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 집, 어떻게 해야 할까요? ⓒ Pixabay
최근 여러 언론에서 국토부 1차관의 아파트 매매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이 차관은 일시적 2주택 방식을 활용해 세금을 감면받았고, 상당한 규모의 시세차익도 챙겼습니다. 이를 두고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이용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사를 보면서 씁쓸했습니다. 누군가는 제도를 정확히 알고 이익을 얻지만, 누군가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2주택자가 되어 난처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아픈 엄마를 위해 마련한 집
2020년, 엄마가 폐암 수술을 받고 저희 집 근처로 이사 왔습니다. 병원에 자주 가야 했기에 급히 작은 신축 빌라(경기도 소재)를 제 명의로 분양받았습니다. 엄마가 깨끗한 집에서 치료를 잘 받고, 오래 사셨으면 하는 마음뿐이었죠. 그런데 이 집이 몇 년 뒤 제 통장을 텅 비게 만들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곳에서 엄마는 약 10개월 정도 생활하다 병세가 악화되어 결국 저희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엄마가 살던 동네는 매매 수요가 거의 없는 외진 곳이라 급하게 전세로 돌렸습니다. 두 집 전세금을 합쳐 다섯 식구가 지낼 방 네 개짜리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때는 집값과 전세가가 폭등하던 2021년, 집주인은 자기 돈 5천으로 제가 입주한 아파트를 사들인 갭투자자였습니다.
엄마는 저희와 함께 지낸 지 3개월 반 만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더 이상 넓은 집이 필요 없어,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집주인에게 알렸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집값은 폭락, 금리는 치솟았습니다. 전세금은 제가 입주했을 당시보다 1억 5천 이상 떨어졌습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도 저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악몽이 시작되었습니다. 안 내도 될 전세자금 대출이자를 계속 내야 했고, 대형 평형이라 관리비 부담도 컸습니다. 집주인도 될 대로 되라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경매로 넘어가면 어떡하지?' 불안했습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작년 1월 그 집을 샀습니다. 그동안 2퍼센트대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냈는데, 금리가 올라 3퍼센트 후반대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야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나마 일시적 2주택이라 취득세 중과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올 초에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주택자금공제를 받아 약 200만 원 환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말 회사 인사팀에서 [2024 연말정산 과다공제 오류 및 수정신고 안내] 메일이 왔습니다. 해당 세무서에 확인하니, '1가구 2주택자는 이유 불문 공제 불가'라고 했습니다. 제대로 몰라서 받은 공제였고, 결국 가산세 포함 250만 원을 다시 납부했습니다.
제도 이해 부족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자발적 2주택자인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공제를 막는 기준이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시 낸 세금은 원래 공제받지 못하는 돈이었다고 해도, 빌라를 처분하지 못하면 매년 200만원이 넘는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많아요. 관할세무서에 가셔서 자진 납부하세요. 안 그러면 가산세까지 내야 해요."
작년 집을 매수할 때 도움받았던 법무사에게 문의했더니 대번 자진 납부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제가 매수한 아파트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상태였기 때문에 '세금 폭탄'이라 불리는 8% 중과세율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법무사는 처분 기한을 넘기면 천 만원가량의 세금이 부과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 매매하면 양도소득세도 내야 하고요.
줄곧 집을 처분하려고 노력했지만, 집은 팔리지 않습니다. 주택 시장은 얼어붙고, 외진 곳이라 더더욱 수요는 없습니다. 우물쭈물하다 전세 기간은 2027년 5월까지 2년 자동 연장되었습니다. 분양가 1억 5천, 공시지가는 1억 원도 안 되는 집. 주인은 저지만, 실익 없는 빌라입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2주택자여서,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진퇴양난의 1가구 2주택자
다급한 마음에 세입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혹시 전세금으로 빌라를 매수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빠른 해결을 위해 부동산에서 확인한 시세보다 훨씬 낮은 매매가로 넘길 생각이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저희가 그럴 형편이 안 돼서요"라며, 전세 기간을 채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대로 전세 기간을 꼬박 채우면 저는 매년 주택자금공제도 받지 못하고, 상당한 금액의 세금과 양도소득세까지 내야 합니다. 며칠 뒤, 다시 세입자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내년 말까지 집을 처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다행히 세입자는 이해해 주었고, 이사 비용 지원을 비롯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생각입니다.
병든 부모님을 위해 마련한 집으로 공제도 막히고, 세금 폭탄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정부가 2023년 1월부터 2주택자의 주택 처분 기한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려 조금의 숨통이 트였지만, 저처럼 지역적 한계나 시장 침체로 인해 집이 팔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같은 제도 다른 삶... 이런 목소리도 들어주길
정부가 부동산을 안정시키겠다는 명분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사정 있는 2주택자를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와 똑같이 취급하는 제도가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도는 현실을 반영해야 합니다. 단순히 주택 수로 판단해 모든 다주택자를 '규제의 대상'으로 몰아넣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불가피한 사정으로 생긴 비자발적 2주택자에 대해서는 감면 취소 기한을 현실화하거나, 주거 여건과 소득 수준을 반영한 차등 적용 기준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