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EC에서 이재명 대통과 시진핑 주석이 만났다. ⓒ 대통령실 제공
지난 10월 말 경주에서 APEC이 열린 가운데 가구 중소기업인 코아스가 화제였다. 코아스는 경주 APEC에 친환경 프리미엄 가구 17종 142점을 협찬했다. 그런데 협찬한 가구 등을 3월 의성 산불로 불탄 목재를 사용해 주목받았다.
어떻게 산불로 불탄 목재 재생할 생각을 한 것인지 궁금해 지난 4일 서울 용산역에서 코아스 민경중 대표이사를 만나 APEC에 얽힌 이야기 들어보았다. 다음은 민 대표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코아스가 의자 등을 협찬하면서 화제였잖아요. 어떠세요?
"저희가 이번 APEC에 정상회의장 정상 집무실, 귀빈실 같은 주요 공간에 친환경 프리미엄 가구 17종 142점으로 약 3억 원 정도 협찬했어요. 가구 업체 중에는 유일하게 공식 협찬 했어요. 이것을 '숲의 재탄생'이란 상징적 의미로 꾸민 거에 대해 언론에서 긍정적 평가를 해주었어요. 재해를 혁신으로 바꾼다는 상징성을 국제회의에서 외국 21개 정상에게 보여줬다는 것이 매우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계기로 진행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홍보효과 등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까요.
"사실 출발 자체는 꼭 홍보하기 위해 한 건 아니에요. 올해 3월에 경북 의성과 안동에서 산불이 나서 영덕 바닷가까지 엄청 불이 옮겨가는 장면을 우리 모두 지켜봤잖아요. 저도 그중에 한 명이었고요.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게 산불 꺼진 다음에 황폐하게 변한 우리 숲이었어요. 방송 다큐를 보면서 저런 것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 고민 했어요.
지금까지는 숲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 중심이었어요. 그런데 산불이 이제는 거의 매년 반복되면서 재난 수준으로 이어지다 보니,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산림청, 산림과학원, 경북도, 동화기업 등 산불 피해 지역의 기업과 임업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열었죠. 그 자리에서 가구업체로는 코아스가 유일하게 참석했는데, 제가 '산불 피해목을 활용하면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도 기여할 수 있고, APEC을 통해 이를 추진한다면 숲의 상처를 국가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그 제안이 채택되어 굉장히 뜻깊게 느껴졌습니다."
- APEC 이후 인지도가 높아졌을 것 같은데.
"맞아요. 코아스가 올해로 4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공공 조달, 학교, 민간 기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대중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 일로 코아스가 주목받으면서 댓글은 물론, 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도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해줘서 고맙다', '역시 이재명 정부는 일 잘한다', '공무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저 역시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준 정부에 감사하고요. 단순한 홍보 효과를 넘어, 국가적 행사에서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점이 보람 있었고, 동시에 ESG 경영을 실제로 실천한 하나의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3억 원이라는 돈이 적은 건 아니잖아요, 결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요?
"사실 처음엔 회의장 전체 시공을 맡은 회사에서 정상들이 사용하는 의자랑 배석자 의자를 구매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외교부 실무자가 본사로 직접 실사도 왔죠. 그때 제가 '이건 국가적인 행사니까, 작고 미미한 중소기업인 코아스도 의미 있게 기여하고 싶다. 혹시 우리가 더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요?'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외교부에서 양자 정상회담 테이블, 정상회담용 의자, 대통령 집무실, 외빈 집무실용 가구까지 추가로 요청하더라고요.
협찬을 결심한 이유는, 이번처럼 뜻깊은 행사에서 산불 피해목을 활용하면 그 의미를 더 크게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우리 입장에서도 경제적인 부담이 있었지만, 그걸 넘어 국가에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제안드렸고, 외교부에서도 그 뜻을 좋게 받아줘서 결국 물품 지원 범위가 확대된 거죠."

