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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의 대표적인 직업은 판사, 변호사, 검사다. 이 중 판사나 변호사는 미디어 속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지만 검사는 그렇지 않았다. 검사가 악역으로 나오면 '구형'이라는 행위와 검사의 이미지가 맞물려서 괜히 무섭게 느껴지곤 했다. 법조인이라는 직업에 뻔한 이미지가 있는데 아무래도 검사가 그중 제일이지 않을까 싶다.

판사나 변호사가 쓴 책은 많이 읽었지만, 검사의 글은 마주한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2025년 7월 출간)을 집어 들었을 때, 당연히 판사 혹은 변호사의 책이겠거니 했다. 펼쳐보고 나서 검사의 에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흥미가 두 배쯤 커졌다. 정치 이슈로 검사라는 직업에 세간의 이목이 끌린 이때, 진짜 검사의 일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직접 읽어보니, 이 책은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빠져들게 할 정도로 일에 임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담았다. 법복을 입고, 차가운 말투와 목소리로 피고인의 죄를 읊는 모습 이면으로 '사람'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저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한 검사의 일상 이야기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표지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표지다. 가면을 쓴 정장 차림의 두 사람이 케이크를 켜둔 탁상 앞에 앉아 서로를 바라본다.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표지<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표지다. 가면을 쓴 정장 차림의 두 사람이 케이크를 켜둔 탁상 앞에 앉아 서로를 바라본다. ⓒ 한겨례출판

이 책은 세 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 챕터는 나와 같은 독자들이 몰랐을 검사의 일상 이야기로,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범죄 이면에 피고인들과 있었던 일, 기소 의견을 쓰는 검사의 마음과 같이 검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나타내는 이야기들로 시선을 끈다. 마냥 특수한 사례들만 있는 건 아니다. 검사이기도 하지만 '직장인'이기도 한 저자는 상사에게 깨진 이야기, 초보 검사로서 잘 알지 못해 고군분투했던 경험도 솔직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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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두 번째 챕터는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고민이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부당하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하던 시간을 담았다. 업무는 다르지만 같은 직장인으로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불의에 섣불리 나서기 힘들어하면서 걸핏하면 '사직서를 내자!'고 다짐하는 건 꼭 내 회사 생활과도 유사했다.

마지막 장은 서울이 아닌, 경상북도 상주에서의 근무 일화다. 도시를 벗어난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일상을 다룬다. 장소만 변했을 뿐인데, 캐릭터가 분명한 동료들이 더해져 손에 땀을 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챕터의 성격 때문인지, 뒤로 갈수록 글의 호흡이 길어진다. 점차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면서 에필로그를 읽을 때는 '벌써 끝났다'라는 생각을 하게 돼 아쉬웠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해지는 건 단순히 저자의 삶과 생각만은 아니다. 직업인이기 이전에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저자는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임신과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검사 생활을 하는 저자의 모습은 내가 꿈꾸는 삶과도 비슷해 어느새 '인생 선배'의 조언을 듣는 기분도 난다.

세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용기와 노력

당연히 겪지 않는 게 좋겠지만, 범죄는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굳이 뉴스를 찾아보지 않아도 범죄에 연루된 목격자를 비롯해 피해자, 가해자 역시 내 주변에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그래도 이 세상을 꼭 유죄와 무죄로만 나눌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가 속한 세계는 판사의 판결에 의해 재판의 승자와 패자가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오롯이 승리를 위해 일하진 않는다. 주어진 대로 열심히 자기 일을 수행할 뿐이다.

저자는 그런 자신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피를 찾는다. 생각해 보면 직장에 사직서를 던지는 건 무엇보다 쉽다. 그 직장에서 해방되고 싶다면, 방법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그러나 본인이 그 직업을 사랑한다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그때는 사직서를 내던지는 것보다 더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의 부제는 '범죄 너머에서 발견한 인간에 대한 낙관'이다.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땐 '인간'이 재판에서의 '피고인'을 의미할 줄 알았다. 검사의 에세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엄숙하고 냉정한 심판자의 시선일 줄 알았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다시 부제를 봤을 때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였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옳고 그름 이상의 뭔가를 바라보는 법, 이 책은 그걸 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 범죄 너머에서 발견한 인간에 대한 낙관

정명원 (지은이), 한겨레출판(2025)


#유무죄세계의사랑법#정명원#한겨례출판#검사에세이#인간에대한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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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 (onestar720)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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