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 ⓒ 윤근혁
[기사 보강 : 5일 오후 2시 40분]
"국민이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노무현·김대중 대통령을 출신학교나 학벌을 보고 뽑은 건 아니지 않나. 기업 채용도 이와 비슷하다. 직무 역량을 보고 채용해야지, 출신학교나 학력 차별로 직원을 채용하는 관행을 방치해서는 학벌주의도, 사교육 범람도 막을 수 없다."
"출신학교 채용 차별 막으면 사교육비 줄일 수 있어"
4일,
서명운동 사이트(https://just.or.kr)를 개통하고 '출신학교·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 100만 국민운동'(아래 국민운동)을 본격 시작한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61, 국민운동 운영위원장)는 <오마이뉴스>에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사교육비 지출 제1 목적이 '출신학교 차별에 따른 학벌 스펙'이기 때문에 학력 차별 채용 관행을 없애면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다"라고도 했다.
국민운동에는 현재 교육의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등 전국 12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 국민운동의 요구는 무엇일까? 국민운동을 제안한 송 운영위원장은 다음처럼 말했다.
"국민운동은 출신학교, 학력 차별 채용을 방지하는 법을 만들자는 운동이다. 우리나라 고용정책기본법은 이미 채용 과정에서 '출신학교와 학력'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속할 규정이 없어서 불법 채용 관행이 유지됐다. 이제 채용절차공정화법에 '출신학교와 학력 차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넣어 이런 불법 관행을 없애자는 운동이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취업 기회의 균등한 보장)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 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의3(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에서는 "구인자의 수집 금지" 항목에 '구직자 본인의 출신학교·학력' 정보가 빠져 있다. 이에 따라 강득구 국회의원은 이 항목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9월 발의한 바 있다.
송 운영위원장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출신학교·학력' 수집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면 출신학교나 학력 차별을 못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외국의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학벌을 보고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 역량을 보고 직원을 채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학벌 스펙을 얻기 위한 입시경쟁 부담과 사교육비 지출도 줄어들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기업의 경우에도 "새롭고 선진적인 채용 문화로 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힘 의원들이 추진해 논란이 된 '밤 12시까지 학원 교습 보장 조례안'(서울시교육청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과 관련해서도 송 운영위원장은 "채용 과정에서 출신학교가 아닌 진짜 직무 역량 중심으로 뽑게 되면 이런 밤 12시까지 하는 입시 공부는 필요가 없게 된다. 오히려 직무 역량을 기르는데 반대가 되는 행동"이라면서 "지금 시대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학원교육 연장 조례를 일부 서울시의원들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운영위원장은 서울 지역 고교 영어교사를 거쳐 2003년 학교를 퇴직하고 좋은교사운동 대표를 맡다가, 2008년부터 12년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를 맡아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해왔다. 이어 송 운영위원장은 2020년부터 재단법인 교육의봄 공동대표와 운영위원장을 맡아 현재까지 5년째 채용문화 혁신을 통한 교육개혁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송 운영위원장과 대면 인터뷰는 지난 10월 16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용산구 교육의봄 사무실에서 1시간 가량 벌였고, 이후 4일 전화 인터뷰를 다시 진행했다. 다음은 송 운영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 ⓒ 윤근혁
"밤 12시 교습 조례? 직무 역량 중심 채용 잣대로 보면 해로운 짓"
- 요사이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추진하는 '밤 12시까지 학원 교습 보장 조례안' 때문에 교육계가 시끄럽다.
"사교육을 받는 이유 부동의 1위는 '취업할 때 출신학교를 중심으로 직원을 뽑는 관행' 때문에 생긴 학벌 스펙 걱정 때문이다. 진짜 직무 역량 중심으로 직원을 뽑으면 이렇게 학원에서 12시까지 입시 공부를 하는 것은 더 방해가 된다. 더 해롭다. 그러니까 이런 조례안은 오히려 미래 사회와 국제 기준에 맞는 직원 채용이란 잣대로 봤을 때 정반대되는 짓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 사실 이재명 대통령이나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도 국민이 학벌 스펙을 보고 뽑은 것은 아니지 않나?
"당연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우 소년공 출신이고 특별한 학벌이 없었는데도 대통령으로 뽑혔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학벌 스펙을 갖춘 사람들이 무능하고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나라를 정말 부강하게 하는 데 있어서 인재가 중요한데 국민에게 박수받는 유능한 정치 인재나 경제 인재들이 사실은 출신학교 학벌 스펙으로 그 유능함이 보장되는 것이 전혀 아니다."