▲코아스가 협찬한 가구에 적힌 문구 ⓒ 민경중 ㅈ[공
- 쉽지 않은 결정이라, 회사 내부 구성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경제적인 부담도 있었지만, 사실 더 힘들었던 건 산불 피해목으로 가구를 만드는 과정이었어요. 우리 연구소 직원들이 거의 24시간 눈 붙일 틈도 없이 설계하고, 설치나 시공 과정도 여러 번 바뀌었거든요. 또 제품 시험 과정도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금전적인 부분보다 '이 피해목을 어떻게 완벽한 가구로 만들까' 하는 고민이 더 컸죠. 특히 VIP들이 사용할 제품이다 보니, 흠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되니까 심리적인 부담이 엄청났어요.
저도 그때 악몽을 많이 꿨어요. 대통령들이 의자에 앉았는데 바퀴가 부서져서 넘어지는 꿈 같은 걸요. 그런데 막상 행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원형 테이블에서 의장국 교체를 하는 장면이 정말 멋지게 나오더라고요. 그때 감회가 남달랐어요. 우리 의자 이름이 '마루온(Maruon)'이에요. '마루'는 '정상'을 뜻하고, '온(on)'은 영어 단어 그대로예요. 그래서 '정상에 앉다'라는 의미를 담았죠. 그 마루온 체어를 사이에 두고 내년 의장국인 중국과 서로 바통을 넘기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울컥했어요."
- 보람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럼요. 다른 정상들이 그 의자에 앉아서 대화하는 장면으로도 나오더라고요. 유튜브 쇼츠에서도 꽤 화제가 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 등 7개국 정상과 회담을 했는데, 그때 사용된 양자 회담용 테이블이 바로 산불 피해목으로 만든 거예요. 그래서 테이블 옆에 '이 테이블은 안동 등지의 산불 피해목으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를 한글과 영어로 함께 붙였습니다. 아마 각국 정상들도 그걸 직접 봤을 겁니다. 대한민국이 재난을 단순히 불행으로 끝내지 않고, 그걸 희망으로 바꾸는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 아까 개발하는 데 노력했다고 하셨잖아요. 그 과정을 얘기해 주세요.
"정상들이 앉았던 마루온 의자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천연 대나무에서 추출한 '뱀피(BAM-P)'라는 바이오 가죽으로 만든 제품이에요. 일반적으로 가죽의 식물성 성분이 30~40%만 들어가도 바이오 소재로 분류되는데, 이건 무려 80%가 대나무 기반의 식물성 섬유로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요즘 인조 가죽보다도 10배 이상 비쌉니다. 그리고 전 과정이 100%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에요. 이렇게 바이오 함량이 높고 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인데도 아직은 일반 소재로 많이 쓰이지 않아서, 저희가 꽤 모험적으로 여러 번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나무 소재 가죽의 품질이 아주 뛰어났습니다.
또 의자 바닥에는 산불 피해목을 가공하고 남은 목분(나무 가루)을 활용했어요. 그걸 바닥에 깔아서 항바이러스 기능까지 더했습니다. 테이블도 PB나 MDF 같은 보드를 가공해 만든 것이고요.
결국 마루온 의자는 산불 피해목의 재활용이라는 ESG 가치와, 대나무 바이오 소재라는 친환경 기술력,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냥 목재와 불탄 목재의 차이가 뭘까요?
"지금까지는 피해목을 주로 다 땔감으로만 썼어요. 화력 발전 같은 데에 쓰면 우리가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전혀 거둘 수가 없어요. 그런데 만약 산불 피해목으로 책상 만들어 쓰면 탄소 배출 저감효과로 인정받아요.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거고요. 두 번째 만약 그 피해목을 산에 그대로 놔두면 썩잖아요. 그러면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25배나 강력한 메탄을 발생시킵니다, 거기에다가 또 산불이 나잖아요. 그러면 그게 숯처럼 역할 해서 불이 더 잘 붙어요. 그런데 불탄 나무를 그렇게 가구나 다른 걸로 쓰게 되면 그걸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거기에 새 나무를 심잖아요. 숲도 살리고 어떻게 보면 수입 목재를 완전히 대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죠.
