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회가 외국인 지원 정책에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도록 하는 조례안을 상임위원회에 회부했다. ⓒ 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가 외국인 지원 정책에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도록 하는 조례안을 상임위원회에 회부했다. 외국인에게 제공되는 금융, 교육, 주거, 교통 등의 지원 정책을 외국인의 본국이 한국 국민에게도 동등하게 제공하는 경우에만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조례가 통과될 경우 외국인 지원 정책이 국가별로 차등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3일 심미경 국민의힘 시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33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서울특별시 외국인 지원정책의 상호주의 원칙 적용에 관한 조례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했다.
해당 조례는 오는 12월 19일 해당 상임위 안건으로 올라온 상태다. 서울시의회는 현재 국민의힘이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상임위 심사를 통과하면 본회의에서 무난하게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의 본국 정책을 근거로 지원 여부 결정...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
'외국인 상호주의 조례안'은 서울시가 시행하는 외국인 대상 지원 정책에 "형평성을 유지하고, 국제법상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하여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호주의' 원칙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상호주의'란 국가 간에 등가인 것을 교환하거나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 외교의 기본 원리다. 즉, 외국인의 본국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동일하거나 유사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는 해당 국가 출신 외국인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원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례안 제3조와 제4조에 따르면 서울시장이 외국인 지원 정책을 수립·시행할 때 외교부, 법무부, 국내외 관계 기관과 협력해 '상호주의' 여부를 검토하도록 했다. 상호주의가 인정되지 않는 국가의 외국인에게 지원을 제공할 경우에는 그 "예외 사유를 명확하게 명시해 서울시의회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이 조례안이 시행된다면 서울시는 외국인 대상 지원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해당 외국인의 본국이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동등한 지원을 제공하는 지 여부를 관련 법령, 국제 조약 및 국가 간 협정을 고려하여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례안은 제안 이유로 "본 조례의 제정으로 외국인 지원정책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도입됨으로써 외국인 지원정책이 내국인과의 역차별을 일으키지 않도록 형평성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례(부칙)는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되며, 이미 지원이 결정된 기존 사업에도 순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의 본국 정책을 근거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형평성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국적을 기준으로 복지 접근권을 제한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상호주의'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인 서울시가 외국 정부의 복지 제도를 직접 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은 4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이는 상호주의를 빙자한 노골적인 인종차별 선언이다. 국가 간에 적용해야 할 상호주의를 왜곡 해석해서 개별적 권리 주체인 인간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국제 인권 규범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박 소장은 "무엇보다 일부의 복지를 축소하고 제한하는 것은 결국 복지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지게 된다. 서울시의회가 복지 선진국 사례를 참조하기는커녕 대놓고 복지 정책을 퇴행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배제의 논리가 한 번 힘을 얻고, 정당화되면 나중에는 이주민이 아닌 다른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자는 주장도 쉽게 확산되고 용인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