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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10 13:44최종 업데이트 25.11.10 13:44

극우를 멈추게 할 힘 : 대항을 넘어 대안으로

이건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를 묻는 더 큰 싸움이다

극우는 어떻게 형성됐는가

극우 세력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오늘날 극우주의가 길었던 침체기를 뚫고 어떻게 재형성되었는지 물어야 한다. '신극우'의 출현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미국에서 트럼프 현상이 출현한 이유를 되물을 수 있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이후 미국은 감세·사유화·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로 전환했다. 물론 다른 여러 국가들도 미국을 따라 유사한 변화를 겪었고, 외환위기 이후 IMF의 수술대에 오른 한국도 마찬가지다. 신자유주의 모델은 경쟁이 효율을 낳고 개인의 자유가 번영을 낳는다는 약속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불평등의 폭발적 확대를 초래했다. 1979~2019년 사이 미국 상위 1%의 소득은 160% 증가했지만 하위 50%는 실질소득이 거의 정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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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유연한 노동시장'은 결국 불안정 노동, 비정규직, 저임금화로 귀결됐고 가계는 부채를 통해 생존을 이어가야 했다. 주택·의료·교육 모두 시장화되면서 사람들은 채무상환을 위한 노동의 굴레에 갇혔다. 즉,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자유'는 공적 자치의 능력이 아니라 학력·건강·네트워크 등 자기 자본에 투자하고 수익을 증명해야 하는 억압 기제다. 이는 민주주의 감각을 약화시키고 '성과 혹은 실패'라는 개인화된 도덕을 내면화한다. 무엇보다 의료·주거 등 '필수 비용'이 빚으로 전환되면 일상은 불안과 수치심에 물들기 쉽다. 이는 '세상이 나를 버렸다'는 상실·모욕 감정을 강화하고 분노의 표적을 찾게 만든다. 이렇듯 '불안과 수치심'을 내면화한 노동자계급이 트럼프 지지층이 됐다. 민주주의적 욕망의 좌절이 우익 포퓰리즘의 에너지로 전환된 것이다.

우리는 얼마든 이를 한국 사회에 적용시킬 수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우익 포퓰리즘적인 수사를 남발하는 정치인이나 유튜버를 보면 이들이 트럼프식의 수사법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짜뉴스를 유포하거나, 무리하게 '적'들을 하나로 묶어 비난하는 것은 이제 논란조차 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인과 한국계 중국동포 이주민 공동체에 대한 일반화된 혐오 감정을 양산하며 인종주의 폭력을 가하는 모습은 중국 지배체제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인종주의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모든 문제를 '친미 혹은 친중', '반공 혹은 빨갱이'라는 경계로 분할함으로써 합리적인 사고와 토론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극우의 세력화를 막을 수 있을까? 언론 지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과제는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극우세력의 주무대는 유튜브·틱톡, 그리고 인터넷상의 남초 커뮤니티인데, 이들 소셜미디어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세계관 형성의 장, 사회화가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혐오·음모론의 언어를 해체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이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시도는 이미 곳곳에 존재한다. 한쪽에서 생성하는 콘텐츠들은 알고리즘 구조를 뚫고 다른 쪽으로 전달되지 않을 뿐이다.

실로 우리는 불평등·기후·돌봄·평화를 중심으로 한 감정정치의 재구성을 통해 가짜뉴스로 형성된 전선에서 '적대의 서사'를 구축하고 있는 극우 담론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이는 대학·직장·지역 커뮤니티에서 다시 '조직적 학습 공간'을 만드는 것, 혐오에 대응하는 실천적 연대를 구축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유포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처럼 플랫폼의 추천·광고·허위정보 유통 구조를 투명화할 법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알고리즘에 대한 규제와 더불어 대안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대안 미디어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극우 세력화의 토양을 제공하는 '불평등'과 '배제'를 해소하기 위한 일들이 가장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했듯, 오늘날 극우의 새로운 흥기는 불평등한 사회가 양산하는 불안과 수치심을 토양 삼아 일어났다. 소득·주거 불평등과 실업 등 현실을 해소하는 사회복지정책은 극우 세력이 갖고 있는 '피해자 정체성'을 약화시킬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젠더 갈등, 장시간 노동의 해소, 더 많은 일자리의 공급을 통해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삶의 조건을 바꿔야 한다. 또한 기후·돌봄 정의를 축으로 한 '새로운 공공성 운동'은 '적대적 정체성의 정치'를 대체할 수 있다.

