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일 55주기 묘소13일 오전 11시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역 앞에서 제55주기 전태일 추도식이 엄숙하게 거행됐다. 사진은 묘소의 모습이다. ⓒ 강승혁
13일 오전 11시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역 앞에서 제55주기 전태일 추도식이 엄숙하게 거행됐다. 전태일재단이 주최한 이날 추도식에는 양대 노총 지도부와 시민단체, 유족 등 200여 명이 참석해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렸다.

▲전태일 열사 55주기 추도식은 이정기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 지회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 강승혁
이정기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 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추도식은 개회선언에 이어 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됐다. 종합예술단 '봄날'의 심상진씨는 '전태일이 걸어온 길'을 낭독하며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소년 가장이 된 전태일은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한 달 월급 1500원 시다로 출발해 1년도 안 돼 미싱사가 되었고, 어린 여공들의 비참한 처지를 외면하지 않았다"며 "차비를 털어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도봉산까지 걸어갔던 전태일은 근로기준법 해설서를 끼고 살며 평화시장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들을 꼼꼼히 조사했다"고 회고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손은정 목사의 추모 기도 ⓒ 강승혁
영등포산업선교회 손은정 목사는 추모 기도에서 "55년 전 노동자가 인간임을 천명하며 노동 인권의 불꽃이 된 전태일의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디지털 자본주의 인공지능 기술은 편리를 약속하지만 대형 물류창고의 노동자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쫓겨 옆에 동료가 쓰러져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현실을 지적했다.
손 목사는 "세종호텔 노조 표적 해고로 고공 농성 274일을 넘긴 고진수 지부장, 토끼몰이 단속으로 사망한 뚜안과 차별받는 이주 노동자들, 개인 사업자로 잘못 분류된 860만 명의 노동자들의 현실을 시정해야 한다"며 "초격차 사회로 가는 미래 앞에서 좁은 자아 의식의 틀을 깨고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은 역사적 첫 발걸음"

▲박승흡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강승혁
박승흡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우리는 55년 전 자신의 몸을 불살라 인간의 존엄을 일깨운 한 청년을 다시 부른다"며 "전태일의 분신 항거 이후 이소선 어머니와 함께 싸운 전태일의 친구들, 전태일 가족, 청계피복 노동조합원들께 깊은 경의의 인사를 올린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외침은 우리 사회가 다시 사람의 가치를 바라보게 한 시작점이었고, 그 정신은 1987년 전국 곳곳에서 다시 타올라 이 땅 민주주의의 심장을 뛰게 했다"며 "전태일 정신은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손잡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며,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은 그 역사적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민주노총은 작년 이 자리에서 전태일 열사의 정신대로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퇴진시키겠노라 약속드렸고, 이소선 어머님의 당부대로 노동자와 시민이 하나 되어 싸워 결국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 강승혁
"전태일 정신으로 윤석열 정권 퇴진시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민주노총은 작년 이 자리에서 전태일 열사의 정신대로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퇴진시키겠노라 약속드렸고, 이소선 어머님의 당부대로 노동자와 시민이 하나 되어 싸워 결국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양 위원장은 "기후도, 인구 구성도, AI도, 플랫폼도 어느 것 하나 그럴듯한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다"며 "어둠을 뚫는 한 줄기 빛으로 스스로를 불살랐던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더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은 이틀 전 창립 30주년을 맞아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 초기업 교섭을 통한 울타리 밖 노동자와의 연대, 작업 중지권 쟁취를 다짐했다"고 밝혔다.

