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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 한국산업인력공단 라오스 EPS센터장이 센터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길목, 그 사이에 한국산업인력공단 라오스 EPS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올해는 한국과 라오스가 외국인력 도입을 위한 위탁업무협약을 체결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고용허가제(EPS)는 국내 사업주가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이 제도는 중소 제조업, 농·축산업 등 인력난이 심한 업종을 중심으로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장기 고용하는 구조다. 라오스 국적 근로자의 한국 입국은 MOU 체결 2년 뒤인 2018년 시작됐다. 당시 136명이었던 EPS 취업자는 2024년 1510명으로 늘었다.
백지원 라오스 EPS센터장은 시험 접수와 응시를 위해 센터를 찾는 이들의 눈빛을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시험장 앞에는 한국행을 꿈꾸는 설렘과 기대, 낯선 시험에 대한 긴장감이 뒤섞인다. 시험이 끝나면 응시생 친구들이 밖에서 기다리다 합격자를 향해 환호한다. 그만큼 EPS는 라오스 청년들에게 인생을 바꿀 절실한 기회다.
라오스 고용허가제 시행 10주년을 맞아, 기자는 지난 9월 현장 인터뷰에 이어 11일과 12일 이틀간 SNS를 통해 추가 취재를 진행했다.
"라오스에서 한국 취업을 꿈꾼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

▲라오스 청년 근로자들이한국 입국을 위해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 한국산업인력공단 라오스 EPS센터
- 라오스 EPS센터는 어떤 곳입니까?
"EPS센터는 라오스에서 한국 취업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EPS-TOPIK(한국어 능력시험)과 기능시험을 운영·관리하는 기관입니다. 두 시험에 합격하고 건강검진에 이상이 없으면 구직자 명부에 등록됩니다. 이후 한국 사업주가 이 명부에서 인력을 선택하면 근로계약 체결과 입국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모든 행정 업무를 지원합니다."
라오스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갈 수 있는 공식 루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계절근로자 제도다. 농번기 5~8개월 동안 단기간 일하는 방식이다. 반면 EPS는 장기 취업 제도로, 근로계약은 처음 3년까지 가능하다. 이후 사업주와 합의하면 1년 10개월 연장할 수 있고, 총 4년 10개월 근무 후에도 재고용을 통해 최대 9년 8개월까지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한국 취업에 대한 관심 증가는 시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EPS-TOPIK 응시자는 625명, 합격자는 88명(합격률 14.1%)이었으나, 2025년에는 응시자 2418명, 합격자 1152명으로 합격률이 47.6%까지 상승했다.
백 센터장은 재입국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고용을 통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라오스 근로자는 2024년 27명에서 2025년 9월 말 53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5년 9월 말 기준,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4만7763명이며, 라오스 출신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라오스 가족들이 공항까지 와 눈물로 배웅, 마음 먹먹해"

▲백지원 한국산업인력공단 라오스 EPS센터장센터의 주요 활동 사진을 가리키며 지난 업무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백 센터장은 라오스 부임 전까지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 체류 지원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실제 당사자들을 만날 일은 많지 않았다. 라오스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마음속 공백'을 채워준 시간이었다. 시골에서 비엔티안 공항까지 온 가족이 눈물로 자녀의 한국행을 배웅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여러 생각이 스쳤다고 말했다.
업무상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라오스의 행정 인프라를 꼽았다. 송출기관 역할을 맡은 노동사회복지부 산하 고용국의 전산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아 한국어시험 응시원서도 여전히 수기로 접수된다. 여권번호나 이름이 한 글자만 달라도 비자·입국 등 전체 절차가 지연된다. 센터는 소수 인력으로 시험장 운영과 행정을 동시에 맡고 있어 작은 실수 하나가 전체 일정을 흔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합격자들은 혹시 서류 문제로 한국행이 무산될까 불안해하기도 한다.
- EPS센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한국에서 일하고 귀국한 분들과 정기 간담회를 열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힘들었던 점뿐 아니라 스스로 이뤄낸 성장과 배움을 들려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지난해 고용허가제 20주년 기념 귀국 근로자 우수사례에서 라오스인 난타봉 파이시씨가 은상을 받았을 때 감동이 컸습니다.
초기에는 한국어 실력 부족과 성과 중심 문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플 때 병원으로 데려가 주고 명절마다 챙겨준 상사의 배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분이 힘들었던 점과 고마웠던 순간을 진솔하게 들려주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난타봉 파이시씨는 한국에서 근무를 마친 뒤 라오스로 돌아가 한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 한국어는 그의 생계를 넘어 새로운 진로와 정체성을 열어준 통로가 됐다.
사업장 이동 어려움 등 인권 문제는 여전히 숙제

▲한국 취업을 앞둔 라오스 구직자들이 출국 전 사전취업 교육을 받고 있다. ⓒ 한국산업인력공단 라오스 EPS센터
EPS 제도에는 순기능도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열악한 숙소 환경, 장시간 노동, 임금 체불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제도 개선 요구 역시 커지고 있다.
핵심적으로 고용허가제가 '사업주 중심 구조'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은 법적 사유가 아니면 사실상 어렵다. 문제가 생겨도 근로자가 선택할 여지가 제한되는 구조다. 제도가 인력난 해소에는 기여했지만, 근로자 보호·인권 측면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 근로자는 한국 입국만을 목적으로 제도를 활용한 뒤 다른 지역이나 직종으로 이동하려다 법적 문제를 겪기도 한다.
백 센터장은 라오스의 일상을 한국과 거의 반대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사회 전체의 속도는 느리고, 사람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깊게 배어 있다. 이 평화로운 분위기는 라오스의 매력이지만, 동시에 한국 취업 후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빠른 말투, 큰 목소리, 속도감 있는 업무 방식은 라오스인에게 때때로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귀국한 근로자들이 한국 사회의 높은 스트레스 수준을 몸으로 체감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 라오스에서의 시간은 센터장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다음 달이면 2년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라오스에서 보낸 시간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라오스 사람들이 보여주는 미소와 순수함, 그리고 한국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EPS 10년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라오스와 한국 정부의 협력을 통한 직종 다변화, 현지 교육 인프라 확충, 행정 시스템 디지털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지난 10년의 성과는 평가받아야 하지만, 고용허가제는 라오스와 한국 모두에게 묻고 있다.
존중받는 노동은 가능한가. 기회는 공정한가. 이주 이후의 삶은 어떻게 보장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ACN아시아콘텐츠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