한데 문제는 당장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폭력과 혐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있다. 가령 가짜뉴스를 동원한 심각한 수준의 혐오 발언들을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면 물리적 공격과 같은 심각한 수준의 폭력도 자행될 수 있고 이는 '혐오'와 '인종주의'를 질적으로 강화한다. 따라서 폭력과 혐오는 결코 용인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차별금지법과 엄정 처벌

이때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안 중 하나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의 역사에서 '징벌'은 언제나 부차적인 쟁점이었을 뿐, 이 법 제정의 핵심 구조는 '예방'과 '구제'에 있었다. 2020년 장혜영 의원안, 2022년 이상민 의원안,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출한 시안 등은 모두 형사처벌 조항이 없는 인권 구제 중심의 법안이었다.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으면 조사를 거쳐 시정 권고가 이뤄지고 이 권고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공표하는 수준의 절차를 밝혔을 뿐이다. 손해배상이나 원상회복 청구 등 민사적 구제는 규명하고 있지만 형사처벌 규정은 없었다. 따라서 직접적 억제력에는 한계가 있지만 사회적으로 '금지 기준'을 명문화하고 '혐오에 맞서 싸울 사회적 언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혐오와 폭력의 정당화를 약화시키는 사회적 방파제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한 사안들도 있고, 특히나 최근의 혐오 시위는 그런 요소가 있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서유럽 국가들에서도 네오나치나 인종주의적 폭력단체들의 공식 활동을 금지하고, 이로써 일부 청년층에서의 '극우 폭력 영웅화'를 차단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연방헌법수호청이 네오나치 조직을 '헌법질서 위협'이라고 판단하면 해산 청구가 가능하다. 2017년 연방헌법재판소가 독일국민민주당에 대한 해산 청구를 기각시키는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국가보조금 전면 차단'과 같은 과감한 결정을 내린 바 있고, 이는 극우 청년조직들의 재정 기반을 약화시켰다.

스코틀랜드에서도 '증오범죄 및 공공질서법2021년 제정, 2024년 4월 1일 발효'을 통해 이주민 등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 선동이나 폭행을 1.5~2배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이 법은 조앤 롤링과 일론 머스크 등 영향력이 큰 인사들의 비난으로 인해 집행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일찍이 유사한 형태의 법이 제도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폭력과 불법에 대한 처벌이 극우 세력화 억제의 수단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극우 혐오 선동과 극우 세력화의 문제는 단순히 법집행의 영역을 넘어 민주주의와 자유의 경계, 그리고 정치적 주체화의 조건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의 득세 등 상황을 볼 때, 위와 같은 처벌 규정이 즉각적인 대응책이 될 수는 있을지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독일 극우 정당 AfD은 연방선거에서 약 20.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2당으로 부상했다. 프랑스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RN은 2024년 여름 조기총선 1차선거에서 약 33.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입지를 크게 강화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시민들의 항의 중 찍힌 사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시민들의 항의 중 찍힌 사진 ⓒ Priscilla Gyamfi, Unsplas

대항 너머 대안

요약하자면, 극우에 맞서 '대항'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대안을 향한 탐구, 사회 재조직을 위한 실천과 도전이 필요하다. 극우세력은 불평등·불신·무력감의 토양 위에서 자라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이런 불평등한 시스템에 저항하는 과정과 돌봄,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중운동을 통해 극우 세력화에 도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재정리하자면, 민주주의의 재구성, 불평등 감축, 혐오의 언어를 대체할 감정의 정치, 조직적 학습과 연대의 복원 등 모든 대안 담론과 현장실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를 치러낼 훈련된 활동가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변화는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 불평등과 혐오의 시대에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일은 제도 개혁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감정과 상상력을 바꾸는 일이다. 절망의 언어를 버리고 서로의 취약함을 돌보는 감정의 정치를 다시 배워야 한다. 현장에서 시민과 노동자, 청년과 이주민이 함께 배우고 토론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그 일상의 조직화가 바로 극우를 약화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다. 결국 이 싸움은 '다른 세계'를 꿈꾸는 이들의 인내와 끈기로만 완성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실천과 연대가 쌓여 만들어낼 새로운 정치의 토양이다.

극우의 세력화를 막는 일은 단순히 그들의 언행을 규탄하거나 제도적 금지를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를 묻는 더 큰 싸움이다. 불평등을 줄이고 공공성을 확장하며, 두려움이 아닌 연대의 언어로 서로를 다시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극우를 무력화시키는 유일한 길이다. 결국 극우의 확산을 멈추게 할 힘은 '그들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서로를 돌보고 조직하며 희망을 만들어가는 우리 자신의 손에서 나온다. 민주주의는 누군가가 대신 세워주는 제도가 아니라 매일의 실천 속에서 다시 세워야 할 공동의 약속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약속을 이어갈 용기와 끈기, 그리고 서로를 지탱하고 돌보는 연대이다.

〈참여사회〉 보러 가기!
📌본문이 포함된 〈참여사회〉 2025년 11-12월호는 다음 링크를 통해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peoplepower21.org/magazine/2003264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에서 발간한 〈참여사회〉 2025년 11-12월호에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입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극우#극우화#차별금지법#민주주의#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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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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