▲정연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 강승혁
"근로기준법 준수 외침 여전히 유효"
정연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상임부위원장은 추도사에서 "노동의 암흑기를 자신의 몸으로 밝힌 전태일 열사는 나 하나의 안위가 아닌 모든 노동자를 위한 인간의 양심으로 불길이 되었다"며 "우리 150만 한국노총 조합원은 언제나 함께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상임부위원장은 "여전히 극우보수 세력은 노동자의 정당한 투쟁을 좌파로 매도하고 노조 혐오를 조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전태일 열사의 근로기준법 준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한 경고이자 우리의 나침반이며,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온 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계승하겠다는 약속"이라고 밝혔다.
이날 추도식 참석자들은 "오늘의 전태일들과 함께 11월 1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라"는 구호를 세 차례 힘차게 외쳤다.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사무처장이 투쟁사를 하는 모습이다. ⓒ 강승혁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투쟁사에서 "전태일 열사 37년 후인 2007년 10월 27일 정해진 열사가, 53년 후인 2023년 5월 1일 양희동 열사가 똑같은 형태로 분신했다"며 "이것이 전태일 열사 이후 지금의 건설 현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강 사무처장은 "지난 윤석열 정권 시기 건설노조는 무자비한 탄압을 받았고, 조합원 수백 명이 소환되고 수십 명이 구속되었으며 양희동 열사를 잃는 아픔도 겪었다"며 "건설노조는 중대재해·불법하도급·불법고용·임금체불을 건설 현장 4대악으로 규정하고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강한수 사무처장의 투쟁사에 이어 종합예술단 봄날이 전태일을 추모하는 공연을 펼쳤다. 봄날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존엄을 위해 노래하는 사람들"이라며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전태일 추모가'와 '그날이 오면' 두 곡을 불렀다.
제33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

▲전태일 노동상 본상전태일노동상 본상을 수상한 문길주 전남노동인권센터장은 "상이 무겁다. 더 낮은 곳에서 더 활동하라는 격려로 받겠다"며 "취약계층·비정규직·이주 노동자들과 더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 강승혁

▲제33회 전태일노동상강규혁 매일노동뉴스 대표와 전태일노동상 본상을 수상한 문길주 센터장, 한국노총 타워그레인 조종사 노조 김경수 위원장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 강승혁

▲전태일 노동상 공로상 부문공로상은 ?'월간 작은책'과 '음식연대 밥묵자'가 수상했다. 사진은 작은책 유이분 대표와 유희 밥묵자 대표의 아들의 모습이다. ⓒ 강승혁
이날 추도식에서는 제33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전태일재단과 매일노동뉴스가 공동 주관한 이번 시상식에서는 노동상 1건, 공로상 2건, 특별상 공동수상 등 총 4개 부문에 5곳이 선정됐다.
강규혁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선정 사유를 발표하며 노동상 수상자인 문길주 전남노동인권센터장에 대해 "스리랑카 출신 이주 노동자가 벽돌 더미에 감긴 채 지게차로 옮겨지는 동영상을 알려 도움을 청했고,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8년째 노동자 조식 식당, 이주 노동자 이름 불러주기 사업 등 당사자 눈높이에서 노동자의 자존감을 높이는 생활 밀착형 실천을 한다"고 평가했다.
공로상 수상자인 월간 작은책에 대해서는 "1995년 5월 1일 창간해 올해 30주년을 맞았으며,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상과 노동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로상 수상자인 고 유희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자 대표에 대해서는 "살아생전 90년대부터 소성리, 영등포 쪽방촌, 하이디스, 쌍용차, 아사히, 팽목항, 전장연 등 수많은 투쟁 현장에서 따뜻한 밥 연대를 이어갔다"고 소개했다.
특별상을 공동 수상한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분과에 대해서는 "이소선 어머니는 양대 노총을 만날 때마다 '하나가 되면 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건설 똑바로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공동투쟁을 주목했다"고 밝혔다.
수상자들은 시상 후 소감을 밝혔다. 문길주 센터장은 "상이 무겁다. 더 낮은 곳에서 더 활동하라는 격려로 받겠다"며 "취약계층·비정규직·이주 노동자들과 더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이분 작은책 대표는 "올해가 30주년이라 노동자 글쓰기를 위해 열심히 했다는 격려로 받겠다"며 "전태일 동지의 나눔과 연대 정신을 실천하는 작은 책이 되겠다"고 말했다. 고 유희 님의 막내아들 김정림 씨는 "어머니가 전태일 열사에 대해 가르쳐 주셨고, 노동운동의 역사가 전태일 열사의 전과 후로 나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며 "어머니가 여기 묻혀 있다는 것도 영광"이라고 했다.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조합 김경수 위원장은 "여기 계신 모두가 전태일이고, 55년 전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큰 반석을 세워주셨다"며 "노동자가 주인 되는 대한민국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분과 최동주 부위원장은 "2004년에 이어 20년 만에 두 번째 영광"이라며 "이 영광은 현장을 바꾸고 노동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투쟁한 조합원들의 피와 땀, 굴하지 않은 용기가 만들어낸 결정체"라고 강조했다.
유족대표 전태삼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 반대"

