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6일 미국 뉴욕시 퀸즈 구 포레스트힐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은 팔리지 않는다' 집회에서 당시 뉴욕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미국 하원의원(민주당-뉴욕)이 무대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처음으로 무슬림 시장이 탄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치러진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의 조란 맘다니 후보가 무소속의 앤드루 쿠오모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올해 34세인 맘다니는 인도계 무슬림으로 동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 이민 왔다. 그의 부친 마무드 맘다니는 정치학을 연구하는 컬럼비아대 교수이고, 모친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두 차례 오른 저명한 영화감독 미야 나이어다.
대학 졸업 후 힙합 래퍼, 주택상담사를 거쳐 2021년 뉴욕주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맘다니는 무상보육과 무료 공영버스, 최저임금 인상 등 파격적인 공약을 앞세워 뉴욕시장 선거에 도전했다.
뉴욕 민심 사로 잡은 파격 공약... "너무 급진적" 우려도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정의한 맘다니는 부유층 증세로 공약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경선에서 뉴욕주지사 3선을 지낸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를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쿠오모는 경선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후보로 출마를 강행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며 낙선 운동을 펼쳤으나 맘다니의 돌풍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번 뉴욕시장 선거에는 2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했고, 이는 1969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뉴욕 시민들이 맘다니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맘다니를 지지한 전임 뉴욕시장 빌 더블라지오는 "뉴욕 시민들이 현상 유지에 지쳐 완전히 다른 리더십을 원하고 있으며, 맘다니가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강조했다.
맘다니는 민주당에서 급진 좌파로 분류되는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 등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공화당이나 재계에서는 맘다니의 공약이 '좌파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했고, 민주당 주류 세력인 중도파에서조차 그의 급진적인 정책을 경계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그의 빈약한 정치 이력에도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뉴욕시가 진정한 극단주의자이자 마르크스주의자를 시장으로 선출한 결과가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주지사 선거도 싹쓸이... "트럼프 의제 거부"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살인적인 물가와 스캔들로 얼룩진 구세대에 환멸을 느낀 뉴욕 시민들이 맘다니를 선택했다"라며 "맘다니는 뉴욕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정치적 격변 중 하나를 완성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맘다니는 시민들의 생활비에 대한 깊은 관심, 소셜미디어 활용, 그리고 끊임 없는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기록적인 지지를 얻으며 노련한 경쟁 후보들을 제압했다"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 금융계의 거물들이 맘다니의 당선을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라며 "이제는 그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게 맘다니와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뉴욕시장을 포함해 버니지아,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하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민주당 후보 에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은 버지니아 사상 첫 여성 주지사로 당선됐고, 뉴저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의 잭 치타렐리 후보를 꺾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의제를 거부한 것"이라며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따라 혼돈의 심연으로 빠져들고 싶다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라.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