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앞에서 'SPC삼립 장시간 심야노동 과로사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화섬식품노조
이재명 대통령 지적을 받고 SPC가 교대근무 체계를 개편한 뒤에도 노동자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SPC 노동자들이 SPC에 "고인 죽음의 책임을 인정하고 과로사의 근본 원인인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정의당·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13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앞에서 'SPC삼립 장시간 심야노동 과로사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권영국 정의당 대표(공동행동 공동대표)와 SPC삼립 시화공장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통령 방문 두 달 만에 과로로 추정되는 산재 사망이 또 발생했다"라며 "SPC는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하라"라고 촉구했다.
앞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일하던 60대 노동자가 지난달 4일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지난 11일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SPC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방문해 장시간 심야노동을 지적하자 8시간을 초과하는 야간노동을 폐지하고, '주야 12시간 맞교대'를 3조 3교대로 바꾼 근무체계를 지난 9월 1일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실상 근무체계 개편 후 노동자들의 휴일이 줄어드는 등 현장이 더 위험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관련기사 :
대통령 방문 후 석 달, SPC 공장 가봤더니..."주6일 근무하는데 월급은 줄었어요" https://omn.kr/2fpej), 대통령 질책 두 달 만에 같은 SPC 삼립 시화 공장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노동자들은 회사에 인력을 충원해 조속히 주5일 근무를 시행하고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거듭 촉구했지만 SPC삼립은 시기를 지연했다"라며 "과로사는 예정된 사태였고 지난 10월 또 한 명의 노동자가 6일 연속 야간노동을 하고 퇴근했다가 자택에서 사인 미상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SPC 허영인 회장은 대통령이 다녀가니 노동시간을 줄이는 시늉만 취하고 이윤 감소를 막기 위해 오히려 노동 조건을 후퇴시키는 꼼수를 부렸다"라며 "노동자들은 주6일 출근으로 휴일 수가 줄었고 임금 하락이 발생해 생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13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앞에서 'SPC삼립 장시간 심야노동 과로사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화섬식품노조
"대통령 앞에서는 시늉, 뒤로는 노동자 착취... SPC의 두 얼굴"
김소영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C삼립지회 지회장은 "또다시 동료가 6일 연속 야간 근무 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이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를 통해 생계를 해결하고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일을 해야하는 상황 탓"이라며 "5월 산재사망 이후 달라진 것이 없음을 보여주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대통령께서도 지적하셨듯 저임금 구조 탓"이라며 "산업안전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고 장시간 노동을 멈추기 위해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허영인 회장은 지난 5월 산재 발생 당시 4조 3교대 시범운영을 약속했지만 여태껏 이행하지 않았다"라며 "대통령이 다녀가자 3조 3교대를 도입했지만 (이는) 주 5일을 염두에 둔 4조 3교대 약속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다녀가니 노동시간 줄이는 시늉만 취하고 뒤로는 노동자들을 더욱 가혹하게 쥐어짜는 것이 SPC의 두 얼굴"이라고 비판했다.
현재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번에 사망하신 노동자 사망원인이 '사인미상'으로 나왔지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라며 "SPC는 산재법상 산재신청 조력 의무를 다하고 고인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3조 3교대 전환은 긍정적이지만 교대제 전환 시 임금보존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라며 "지금 당장 임금을 보존하는 3교대 주5일제를 시행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이재명 대통령은 SPC 대책이 과로사를 불렀을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SPC에는 ▲ 주5일로 근무일수 감소 ▲ 인력 증원 ▲ 임금 보전을 통한 저임금 문제 해소 ▲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 인정 ▲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 제시 등을 요구했다.
SPC 계열사의 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반복돼 왔다. 이 대통령이 방문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는 지난 5월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2년 10월 평택 SPL 제빵공장과 2023년 8월 샤니 성남공장에서도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13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앞에서 'SPC삼립 장시간 심야노동 과로사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화섬식품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