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장관 취임정동영 신임 통일부장관이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최근 통일부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망가진 조직을 재건한다는 의미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엿볼 수 있는 개편이었다. 통일부의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사회적 대화와 민관협력 기구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추진하는 사회적 대화 2.0에서 고민해야 할 점들을 제안하려 한다.
사회적 대화가 뜨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또한 "주권자인 국민이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을 피력했다.
지난 8월 국정기획위원회는 국정과제 117번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통일정책 추진'을 제시하고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제도화하는 사회적 대화 추진체계를 구축,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 기구는 모든 국민에게 열려있고, 정부·국회·시민사회가 협업하는 기구로 구성하고 다양한 의제와 방식의 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관련하여 통일부는 지난 10월 조직개편을 통해 사회적 대화와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하였다. 장관 직속으로 신설된 '한반도정책경청단'에 사회적대화팀과 민간참여팀을 두었으며 통일정책실에 시민사회소통과와 시민사회협력과를 신설했다. 통일교육원을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으로 개편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을 위한 K-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윤석열과 내란 세력이 분단 체제의 약한 고리를 이용해 내란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점, 그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 독점이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를 제도화하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어떤 사회적 대화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계속되어야 한다.
사회적 대화 1.0의 성과와 한계
문재인 정부 당시 시민사회 주도로 통일국민협약(안)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진행된 바 있다. 당시 사회적 대화에는 보수와 진보, 중도 시민사회단체와 7대 종교가 함께 '평화·통일 비전 사회적 대화 전국시민회의'를 결성해 진행했다.
평화·통일 비전 사회적 대화 전국시민회의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한반도의 평화통일 및 대북정책 문제에 대해 당사자인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숙의하고 정책결정에 관여할 수 있게 하는 숙의민주주의 기획"으로 정의했다.
당시 사회적 대화는 2018년 7월 통일협약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2021년 7월 통일국민협약(안)을 통일부 장관에게 전달할 때까지 총 30회(3400여 명)의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고 최종 시민참여단(109명)의 숙의 토론을 거쳐 통일국민협약(안)을 마련하였다.
대북·통일정책과 관련한 남남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던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통일국민협약(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많은 성과를 얻어낸 기획이었다. 다만 의제 선정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사회적 대화의 성과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사회적 대화 2.0, 실용과 미래의 가치 살려야
그렇다면 사회적 대화 2.0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첫째, 사회적 대화 1.0은 남남갈등의 해소라는 관점에서 보수와 진보, 중도와 종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연합)으로 추진 기구를 구성한 바 있다. 보수와 진보, 중도의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다만 이러한 구획이 개별 분야에서 획일적으로 적용된다면 사회적 대화의 실용성과 확장성을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통일교육을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행위자들, 즉 교사들과 학생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들이 함께 논의하는 실용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 대화 1.0이 '통일국민협약(안)'을 만든다는 목적이 있었다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회적 대화 2.0은 논의 주제(어젠다)를 시민사회 주도로 새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관련해서 현재 우리가 해결해야 할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미래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래세대의 역할이 특별히 강조될 필요가 있다.
셋째, 사회적 대화 2.0은 '대화를 위한 대화'를 넘어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 관련하여 사회적 대화의 결과가 정부 정책으로 실행되고 국회의 입법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가칭)'한반도평화통일기본법' 제정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모든 정책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만 추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대화가 소위 '뜨는' 상황과 맞물려 모든 것이 사회적 대화로 귀결된다면 이보다 비효율적일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대북·통일정책으로 제시한 공약들은 그 나름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행돼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등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