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 연합뉴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가업승계를 위해 아들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전날 정도원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발표했다. 또한 홍성원 전 삼표산업 대표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도원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신의 아들 정대현 부회장이 최대 주주(지분 71.95%)로 있는 에스피네이처에 그룹사인 삼표산업 일감을 몰아줬다. 에스피네이처는 2016년 1월부터 2019년 말까지 약 4년간 레미콘 원자재를 당시 시세보다 4% 비싼 가격에 삼표산업에 공급하는 독점 계약을 맺었다. 삼표산업으로선 불리한 계약을 맺은 셈인데, 당시 삼표산업 임직원들은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거래는 계속됐다. 검찰은 이 결정의 배후에 정 회장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에스피네이처가 이 거래로 74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경영권 승계 기반을 다졌다고 판단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면서 승계의 '재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삼표산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이후 삼표그룹과 삼표산업 등을 압수수색했고 지난해 12월 27일 삼표산업과 홍성원 전 대표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배후에서 최종 의사결정을 하고 이익을 향유한 동일인(정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자는 사회적 지위·경제적 배경을 막론하고 처벌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이 사건 '수혜자' 정대현 부회장이 기소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배임의 수익자가 공범으로 처벌되려면 범행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