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언대에 선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지난 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3성 장군은 부하 장교가 한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는 데에 집중했다. 하지만 부하인 대령은 '나의 건의를 받아들여 옳은 결정을 내린 것은 사령관'이라며 사정을 깊이 헤아려달라고 재판장에게 요청했다.
4일 오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에 대한 내란주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재판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방사 제1경비단장이었던 조성현 육군 대령이 증인으로 나왔다. 지난 9월 16일에 마치지 못한 피고인측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지난 공판과 마찬가지로 이 전 사령관 변호인의 증인신문은 그동안 한결같았던 조 대령의 진술을 탄핵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진우측 변호인은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조서, 서울중앙지방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한 증언 등 조성현의 진술 중 부하 대대장들의 진술과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는 부분들을 대거 제시하면서 12.3 비상계엄 당시 '사령관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조 대령의 진술을 공격했다.
이진우측 변호인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이진우로부터 받았다는 조 대령의 진술은 믿을 수 없고, '국회 본관에 난입한 위협 세력 내지 적대 세력을 끌어내라'는 게 이진우의 지시였다는 주장을 폈다.
국회로 출동해 있을 때 대통령 윤석열이 전화를 해서 '왜 아직도 못들어가고 있느냐'고 역정을 낼 때에도 이진우는 '국회 안에 있는 적대 세력을 끌어내서 국회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변호인은 주장했다.
부관인 오상배 대위가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 영상을 보여주고,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비상계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뭔가 잘못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한 이진우는 윤석열과 세 번 전화통화를 했다. 지난 6월 20일 군사법원 증인석에 선 이진우는 세 번째 통화에서야 윤석열의 지시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
관련 기사 : 달라진 12.3 계엄 사령관들, '윤석열 지시' 증언 시작했다https://omn.kr/2fo4b) 윤석열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하고 있었는데, 자신은 그걸 '적대 세력을 끌어내라'고 '오해'하고 있다가 세 번째 통화에서야 윤석열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한 윤석열의 지시를 이진우가 '적대 세력을 끌어내라'고 오해를 했고 그대로 지시했는데, 조성현 등 수방사 지휘관들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찰떡같이 알아듣고 출동을 중단했다는 얘기가 된다. 군 통수권자와 출동 병력 사이에 있던 사령관만 명령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스스로 '바보가 되는' 변론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면서 발언 기회를 얻은 조성현 대령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재판장에게 이진우에 대해 좀 잘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의 건의를 받아들여 병력 출동을 중단시키고 현장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린 이는 결국 이진우였다는 점을 참작해 달라는 것이다.
"제가 아는 이진우 사령관님은 부하를 정말 사령하는 지휘관이었습니다. (몇 초간 침묵) 저 또한 제 부하들에게 사실은 전파만 안 됐다면, 거짓으로 그냥 (진술) 할까 엄청난 고민을 했습니다. 이미 (부하들에게 지시 내용이) 전파가 됐고 그게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이진우 사령관은) 왜 그랬을까. 이 상황이 왜 이렇게 됐을까. 이진우 사령관이 정말 그런 사람이었을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는데, 일어난 현상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져야 할 것은 책임지고, 저 또한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령관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또 순간순간에 제 얘기를 듣고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좀 깊이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경비단장이 30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