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개혁특별위원회 허위 조작정보 근절안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0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0월 23일 언론과 유튜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언론사나 유튜버가 혐오와 폭력을 선동하는 '불법정보',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핵심은 '타인을 해할 의도'를 가지고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해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는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 침해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10일 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 대표이자 오픈넷 자문위원인 손지원 변호사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손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미 다른 일반법, 형사법으로도 허위사실공표 처벌할 수 있어"
- 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추진하는 건 일견 타당한 면이 있어요.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허위조작정보로 인해 개인적·사회적인 폐해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겁니다. 당연히 입법 목적 자체는 부당하다고 볼 수 없죠.
그런데 사회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정보들은 아직 진실인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언론에서도 초기 의혹 보도 경우 신속하게 보도하다 보니 진실인지 판정이 명확하게 되지 않은 상태죠. 또 어떤 것은 영영 입증할 수 없는 정보들도 있겠죠. 어떤 명제가 단순한 의견인지, 아니면 사실 적시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경우도 많죠. '공산주의자'라는 단어로 예를 들면, 공산주의자라는 게 학술적으로 명확히 정의 내리고 증명할 수 있는 개념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평가의 개념인지도 명확하지 않잖아요.
(법이 통과된다면) 진실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판정하기 어려운 정보들에 대해 언론 보도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허위사실이라고 프레임 씌우기가 쉬워지겠죠. 언론인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모든 사용자들도 '허위정보 유포자'로 취급될 수 있고, 징벌의 칼날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허위조작정보 근절, 징벌 기조가 결국 사회의 모든 발화자들을 위축시킬 수 있고 또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민주적 공론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거죠."
- 이미 언론중재법이 있습니다. 이 법으로 가짜뉴스나 허위조작정보를 처벌할 수는 없나요?
"언론중재법은 언론에 대해서만 특수하게 규정하는 법이죠. 언론중재법 이외에도 다른 일반법·형법으로도 일정한 허위사실공표, 가짜뉴스는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어요. 형법에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있는데, 이것도 우리나라는 징역형까지 규정하고 있어서 굉장히 강력하게 처벌하는 구조예요. 우리는 또 허위사실뿐만 아니라, 사실 적시 명예훼손도 처벌하고 있죠. 이 명예훼손죄로 유죄 판단 전에도 구속이나 압수수색과 같은 강한 형사적 탄압을 할 수 있어요.
이런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폐지하라는 게 국제인권기준이고, 우리 정부에게 폐지 권고가 여러 차례 나왔을 정도죠. 공직선거법에도 허위사실공표죄가 있고요. 또 당연히 민사적으로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미통심위) 통신심의 시정요구 제도로 정보 삭제, 차단도 가능합니다. 포털사이트 임시조치나, 게시중단 제도로 정보 유통을 막을 수도 있고요. 결국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과하다 싶을 정도의 규제가 있는데도, 문제가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죠.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규제 만능주의나 정부 후견주의가 팽배하다 보니까, 그럴 때마다 규제 강화가 논의되는 것 같아요."
-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어떤가요?
"일반적인 민사 손해배상제도의 원칙을 넘어서, 언론보도나 표현에 특수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 자체가, 특별히 엄벌주의로 나아가겠다고 천명하는 셈이에요. 우리나라의 민사 손해배상 제도의 일반 원칙은 전보 배상 원칙, 즉, 그 사람이 입은 실제 손해액을 배상하는 원칙이거든요. 또 소를 제기한 원고가 해당 표현이 허위라는 것이나, 표현자에게 고의가 있었다는 등의 요건을 입증해서 배상액을 받아내는 것이 원칙이에요.
그런데 이 법안은 이 일반 원칙을 벗어나서 표현의 대상이었던 사람(원고)에게 굉장히 유리하고 언론이나 표현한 사람(피고)에게 굉장히 불리한 소송 당사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예요. 손해액 증명이 안 돼도 법원에서 5천만 원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고, 그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인 의미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또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으로 '타인을 해할 의도'라는 게 있는데, 사실상 입증책임이 피고들에게 전환되게 되는 거죠.
그 대상도 '게재자 가운데 정보 게재 수나 구독자 수, 조회 수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서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로 돼 있거든요. 이 '게재자'는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해서 정보통신망에 직접 제작하거나 선별한 정보 게재해서 유통하는 자'를 말하기 때문에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더라도 다른 콘텐츠를 부분 편집해서 공유하는 사람들도 포함돼요.
그리고 법적으로 '업으로'란, 반복성이나 계속성에 초점이 있어요. 언론사들은 물론이고 사실상 모든 SNS나 콘텐츠 플랫폼에서 일정 수준의 구독률을 보유한 계정이나, 채널 운영자 등 일반 시민들까지도 모두 그 대상이 될 수 있죠.
표현 행위 자체가 굉장히 무거운 책임을 질 수 있는, 위험한 행위로 규정하면 시민들과 언론들은 표현행위를 두려워 하게 되고 자기 검열을 하게 됩니다. 자유로워야 할 민주주의 공론장이 훨씬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국제사회와 시민단체들이 오래 전부터 언론, 표현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반대해 온 근본적인 이유예요."
