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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농성장은 오늘도 강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558일 넘게 금강의 생명과 흐름을 지켜온 자리다. 그러나 2025년 11월 5일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강의 회복을 이야기하러 온 이들이 아니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최민호 세종시장, 그리고 일부 지지자들이었다. 그들은 "세종보 재가동"을 외쳤고, "보의 관리 권한을 세종시에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세종을 찾은 장동혁대표와 최미호시장과 지지자들
5일 세종을 찾은 장동혁대표와 최미호시장과 지지자들 ⓒ 김병기

2012년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는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가 완공됐다. 그러나 강을 가로막은 시멘트 구조물은 그해 10월, 대규모 물고기 떼죽음이라는 끔찍한 장면으로 완공의 뒷면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금강에서 30만 마리 이상의 어류가 폐사했다. 정체된 물로 인한 수온 역전 현상으로 산소가 고갈된 탓이었다. 고인물을 썩는다는 말을 그대로 입증한 현상이다. 2주 동안 매일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떠오르던 죽음의 강, 그때부터 금강은 이미 신음하기 시작했다.

 2012년 발생한 대규모 어류폐사 현장
2012년 발생한 대규모 어류폐사 현장 ⓒ 이경호

2014년과 2015년에는 큰빗이끼벌레가 금강 3개 보 일대에 대규모로 창궐했다. 생경하기만 이 생물은 정체된 오염수에서만 번식하는 지표종이다. 수문이 닫히고 흐름이 멈춘 금강은 썩어가는 웅덩이로 변했다. 결국 3급수까지만 서식가능한 큰빗이끼벌레도 살지 못하는 강이 되었다. 붉깔따구와 실지렁이 같은 4급수 지표종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강의 생명망은 무너졌고, 녹조는 매년 되풀이되며 심해졌다. 금강은 더 이상 '맑은 물의 강'이 아니었다. 생명이 사라진 강, 녹조와 오염의 강으로 변해갔다.

 2016년 녹조가 가득한 강의 모습
2016년 녹조가 가득한 강의 모습 ⓒ 이경호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11월, 환경부는 세종보 수문을 개방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우려했다. 강바닥은 펄로 뒤덮여 있었고 악취가 심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기적이 일어났다. 펄이 씻겨 내려가고, 모래와 자갈밭이 드러났다. 모래톱 위로는 갈대와 버드나무가 싹을 틔웠고, 새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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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세종보 인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와 쇠제비갈매기가 번식하는 장면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수중에서는 멸종위기종 흰수마자와 미호종개가 다시 발견됐다. 이 생물들은 모두 유속이 빠르고 깨끗한 모래와 자갈밭에서만 살 수 있는 종들이다. 강이 흐르기 시작하자 생명도 되살아난 것이다.

자연의 복원력은 인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위대했다. 금강은 4대강 사업으로 무너졌던 생태계를 스스로 치유하고 있었다. 7년의 개방이 만들어낸 세종보의 풍경은 여전히 살아 있는 강의 모습이다. 흐름이 이어지는 모래톱과 수초, 새들의 발자국, 물고기의 그림자까지. 금강은 매년 조금씩 변하고 진화하며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또다시 '세종보 재가동'을 주장하고 나섰다. '보를 가동해 물을 가두면 세종시가 지역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강의 기본 원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언이다. 보를 닫으면 수위는 높아지지만 흐름은 멈춘다. 물이 고이면 산소가 줄고 부패가 시작된다. 이는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장동혁 대표에게 항의하는 시민들
장동혁 대표에게 항의하는 시민들 ⓒ 김병기

만약 그들의 말처럼 보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지난 12년 동안 닫혀 있던 낙동강의 8개 보, 영산강의 2개 보, 한강의 3개 보 주변 지역은 모두 번성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보로 인한 발전'의 증거는 없었다. 오히려 수질 악화와 생태 파괴만이 남았다. 녹조의 독성이 강의 생물은 물론이고, 이 물로 재배하는 농작물에도 검출되고 있다. 보를 막은 후 벌어지는 일은 깡그리 무시한 채 보 재가동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국민의 안전은 뒷전으로 넘긴 것이다.

