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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구암동 수능 제27지구 17시험장인 유성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 유의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2025.11.12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구암동 수능 제27지구 17시험장인 유성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 유의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2025.11.12 ⓒ 연합뉴스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싸워온 활동가 모녀조차 '수능' 앞에서 일시 정지했다.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과 그의 딸 유지민(20)씨는 수능 접수를 앞두고 난처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입시를 치른 '선배' 장애 학생이 "따로 교육청에 요청하지 않으면 장애가 있는 수험생에게도 장애인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가 부실한 수능 고사장으로 배정될 수 있다"고 조언한 것이다.

지민씨는 지체 장애가 있어 휠체어에 탑승한 채 수능을 치러야 한다. 홍 이사는 관련 정보를 급히 찾아봤다. 알고 보니 장애가 있는 수험생이 직접 '시험 편의 제공'을 신청해야만 적합한 고사장으로 배정되는 것이었다. 그조차도 절차가 복잡해 지민씨는 신청 접수에 필요한 서류를 확보하고자 부득이하게 학교를 빠졌고, 출석으로 인정되지도 않아 병가를 냈다.

홍 이사는 수능 이틀 전인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휠체어를 탄 수험생에게는 장애 편의 시설을 갖춘 시험장이 자동 배치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장애가 있는 학생이라고 모두 똑같은 종류의 편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교육계는 일률적인 시험 편의를 제공하고 이조차 안내가 미흡해 모르는 장애 학생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한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 해당 글에는 중증청각장애가 있는 자녀의 수능 시험장 관련 정보를 묻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8월 한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 해당 글에는 중증청각장애가 있는 자녀의 수능 시험장 관련 정보를 묻는 내용이 담겨있다.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장애가 있는 수험생은 본인이 원할 시 교육지원청 등 수능 현장 접수처에서 시험 편의 제공을 신청할 수 있다. 이곳에서 시험 시간이 연장되거나 점자 문제지가 제공되는 등의 편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응시 자격과 편의 내용이 상세하게 안내되지 않아 수험생 카페에는 "나의 상황이 이러한데 어떤 장애 편의 제공을 받을 수 있냐", "나도 시험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정도의 장애이냐"고 묻는 게시글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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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씨처럼 본인에게 필요한 편의가 아니라고 판단해 신청을 고려하지 않다가 '권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도 있다. 그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에 "시험 기간 연장과 같은 편의 제공이 내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청하지 않을 경우, 장애 편의 시설이 미흡해 휠체어 접근성이 낮은 고사장에 배치될 수 있다는 선배 장애 학생의 조언을 듣고 당황했다"고 전했다.

모녀는 "수능 준비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입학부터 입시 전반까지 모두 장애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 찾아보고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장애 학생의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한 종합 지원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수많은 장애 학생들이 수능을 봤을 텐데 아직도 시험장 배정에 대한 명확한 체계나 데이터가 없어요. 마치 장애 학생을 투명 인간처럼 생각하는 건가 싶어요." -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

"장애 학생도, 교사도 모르는 '수능 정보'… 통합 안내 체계 마련해야"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이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헤이그라운드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났다.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이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헤이그라운드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났다. ⓒ 이진민

홍 이사는 "학교로부터 '수능 관련한 편의 제공 제도가 있으니 신청하라'는 이야기만 들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과거에는 어떤 지원 사례가 있었는지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수능을 치른 장애 학생들이 많을 텐데 그간 이들을 어떻게 지원했는지, 그 지원이 적합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은 거 같다. 결국 장애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나 교육청에 직접 문의해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하고 필요한 편의를 요청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에 기댄 임기응변식 대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홍 이사는 "장애 학생들은 개인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라 일괄적인 지원이 아닌 개별 사례에 적합한 편의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 학생들에게 '너희 모두 시험 기간을 연장해 주겠다'는 식이 아닌 '너의 장애 유형과 상황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식의 개별 사례 관리가 필요하고 통합 안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민씨는 "시험 편의 제공을 신청하기 위해 교육지원청에 직접 방문하고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비단 수능 시험만이 아닌 입시 전반 과정에 있어 학교로부터 받은 도움이 거의 없다. 장애 학생을 위한 입시 전형이나 지원을 직접 찾아보고 학교에 통보하는 식으로만 이뤄져 제도적인 미흡함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모녀는 "설령 장애 편의 시설이 있는 학교로 수능 시험장이 배정됐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홍 이사는 "학교마다 장애 편의 시설의 크기나 구비 상황이 달라 학생과 학부모가 매번 시험을 치를 때마다 학교에 다시 문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능 전날, 지민씨의 시험장이 공개되자 홍 이사는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처음 전화를 받은 직원은 '학교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다행히 두 번째로 받은 직원이 관련 안내를 상세히 했다"고 전했다.

'활동가 모녀'는 이번 경험을 살려 학교 내 장애 편의 시설의 크기 및 동선을 측정해 접근성 정보를 모으는 시민 데이터 프로젝트 '모모탐사대'를 진행할 계획이다. 홍 이사는 "입학이나 시험을 앞둔 장애 학생이 학교 및 시험장과 관련한 장애 편의 시설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데이터를 모아 공공 사이트에 공개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애 학생에게 '차별 없는' 수능 반드시 지원해야"

 사단법인 '무의'에서 지난 2일 진행한 '제3회 걸즈온휠즈 Girls on Wheels 토크콘서트'의 현장 사진. 한 참가자가 요청한 내용이 담긴 메모로 "엘리베이터와 경사로가 당연하게 존재하는 학교"라고 적혀있다.
사단법인 '무의'에서 지난 2일 진행한 '제3회 걸즈온휠즈 Girls on Wheels 토크콘서트'의 현장 사진. 한 참가자가 요청한 내용이 담긴 메모로 "엘리베이터와 경사로가 당연하게 존재하는 학교"라고 적혀있다. ⓒ 홍윤희 제공

전문가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라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간 교육권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면서 "장애 학생과 학부모에게 필요한 정보가 적절히 제공되지 않는다면 엄연한 차별 행위이자 교육행정기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상원 변호사(공익법단체 두루)는 "장애가 있는 수험생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수능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을 넘어 장애가 없는 학생과 동등한 환경에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위해 장애 유형 및 특성을 고려한 편의 시설, 설비, 서비스 등의 인적·물적 제반을 제공해야 한다. 만일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교육기관은 일반적인 공중이용시설보다 더욱 강화된 장애인 편의시설 제공 의무가 있다"고 했다. 또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학교에 대해서는 소송 외에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거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를 다녀야 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불이익이 우려돼 이러한 절차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교육행정기관인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이러한 부분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수능처럼 큰 사안조차 학교나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장애 학생들이 찾아보는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모든 학생에게 종합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아닌 개인이 찾아봐야 하는 환경이라면 정보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지방에서 조부모와 함께 사는 장애 학생들이 많은 만큼 이들이 적절한 편의를 제공받고 있는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장애 여부는 학생의 개인정보라서 수험생 본인이 직접 시험 편의 제공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교육청에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면서도 "편의 제공을 신청한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적합한 지원을 하고자 현장 접수처에 직접 방문하도록 하고 그곳에서 함께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학교들에 대개 장애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상태이고 수능 접수 과정에서도 장애 학생의 요청 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해 최대한 불편함 없도록 하고 있다"며 "장애 학생에게 부적합한 수능 고사장이 배정돼 급히 시험장을 변경해야 했던 상황은 그간 없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무의'와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기획한 '모모탐사대'.
사단법인 '무의'와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기획한 '모모탐사대'. ⓒ 모모탐사대

#장애#수능#시험장#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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