은 더 충격적입니다. 윤 전 대통령이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말은 친구끼리 농담으로 할 수 있는 말 아니냐고 옹호합니다. 정말 묻고 싶습니다. 만약 자신의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우는데, 상대편 아이가 자기 아들을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면, 그때도 친구끼리 농담 삼아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까요?

총을 소지하는 것이 합법화되지 않은 나라에서 총으로 친구를 쏴 죽이고 싶다는 말을 농담으로 치부하는 정치인이 있고,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당의 대표를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말을 서슴치않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어떤 생각이든 하지 못할까마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밖으로 꺼내는 데는 교양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 죽더라도 '잘 죽었다'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룰이었습니다. 생각한 것을 모두 밖으로 토해내는 사람은 뱉은 말을 거둬드릴 수 없습니다. 결국은 말이 씨가 되어 자신을 겨누게 됩니다. 국민에게 정치인의 막말은 이제 별로 새삼스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치인의 말에 품격을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정치인의 막말을 들어왔고, 무뎌졌습니다. 이제는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막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막말, 거짓말, 공격적인 언사는 정치인의 자산으로 인식됩니다.

폭력적인 말만 문제는 아닙니다. 말로 드러난 정치인의 도덕 불감증은 더 심각합니다. 김건희 특검을 통해 김기현 전 국민의 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게 100만 원 상당의 클러치백을 선물했다는 정황이 밝혀졌습니다. 이 보도 이후 김기현 전 국민의 힘 대표는 아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선물한 백은 "대표 당선 예의 차원"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중앙일보, 2025.11.09). 그리고 이틀 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00만 원짜리 백이 무슨 뇌물이냐며 김기현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을 합니다(경향신문, 2025.11.11.).

청탁금지법인 일명 '김영란법'은 박근혜정부 시절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주도로 만들어졌습니다. 김영란법은 1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주고받는 것을 뇌물로 봅니다. 김영란법은 선물상한액을 농수산물의 경우 10만 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2023년 농수산물에 한해 3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경조사비는 5만원으로 가액 조정했습니다.

물론 김영란법에서 정한 상한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김영란법이 2015년 3월 5일 국회를 통과했고,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당시에 정한 상한액 기준이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턱없이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1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100만 원짜리 선물을 주는 게 무슨 뇌물이냐고 되묻습니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입니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의원이 1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주는 것이 별게 아니라고 말한다면, 우리 사회가 뿌리 뽑고자 하는 청탁금지법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입니다.

수십 년 전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칠판 위에 급훈을 걸어놓았는데, 급훈의 내용이 고운말 바른말을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는 고운 말, 바른 말을 쓰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고운 말, 바른 말을 쓰는 사람은 존재감이 없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정치권의 부름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를 공격하기 좋아하고 독한 말을 잘하는 사람들입니다. 정치권에서 독한 말을 잘하는 사람들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마치 막장 드라마가 인기 있는 것과 같습니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독한 말도 문제지만, 사실을 왜곡해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말도 문제입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계엄이 해제되었는데, 그게 무슨 내란이란 말인가". 이는 계엄 이후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줄곧 내뱉은 말입니다. 살인을 시도했는데, 살인에 성공하지 않았다면 죄가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뇌물로 명품 백을 받았지만, 논란이 되어 돌려주면 뇌물을 받지 않은 게 되나요? 이해관계자로부터 결혼식 축의금으로 김영란법에서 정한 기준을 넘는 큰 액수를 받고, 이것이 문제가 되자 돌려주었다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인가요?

요즘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가혹하기만 한 이런 기준들이 정치인에게는 너무 느슨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겨냥한 말은 공격적이고, 독하고 폭력에 가깝지만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 그리고 내 행위에 대한 판단은 관대하기만 합니다. 반대편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다 문제가 되지만, 내 편의 문제에는 침묵합니다. 오로지 상대방을 공격하고 깍아내리는 데만 올인합니다. 그게 2025년 국감장의 모습입니다.

누군가로부터 비판받는 것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습니다.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기 말이 되면 학생들로부터 평가를 받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그 평가가 좋건 나쁘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하물며 정치인들에게 언론의 비판이 반가울 리 없을 것입니다. 정치인이 언론을 평가하는 시각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여당 정치인이든 야당 정치인이든 나에 대해 기사를 잘 써주면 공정한 언론이고, 나에 대해 비판 기사를 내면 공정치 못한 언론으로 치부합니다. 모든 평가의 잣대는 나를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이게 오늘날 우리 정치의 현주소입니다.

그리고 그런 정치 속에서 2025년 국감은 저급하고, 공격적이고, 근거 없는 말의 향연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정치인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말을 어떻게 하라고 가르칠지 궁금합니다. 자신들이 쏟아내는 막말, 자극적인 말, 공격적인 말을 해야 한다고 가르칠지 묻고 싶습니다.

어른이 어른의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보고 배울 큰 어른이 없습니다. 정치인은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권력과 힘을 가지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배의 선장과도 같은 사람입니다. 정치인의 생각과 말 한마디가 정책을 바꾸고 나라의 방향을 결정짓습니다. 사회를 위한 건강한 생각, 그리고 그것을 나타내는 말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책임 있는 말 한마디가 우리 사회를 바꾼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길 바랍니다. 뉴스의 제목에서 정치인의 품격 있는 말을 기대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굿모닝 충청에도 실립니다.


#말#품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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