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 연합뉴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을 담당했던 검사들이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민간업자들에게 수천억 원에 달하는 범죄수익을 안겨준 결정이라며,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잇따라 비판의 글을 쏟아냈다.
특히 대장동 수사와 공판을 담당한 김영석 대검 감찰1과 검사는 지난 9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한 전례가 있었나. 항소 포기로 인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핵심 쟁점(재산상 이익 취득 시기 등)에 대한 상급심 판단 기회를 잃었다."
이러한 현직 검사들의 반발에 발맞춰, 국민의힘과 주요 언론들도 항소 포기 결정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수천억 환수 막혀"... 검찰 내부 '대장동 항소 포기' 반발 (한국경제)
[따져보니] 7300억 날아가나... 검찰 항소 기준은? (TV조선)
진중권 "김만배는 좋겠다, 몇 년만 살고 나오면 재벌 돼 있을 테니" (동아일보)
과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서 수천 억 환수를 못하게 됐다고만 볼 수 있을까?
검찰 "7886억 추징" 요구... 법원은 "1128억이 부당이익" 판단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핵심 인물인 민간업자 5인. 왼쪽부터 김만배, 정영학, 남욱, 정민용, 유동규. ⓒ 권우성 이희훈 이정민 사진공동취재
검찰은 지난 6월, 대장동 본류 사건 1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이 총 7886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전액 추징을 요구했다.
-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 징역 12년, 추징금 6111억 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 징역 7년, 벌금 17억 400만 원, 추징 8억 5200만 원
- 남욱 (변호사) : 징역 7년, 추징 1011억 원
- 정영학 (회계사) : 징역 10년, 추징 647억 원
- 정민용 (변호사) : 징역 5년, 벌금 74억 4000만 원, 추징 37억 2000만 원
하지만 지난 10월 31일 선고된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총 473억 3200만 원만 추징했다.
- 김만배 : 징역 8년, 추징금 428억 원
- 유동규 : 징역 8년, 벌금 4억 원, 추징금 8억 1000만 원
- 남욱 : 징역 4년 (추징 없음)
- 정영학 : 징역 5년
- 정민용 : 징역 6년, 벌금 38억 원, 추징금 37억 2200만 원
이에 대장동 수사검사들은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에 2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추징 가능한 범죄수익의 상한이 473억 원으로 제한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과 언론이 간과한 중요 사실이 있다.
1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공사는 2015년경 피고인들의 업무상 배임으로 인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1822억 원을 공제한 나머지 택지 분양이익의 절반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다. 이후 실제 배당 과정에서 공사가 더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은 1128억 원이다. 이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배임으로 인해 민간업자들이 추가로 취득하게 된 범죄수익이며, 부패재산몰수법 제2조에 따라 부패재산에 해당한다."
즉,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7886억 원이 아니라 1128억 원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실질적인 부당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처음부터 배임액을 완전하게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법원은 '가액 불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추징액을 473억 원으로 제한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규정돼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7000억을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 쟁점은 대장동 사건 관련 '조작 및 협박'
지난 7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욱 변호사는 자신에게 "배를 가르겠다"는 말을 했던 검사로 정일권 부장검사를 지목했다. 남 변호사는 법정에서 증언 중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일권 부장검사다. 2022년 9월 첫날 수사 끝나고 (자정 무렵) 불렀다. 애들 사진... (울먹이며) 죄송하다. 애들 사진 보여주면서 '애들 봐야 할 거 아니냐', '여기 계속 있을 거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를 갈라 장기를 꺼낼 수도 있고, 환부를 도려낼 수도 있다. 내려가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내일 검사랑 이야기하라'고 했다."
남 변호사는 이후 검찰 조사에서 2013년 유동규에게 건넨 뇌물 상황을 진술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의 진술이 2022년 수사 과정에서 검사와 유동규 등을 통해 처음 듣고 알게 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사 배제 조항에 대해 유동규가 정진상과 협의했고, 시장에게 보고해 승인받았다는 내용은 (수사과정에서) 처음 들었다. 검사님이 '그러지 않았겠냐'고 물었고, 저는 경험한 바는 아니지만 시스템이 그렇다면 그랬겠다고 대답했다. 그게 조서에 담겼고, 대부분 판결문에 유죄 증거로 기재됐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대장동 사건의 본질은 무엇일까? 검찰의 항소포기와 이에 따른 수사검사들의 반발일까? 아니면 한 명의 정치인을 겨냥한, 수년 간 이어져온 검찰 차원의 조작·협박 의혹이 진짜 쟁점일까? 대장동 개발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폭로한 검사들의 이름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