▲유족 인사 순서에서 전태일의 동생 전태삼 선생은 '전태일 기념일'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강승혁
추도식 말미에 유족을 대표해 인사한 전태삼씨는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에 반대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전태삼씨는 "55년 전 전태일 형은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된 투쟁을 통해서 인간답게 살기를 원했던 것이지, 결코 자신을 영웅으로 떠받들고 숭배하라고 젊은 육신을 불태우지는 않았다"며 "최근 11월 13일 기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요구를 보고 유족의 입장으로서는 당황스럽고 민망하다"고 밝혔다.
그는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 요구는 전태일 정신 실천 운동도 아니오,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도 아니며, 단지 몇몇 사람이 전태일 이름을 이용한 정치적 망상의 발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부디 무모하고 민망한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 요구를 거두어 주실 것을 유족으로서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전태일재단이 준비한 인근 민들레 뷔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기자는 권영길·단병호 전태일재단 고문, 박승흡 이사장과 겸상을 하게 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박승흡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전현희 의원이 오늘 대표 발의한 법안에서 11월 13일이 '노동인권의 날'로 명명되었다"며 "근로기준법의 조항으로 집어넣는다면 노동부가 관할하는 기념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도식은 참석자들의 분향·헌화로 마무리됐다.
추도식을 마친 오후 3시 30분경,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이날 11월 13일을 '노동인권의 날'로 지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면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기억하며, 노동자 권리를 위한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근로기준법 준수 의식을 높이기 위해 이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전태일 55주기 묘소13일 오전 11시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역 앞에서 제55주기 전태일 추도식이 엄숙하게 거행됐다. 사진은 기자들이 사진을 찍기위해 묘소 주변에 있는 모습이다. ⓒ 강승혁

▲이재명과 우원식의 화환'전태일 열사 55주기 추도식'이 열린 전태일 열사의 묘소에 이재명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보낸 근조화가 서있는 모습이다. ⓒ 강승혁

▲전태일 열사 55주기 추모객들13일 오전 11시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역 앞에서 제55주기 전태일 추도식이 엄숙하게 거행됐다. 사진은 추모객들의 모습이다. ⓒ 강승혁

▲봄날 지휘자봄날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존엄을 위해 노래하는 사람들"이라며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전태일 추모가'와 '그날이 오면' 두 곡을 불렀다. ⓒ 강승혁

▲'그날이 오면' 합창봄날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존엄을 위해 노래하는 사람들"이라며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전태일 추모가'와 '그날이 오면' 두 곡을 불렀다. ⓒ 강승혁

▲국가기념일 지정하라전태일재단 이사장과 고문들이 '국가기념일 지정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강승혁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본과최동주 부위원장이 특별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 강승혁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조종사노조한국노총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조합 김경수 위원장은 "여기 계신 모두가 전태일이고, 55년 전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큰 반석을 세워주셨다" ⓒ 강승혁

▲헌화전태일재단 관계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 강승혁

▲유가족 헌화전태일 열사의 유족이 헌화하는 모습이다. ⓒ 강승혁

▲노동 대표의 헌화양대 노총 대표의 헌화 모습이다. ⓒ 강승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피아'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