- 치솟는 사교육비 때문에 국민의 어려움이 크다.
"새 정부 민생의 핵심이 뭐냐 하면 지출을 불필요하게 많이 하고 있는 사교육비다. 지금 사실은 계속 느는 사교육비 때문에 가정경제가 지탱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 치솟는 사교육비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통계청 발표에 그 답이 있다. 우리 국민이 사교육비 지출의 제1 원인으로 '아이들이 직업 세계에 들어갈 때 출신학교로 차별하고 있는 채용 관행'을 꼽고 있다. 그 채용을 위한 학벌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보내거나 '인 서울권' 대학이라도 보내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려고 하면 특목고, 과학고에 가고, 이를 위해서 초중학교 때부터 선행 사교육에 뛰어드는 것이다."
- 그렇다면 '출신학교·학력 채용 차별' 관행이 없어지면 사교육비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것인가?
"바로 그것이다. 사교육비를 줄이려고 하면, 학벌 중심의 채용 관행을 바로잡는 일들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지만 학벌을 따기 위한 입시 경쟁도 영향을 줄 것이고, 그렇게 하다 보면 이제 국민도 '아~ 이런 식의 투자는 별 의미가 없는 투자구나'라고 하는 인식으로 바뀔 것이다."
- 그럼 학벌 중심의 채용 관행을 어떻게 바로 잡겠다는 것인가?
"지원 이력서에서 학벌 쓰는 난을 걷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야 기업들도 대안적인 채용 도구를 개발할 것이다. 학벌 쓰는 난이 없어지면 직무 역량을 제대로 확인하는 채용의 대안을 찾기 위한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것은 기업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지원 이력서에서 학벌 쓰는 칸 걷어내야"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 ⓒ 윤근혁
- 실제로 이력서에서 출신학교와 학벌란을 없앤 기업이 있는가?
"일단 공기업이 안 쓰고 있다. 두 번째는 금융권에 안 쓰는 기업들이 절반 정도 된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그리고 국민은행, 농협, 메리츠증권 등이 그렇다. 2018년부터 이렇게 적용하고 있다. 셋째, IT기업과 스타트업도 그렇다. 이력서에 학벌 쓰는 난이 없거나 '자유 이력서'라고 해서 특별한 형식 없이 지원자가 자유롭게 이력서를 만들어 제출하게끔 하는 경우가 확산되고 있다."
- 혹시 능력 없는 직원들이 뽑힌 것은 아닌가?
"아니다. 대신에 기업들이 채용 절차를 더 촘촘하게 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 어떤 변화가 있었나?
"블라인드 채용을 완벽하게 하는 공기업 같은 경우에 뽑힌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 보면, 스카이대 출신자들의 합격률이 조금 감소했다. 한 20~30% 정도 감소했다. 대신에 지방대 출신의 합격자 비율이 한 15~20% 정도 증가했다. 두 번째 변화는 조기 퇴사율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왜냐하면 직무 역량 중심으로 뽑다 보니까, 이 사람들이 자기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 퇴사를 별로 안 한다. 우리나라 신입사원들의 1년내 조기 퇴사율이 28% 정도인데 공기업은 1%다."
- 강득구 의원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9월에 대표 발의했는데.
"바로 그것이다. 채용 절차 공정화법 속에 수집해서는 안 되는 개인정보 항목이 있는데, 그 안에 '구직자 본인의 출신학교·학력' 내용도 포함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처벌 규정도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출신학교·학력 차별 채용 관행이 없는 것인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나라의 경우 1단계 서류 전형에서 출신학교로 차별하는 그 관행 자체가 없다. 직무 역량 중심의 채용 관행이 아주 확고하게 정착되어 있다. 우리나라 일부 기업이 해온 것처럼 대학별 가중치를 두는 사례도 없다."
- 그래도 '기업 채용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라는 법원 판단도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에 채용의 자유를 허락하더라도 불법적인 것을 허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나라 고용정책 기본법에는 분명히 '사업주는 근로자를 채용할 때 학력, 출신학교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나."
"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은 구직자·학생과 학부모에게 희망 주는 법"
- 그렇다면 '출신학교·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 100만 국민운동을 왜 하고 있는지, 정리해서 말씀 부탁드린다.
"이 법이 통과되는 것은 구직자들에게는 진짜 공정한 채용을 위한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에게는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완화, 사교육 고통을 완화하는 희망이 되는 것이다."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 ⓒ 윤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