"권력자들의 여론통제 수단으로 남용될 우려도 있다"

▲손지원 변호사 ⓒ 손지원 제공
- 민주당은 허위·조작 정보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처벌하겠다고 주장하는데 이게 가능할까요?
"물론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되더라도 판사들이 정말 악의적인 허위 조작 정보 유포의 경우에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판결할 수 있고,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겠죠. 그런데 진실이라는 근거가 재판 시점까지 나오지 않아서 허위사실로 판단될 수도 있어요. 공익적 목적, 타인을 해할 의도 등 추상적인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하다 보니, 그것이 판사의 잘못이든, 소송 당사자가 제대로 다투지 못해서든, 잘못된 판결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또 판결 결과를 떠나서, 소송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언론이나 표현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표현행위가 위법한가에 대한 판단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권력자들이 비판적인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소송을 걸고, 위축되어 있는 언론이나 시민에게 소송을 취하해 줄테니 보도나 게시물을 내리고 합의금을 달라고 하는 등의 여론 통제 수단으로 남용할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재판에서는 제한적으로 나쁜 미디어들에 대해서만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이런 제도 만으로 언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거예요."
- 이 법에 따르면, 정보가 허위인지 아닌지는 누가 판단하는 건가요?
"허위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는 민사 손해배상 판결이니까 법관, 판사가 판단하겠지요. 혹은 허위조작정보라는 이유로 심의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방미통심위가 판단할 것이고요. 그런데 방미통심위는 행정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고, 정부·여당 추천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구조입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더욱 행정기관적 성격이 확실해졌고요. 결국 이 경우에는 정부가 진실, 허위의 판단자가 되어서 반정부적 여론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죠."
- MBC의 '바이든-날리면' 논란 당시, 2024년 1월 1심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말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MBC 보도를 허위보도로 규정했습니다. 당시에 이 법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더라고요.
"맞아요. 당시 1심 재판부는 MBC의 '바이든'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대상이고 잠정적으로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죠. 사실 지금까지도 그 음성이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죠. 음성 증거가 있는데도 진실을 끝내 확인할 수 없는 사안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런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고 해서 그것에 거스르는 주장을 해선 안 되는 걸까요? 실제로 이 사건 1심 선고 이후에 바이든이라고 주장하는 언론이나 유튜버들이 많이 없어졌어요. 바로 이게 위축 효과죠. 만약 그때 당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거액의 과징금 규정이 있었다면, 그 판결 이후에 바이든이라고 주장한 미디어들은 다 망했겠죠. 그 보도 사건 판결이 이 법안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봐요."
-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청구 자격에 정치인, 고위공직자, 대기업 등 권력자를 제한하는 조항이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권력자의 청구를 제한하면 괜찮을까요?
"일단 특정한 지위에 대해서만 특정한 내용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은 재판청구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위헌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봅니다. 논리적 일관성을 위해서라면 누구를 상대로 했든지, 악의적인 허위 보도를 한 사람이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게 맞고요. 물론 권력자를 상대로 한 언론 활동을 보호하려면 조항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조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익적 언론 활동이 다 보호되는 것도 아닙니다.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무형의 '권력자'들이 많잖아요. 예를 들면 고위 공직자들의 가족이나 공직이 없는 비선 실세 같은 사람들에 대한 보도는 보호할 수 없겠죠. 그래서 권력자를 제한한다는 조항은 도입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울뿐더러 실익이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민주적 세력이 집권해 제도 남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 2023년 9월 당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짜뉴스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이번 개정안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요?
"비슷한 기조라고 봐요. 하지만 민주당은 그 이름 자체가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가장 중시해야 하는 정당이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일관적인 정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윤석열 정권 때 지금 있는 제도도 엄청나게 남용해서 형사고소를 남발하고 뉴스타파나 MBC도 압수수색했잖아요. 또 류희림 전 방심위 위원장 때 가짜뉴스 심의센터를 운영하고 공정성 심의 규정을 이용해서 반정부적 여론 탄압한다고 비판받았고요. 한 정권이 이런 모든 방법 동원해서 언론과 여론을 탄압하는 결과를 봐놓고도 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려는 게 정말 실망스러워요."
-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는 것 같다는 주장도 있던데 어떻게 보시나요?
"여러 부분이 불명확하거나 부적절한 판단 기준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물론 위헌의 소지도 높다고 보입니다. 저는 이 법안 자체를 다 전면 재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문제가 있다면 기존의 제도를 좀 더 잘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하고요."
- 마지막으로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제도는 최악의 집권자가 나와서 이용할 때를 상정해서 설계돼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입법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만약 반민주적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에도 이 법이 잘 운용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 공론장을 위축시키고 반민주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있지는 않을까. 이런 부분을 숙고하셔서 시민들이 이 법안을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은 당 이름에 걸맞은 정책 철학을 가지고 이 법안을 전면 재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