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 시장 당선인이 5일(현지 시간) 뉴욕시 퀸즈 자치구 코로나 파크 유니스피어에서 당선 연설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 5일, 34세 무슬림 민주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 소식이 한국 정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본주의의 심장"으로 불리는 뉴욕에서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규정한 젊은 정치인이 승리를 거두자, 국내 정치권은 진보정치의 방향성과 민생 정책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고 나섰다.
권영길 "한국 진보정당, 성찰해야"
전 민주노동당 대표 권영길은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조란 맘다니의 뉴욕 시장 당선으로 세계가 들썩인다"며 "한국 진보정당은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권 전 대표는 "맘다니는 '사회주의자'라고 정치이념 정체성을 밝히고 '자본주의 심장'을 점령했다"며 "한국 진보정당은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 창당된 민주노동당이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무상 시리즈' 공약을 당의 브랜드로 만들었던 과거를 상기시키며 "맘다니는 무상 시리즈, 부유세 공약으로 선거판을 장악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 전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지지율이 20%대일 때 간판을 내렸다"며 "진보정당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지지를 받은 당이 두 정파의 패권 놀음으로 분당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늘의 한국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 분당까지 감수하며 '무엇을 하려고 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전 대표는 또한 "민주노동당은 한국의 유일한 진보정당이었으나, 오늘날엔 민주당이 진보정당 대표로 불린다"며 한국 정치 지형의 변화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한창민 "트럼프 정부의 가장 뼈아픈 패배"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비례)은 5일 SNS를 통해 "34세 민주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 뉴욕주 의원이 뉴욕시장에 당선됐다"며 "첫 무슬림 뉴욕시장이자 최연소 뉴욕시장"이라고 소개했다.
한 의원은 "맘다니의 승리는 트럼프 정부의 가장 뼈아픈 패배"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조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 비난하고, 당선된다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했다"며 "공화당은 맘다니의 핵심정책인 '민생형 무상정책'을 '좌파 포퓰리즘'이라 비판하고 민주당 주류마저 급진적이라며 거리를 뒀다"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그럼에도 맘다니의 진보적 민생정치는 그 협박을 무너뜨렸다"며 "뉴욕시민들은 불평등과 야만의 트럼프 시대에 반기를 들고 민주당 주류의 엘리트 정치에 경종을 울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맘다니의 핵심 공약으로 임대료 동결, 시 소유 식료품점 설립,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와 무상교육 확대 등을 꼽으며 "고물가와 민생고에 시달리는 뉴욕시민들이 이에 깊이 호응했다"고 분석했다.
한창민 의원은 "맘다니의 승리는 대한민국의 정치에도, 진보정치의 실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버니 샌더스와 조란 맘다니의 눈높이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 속에 있으며, 그들의 재정정책 슬로건은 사실상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며 "단단한 가치 속에 현명한 실천이 녹아있다"고 평가했다.
한 의원은 "우리 정치도 용기가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가 고도화된 자본주의와 과학혁명의 시대가 만든 불평등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변화와 현명한 혁신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박홍근 "부담가능한 서울이 필요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중랑구을)은 5일 "1991년생 무슬림 조란 맘다니가 돌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뉴욕시장에 당선됐다"며 맘다니의 핵심 공약에 주목했다.
박 의원은 "맘다니 시장의 선거 핵심 기조는 'Affordable New York', 즉 '부담가능한 뉴욕'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뉴욕의 생활물가는 살인적이기로 유명하다"며 "전반적인 생활비 수준은 미국 전체 평균의 1.72배에 이르고, 특히 주거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2025년 기준으로 뉴욕의 월 평균 임대료는 3,400달러(약 476만 원), 주택 가격은 88만1,000달러(약 12억 3,000만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맘다니 시장은 부담가능한 뉴욕이란 슬로건 아래 임대료 안정화와 주택 공급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분석했다.
박 의원은 "서울도 뉴욕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한국의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주택가격과 전세가는 오를 만큼 올랐고, 월세도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급 부족 문제를 강조하며 "서울의 연 적정 공급량은 6만5,000호인데, 최근 3년간 연 평균 공급량은 3만9,000호에 불과했다"며 "해마다 2만6,000호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부담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가계의 소득 수준에 맞춰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나 임대료로 제공되는 괜찮은 품질의 주택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이 주도해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며 "지금 서울시민들의 마음 속에도 '부담가능한 서울'을 향한 강렬한 소망이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뉴욕시민들이 그러했듯,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민들은 부담가능한 서울을 만들 새로운 시장을 선택할 것이라 믿는다"며 맘다니의 당선이 한국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진보정치 재정립 계기 될까
맘다니의 당선은 한국 정치권에 진보의 정체성과 민생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트럼프의 극심한 반대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청년 정치인이 미국 최대 도시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은, 이념보다 실질적인 민생 해법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무상급식, 무상교육, 부유세 등 한국 진보정당이 먼저 제시했던 정책들이 뉴욕에서 실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국내 정치권의 성찰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담가능한 서울', '부담가능한 주거'라는 화두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피아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