환경부 조사(2020)에 따르면, 보 개방 이후 수질은 개선되고, 어류 다양성은 증가했으며, 녹조 발생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럼에도 장동혁 대표는 "재가동"을 외쳤다. 그것은 과학의 언어가 아니라, 정치의 언어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장동혁 대표가 "물은 생명이다. 우리 사람에게만, 우리 삶에서만 생명이 아니라 수계 관리는 그 지역 그 지방자치단체의 생명선"이라며 "그런 생명과도 같은 수계 관리가 이념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강은 행정구역의 소유물이 아니다. 강은 상류와 하류가 이어진 유기적 생명체다. 세종보 상류에는 대전의 갑천과 대청호가 연결되고, 하류에는 공주·부여의 농경지, 서천의 하구 생태계가 맞닿아 있다. 한 곳의 수문을 닫는 결정이 전체 유역에 파급되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유역 단위 물관리'를 원칙으로 삼는다. 유럽연합의 수자원지침(WFD)은 "강은 국경을 넘어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라인강과 다뉴브강은 여러 나라가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관리한다. 세종보를 세종시의 자산으로 보려는 발상은, 1970년대 개발주의 시대의 유령이 되살아난 것과 같다.

구시대적 흐름은 세종시의 행정에서도 이어졌다. 11월 4일, 세종시는 세종보 농성장을 '불법 하천점용'이라며 고발했다. 550일 넘게 강을 지켜온 환경운동가들이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몰렸다. 세종시는 "법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강을 위해 싸우는 시민들에게 법의 칼날을 겨눈 것은 권위주의의 부활이라고 생각한다.

세종보 농성장은 단순한 천막이 아니다. 그곳은 강의 회복을 기록하고, 생태 조사를 이어온 현장이자, 금강의 변화를 증언하는 시민의 공간이다. 세종시의 고발은 강의 목소리를 대신해 싸워온 시민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다. 우리는 강을 점유한 게 아니라, 강이 죽는 걸 막고 있다. 이 시대 생명의 진실을 지키는 최후의 선언이다.

세종보 재가동 주장은 과학이 아니라 정략이다. 윤석열 정부는 물관리 정책을 국토부로 되돌리고, 수자원공사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다시 '가두는 물' 중심으로 회귀했다. "보 활용"이라는 말이 되살아났고, "치수 중심 개발"이라는 낡은 논리가 부활했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금강의 재자연화는 오랜 시민투쟁과 과학적 근거 위에 쌓인 성과다. 그 역사를 무시하고 "재가동"을 외치는 것은 강의 생태뿐 아니라 민주주의마저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다. 금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보가 열리고 강이 숨을 쉬기 시작한 그날부터, 사람들도 변했다. 모래톱 위에서 새들이 날고, 수달이 놀며, 시민들은 다시 강을 찾았다.

그 모든 과정은 "강은 인간이 멈출 수 없는 생명체"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또다시 강을 가두려 한다. 그들의 구호 속에는 생명이 없다. 강을 숫자로 계산하고, 보를 정치 도구로 삼는 이들에게 금강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알고 있다. 강을 막는 것은 생명을 막는 것이다. 금강을 지키는 일은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세종보 농성장에는 오늘도 깃발이 펄럭인다.

"흐르는 강이 살아 있는 민주주의다." 그 깃발은 장동혁 대표의 행보보다 오래 남을 것이다. 강은 인간의 명령으로 멈추지 않는다. 강은 흘러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끝까지 그 강과 함께 흐를 것이다.

 현미경으로 본 녹조의 모습
현미경으로 본 녹조의 모습 ⓒ 이경호

#금강#장동혁대표#세종보재가동#권위주의로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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