그리고 불에 탄 목재는 껍데기만 벗기면 일반 목재보다도 더 좋은 목재 재질이 된단 사실이 미국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알려졌어요. 불 태워서 더 단단하게 하는 그런 효과가 있어서 일본에서는 오히려 최고급 제품으로 팔립니다. 제품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더 좋은 의미를 더 갖게 되는 거죠."

▲민경중 코아스 대표이사 ⓒ 민경중 제공
- 불탄 목재 재생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첫째 어려움은 이런 거예요. 우리나라는 목재 자급률이 18%도 안 돼요. 일본은 자급률이 한 40% 되거든요. 근데 일본은 산림 면적이 67%고 우리나라는 63%예요. 목재 수입을 80% 이상 하는 이유가 뭐냐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숲 정책만 썼지, 그것이 몇십 년 자란 뒤에는 조림을 새로 해서 깎아내하는 산업이 발달 안 돼 있어요. 왜냐하면 수입 목재가 싸니까요. 근데 일본은 100년 이상의 계획을 갖고 계속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그런 인식 바꾸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하셨나요?
"이 산업 만들기 위해서 직접 제가 몸으로 뛰면서 제가 정부 관계자, 산림 관계자 등을 설득했어요. 탄 나무로 만들면 혹시 제품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라는 오해를 바꾸는 게 더 어려웠다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 코아스 대표이사가 된 지 1년 넘었잖아요. 기자 출신이신데 기업 경영하시는 건 어때요?
"솔직히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안 좋아요.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고 우리처럼 중소기업, 특히 전통 제조업 회사들은 뭔가 새로운 일 하려고 해도 규제가 많아요. 우리가 지금 AI나 디지털 헬스 기업들하고 계속 협약도 맺고 엠마엘스라든가 동 아피엠 현대IT 같은 회사들하고 계속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거든요. 근데 외부에선 '가구 회사가 왜 그런 걸 하느냐'고 해요.
제가 중국의 kano라고 하는 회사를 갔는데 그 기업은 가구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샤오미라든가 미국의 임파서블 풋이라는 식품 회사라든가 그 다음에 미디어라는 AI 회사 등 36개 기업과 투자 내지는 조인트 벤처를 해서 산업군을 굉장히 다양하게 하고 있거든요.
제가 CES에 여러 차례 가고 있잖아요. 거기 보면 전통 제조업이 다른 이종 사업과의 결합을 통해서 혁신을 이루고 있거든요. 그게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잖아요. 삼성전자는 옛날에 제일제당에서 설탕물 팔고 현대자동차는 타이어 수리하다가 지금 로봇 회사도 하고 자동차 회사도 하고 삼성은 바이오 회사도 하죠. 왜 그런 기업들이 혁신을 하면 잘한다고 하고,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다른 산업 모색하면 응원은커녕 자꾸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지 매우 아쉽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건,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구 회사들이 전부 다 수입 목을 써요.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엔 국산 목재 구매 의무라는 게 있거든요. 하지만 거의 법정 기준에 미달해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나무로 만들면 외국산보다 약간 비싼 건 사실이에요. 근데 일본은 비싼 줄 알면서도 왜 더 싼 걸 안 가져오겠어요? 일본의 국내 산업을 더 키우기 위해서 장려하는 거잖아요. 우리나라도 공공 부분들이 이런 가구류를 공공 부문 품목에 포함 시켜서 산불 피해목 인증 제도 등을 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사회적 ESG 가치를 높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신산림부국론이라는 걸 재창했어요. 우리나라가 신산림 부국으로 갈 수 있는 조건들이 있으니까, 대기업이라든가 공공기관들이 국산 목재나 산불 피해목을 우선 구매해주는 순환 구조가 되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