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충남건설기계지부는 5일 서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체불이 일상이 된 건설현장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 김선영
"일은 했는데, 돈을 못 받았습니다. 그래도 또 나가야 하죠."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인근에서 크레인을 다루는 한 노동자의 말이다. 대산의 모 건설업체 현장에서 3월부터 6월까지 밀린 임금만 1억7천2백만 원. 건설노동자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말도 못 하고, 참고 일하는 게 일상"이라고 말한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충남건설기계지부는 5일 서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체불이 일상이 된 건설현장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하청업체에 수차례 해결을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고, 현장에 장비를 세워 항의하자 그제야 원청이 대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김규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분과위원장 ⓒ 김선영
김규우 전국건설노조 분과위원장은 "도로를 막은 것도 아니고, 집회 장소 인근에 질서 있게 장비를 세웠을 뿐"이라며 "잘못은 회사 측이 했는데, 일하고 돈 달라고 갔다가 오히려 조사를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 조합원은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말까지 들어 더 절망스러웠다"며 "돈을 못 받아 생계가 막막한데, 정당한 대가를 요구한 우리가 조사 대상이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다.
정의당 신현웅 충남도당 노동위원장은 "도둑 맞은 사람이 소리쳤다고 고성방가로 처벌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본질은 임금체불이다.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산경찰서 관계자는 "불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통상적인 조사 절차일 뿐이며,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해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허 취소는 행정처분 사항으로, 경찰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건설노조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임금이 중간에서 끊기고, 원청과 하청이 서로 책임을 회피한다"며 "건설기계 노동자는 장비 할부금과 유지비를 떠안은 채 하루만 밀려도 생계가 흔들린다"고 밝혔다. 이어 "체불이 있어도 불이익이 두려워 참고 버티는 노동자들이 훨씬 많다.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고통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임금체불액은 약 4,363억 원(2024년 기준) 으로, 전체 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고되지 않은 피해까지 고려하면 실제 현장은 훨씬 깊은 '체불의 늪' 속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