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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오후 4시 2분]

오는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 회의실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날 열리는 정기회의의 핵심 안건은 바로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685MW급)의 계속운전(수명연장)의 허가 여부다. 이미 40년의 설계수명을 다한 고리2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23년 가동 만료를 맞았다.

수명연장을 위한 회의는 지난 9월, 10월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세 번째로 상정되는 안건이다. 원안위는 앞서 보완자료 검토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재확인을 이유로 결정을 미뤘다. 세 번째 논의 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결정이 가져올 파장을 고민하면 숙의 과정은 여전히 부족하며, 미래를 위해서는 수명 연장 심사 자체가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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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는 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해 심의·의결을 진행한다. 환경·시민사회계 인사로 분류되는 진재용 위원(변호사)은 앞선 회의에서 절차적 하자와 평가 부실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진 위원은 당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고리2호기 인근의 환경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보류를 주장했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이 법정 기한을 어긴 채 제출한 주기적안전성평가(PSR) 보고서를 그대로 인정한 절차 문제도 지적했다.

원안위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사고관리계획서 통과는 이미 수명연장의 길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10월 24일 열린 223차 회의에서는 계속운전 안건을 미루는 대신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을 표결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는 수명연장의 사전 필수 조건이다. 원안위는 이 결정으로 사실상 고리2호기 재가동의 길을 열었다는 게 시민단체 등의 평가다.

사고관리계획서는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대사고(Severe Accident)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응 절차를 담은 문서다. 대기확산계수를 실제보다 낮게 설정해 사고 위험성을 축소했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 위원이 찬성표를 던지며 통과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은 수명연장 허가의 사실상 첫 관문이었다. 다음 회의에서 본 허가가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수명연장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 했다.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하라!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하라! ⓒ 탈핵공동행동

고리2호기는 해안선에 위치한 가압경수로형 원전으로, 해수 염분에 의한 구조물 부식, 중성자 조사에 의한 금속 취성화 등 재료 열화 현상이 누적된 상태다. 가동 40년을 넘긴 원전은 설계 당시의 안전여유도가 현저히 줄어 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기술 개선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계속운전 허가를 받으면 최대 10년, 즉 2035년까지 고리2호기를 재가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시민단체들은 "기술적 문제보다 제도적 신뢰가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조용준 대전환경운동연합 국장(아래 조 국장)은 "한수원이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늦게 냈는데도 원안위가 그대로 받아줬다. 이는 명백한 절차 위반이자 규제기관의 직무유기"라며 "원안위가 규제기관이 아니라 추진기관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국내외 수명연장 비용의 격차도 논란이다. 캐나다의 달링턴 원전(중수로형)은 2055년까지 연장 가동을 위해 97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를 투입 중이다. 젠틸리2호기는 4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자 폐쇄를 택했다. 미국의 경우, 원전 한 기당 수명연장 공사비는 7억~10억 달러(약 1조 원~1조 4천억 원) 수준으로 보고된다. 반면 한국의 고리2호기는 1700억~3100억 원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1300억 원은 지역상생비로 포함된 금액이어서, 실제 기술 개선 비용은 적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 국장은 "외국은 10조 원을 들여야 안전하다고 판단하는데, 우리는 3천억 원으로 괜찮다고 한다"며 "이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성도 없다, 수명연장은 빚을 늘리는 일"이라며 정부는 원전 수명연장의 경제성을 강조했다. 전형적으로 눈앞의 비용만 보는 계산으로 위험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고리2호기 수명연장 중단 촉구 기자회견
지난 21일 고리2호기 수명연장 중단 촉구 기자회견 ⓒ 대전탈핵공동행동

원전의 수명연장은 초기 투자비용만이 아니라, 추가 폐기물 관리비용, 해체비용, 보험료 증가분을 포함해야 한다. 실제 한국원자력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고리2호기의 해체비용은 약 1조 원이 넘는다. 결국 미래세대가 10배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경제성 논리는 눈속임이다.

정부는 원전을 기후위기 대응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라늄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사용후핵연료의 장기 저장·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안하면, 원전은 결코 탄소제로의 청정 에너지가 아니다. 유럽연합(EU)조차 원자력을 과도기적 에너지로 분류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2023년 4월 마지막 원전 3기를 영구정지했고, 프랑스조차 노후 원전의 일부를 폐쇄 중이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원안위는 안전의 이름으로 정치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원안위는 법적으로 독립규제기관이지만, 인사 구조와 예산 측면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원안위가 독립성을 이미 상실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위원 중 다수가 원자력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도 형식적 심의로 그칠 우려가 든다. 환경단체들은 13일 회의 당일 서울과 부산, 대전, 울산 등지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이건 한 발전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리2호기의 결론은 단지 한 기의 원전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고리 2호기에 대한 해제 결정이 내려지면 지난해 9월과 올해 8월에 계속운전 심사를 위해 가동을 멈춘 고리 3호기와 4호기와 올해 12월 가동이 만료되는 한빛1호기, 월성 2호기 등도 영항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에서 가동연한이 만료되는 한울 1호기(2027년)과 한울2호기(2028년)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후쿠시마 이전으로 돌아가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지금의 결정은 10년짜리가 아니다. 미래 100년의 안전 기준을 정하는 일이다. 멈춰야 한다, 40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가동을 준비하는 고리2호기는 폐기해야 한다. 위험사회로 질주를 멈춰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것은 낡은 원전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회적 합의다. 13일, 원안위의 결정은 단지 한 기계의 재가동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에너지 철학을 시험하는 날이 될 것이다.

#고리2호기#수명연장#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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