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야간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고로 2명이 구조됐고 7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5.11.6 ⓒ 연합뉴스
지난 4일 고용노동부는 공공기관 긴급 안전대책 회의를 열어 산재를 막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는 헛구호에 불과했다. 불과 며칠 만에 한국동서발전이 발주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해체공사 과정에서 7명의 노동자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피해자 다수는 하청으로 불리는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반복되는 공공부문 사고를 놓고 노동계는 '죽음의 외주화' 문제를 재차 제기하는 분위기다.
왜 이런 사고가... 밤샘 구조 노력에도 점점 사망자 늘어나
7일 울산 남구 남화동 울산화력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참혹한 상황이었다. 60m 높이의 구조물 곳곳이 엿가락처럼 휘었고, 바닥으로 치달은 철골의 다른 부분도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었다. 위태로운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일일이 손으로 잔해를 치우며 매몰자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표정은 어두웠다. 5명을 차례대로 찾아내면서 구조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대부분 생사가 불투명한 탓이다. 이날 오전 현장 브리핑에 나선 김정식 울산남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7명 가운데 5명의 위치가 확인됐다"라면서도 1명은 사망 판정, 4명도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밤샘 노력에도 구조작업은 진척이 더디다. '취약화(발파가 쉽게 내부 절단)'가 끝난 바로 옆 4호기를 고려해야 하는 데다 공간 확보마저 쉽지 않아 자칫하면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철판·철근, 유리섬유가 뒤엉킨 내부를 설명한 김 과장은 "구조견, 음향 탐지기, 열화상·내시경 카메라를 투입했고, 수작업으로 인명을 확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매몰자들은 나이가 30~60대로 모두 하청 소속으로 알려졌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해 40여 년 가동한 노후 '울산기력 4~6호기'의 해체를 HJ중공업에 발주했고, 이 업체는 보일러 타워 발파 등을 매몰자들이 속해 있는 하도급 업체에 맡겼다. 무너진 타워는 16일 폭파가 예정돼 있어 사고 당일 취약화 작업이 이루어졌다.

▲6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야간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고로 2명이 구조됐고 7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5.11.6 ⓒ 연합뉴스
이번 사태가 왜 벌어진 건지 아직 조사가 된 건 아니지만, 노동계는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을 내놨다. 하청의 하청 구조 속에서 안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붕괴 현장에서 HJ중공업의 협력업체가 해체를 수행했고, 이들 가운데 다수는 또 계약직이었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사고 이틀 전 공공기관 안전 강화 회의에도 사고를 막지 못한 고용노동부를 질타했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죽음의 외주화를 개선하자는 논의를 했다면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전대책 대신 건축물 해체업체의 절차 간소화, 규제 완화 요구가 수용된 게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단 우려도 던졌다. 노조는 "줄줄이 석탄발전소 폐쇄가 예정돼 있다"며 "(사고를 막으려면) 위험 유해 요소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노동자 죽음 위에서 이 단계가 진행돼선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탄소중립 계획에 따라 정부는 2040년까지 모든 화력발전소의 문을 닫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김용균부터 최근 김충현 노동자 사망까지 계속 외주화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활동가는 "늘 이런 재해가 발생하면 최말단에 있는 계약직, 일용직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말뿐이 아닌 정부와 노사 모두가 모여 진짜 해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고 다음 날 성명을 낸 진보당 울산시당은 "발전공기업과 원청의 안전관리 부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날 현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린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산재사망 근절 원년을 만들자고 했던 대통령의 호된 질책에도 중대산업재해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라며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답답함을 표시했다.

▲6일 오후 2시 7분께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무너졌다. 사진은 붕괴 현장. 2025.11.6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