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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도의회는 지난 8월 11일, '충청남도 친환경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개정 내용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교육기관의 의무' 조항에 '교육기관 등의 장은 사유가 없는 한 품목군별 지역산 식재료 사용 비율을 10분의 5이상 우선 사용하여한다'는 규정이다.
충남도의회는 지난 8월 11일, '충청남도 친환경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개정 내용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교육기관의 의무' 조항에 '교육기관 등의 장은 사유가 없는 한 품목군별 지역산 식재료 사용 비율을 10분의 5이상 우선 사용하여한다'는 규정이다. ⓒ 심규상

지난 8월 충남도의회가 개정한 '학교급식 지역산 식재료 50% 이상 우선 사용 의무화' 조례에 위법성 논란이 제기됐다. 또, 이 조례로 인해 학교 급식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기관장에게 '지역산 식재료 사용 의무'를 강제로 부과해 기본권을 침해하는데다 현실적으로 지역산 식재료 사용 50% 비율을 맞출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충남도와 충남도교육청에서는 "공급자와 사용자가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로 이해하길 바라며,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한다고 하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해명했다.

충남도의회는 지난 8월 11일, '충청남도 친환경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개정 내용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교육기관의 의무' 조항에 '교육기관 등의 장은 사유가 없는 한 품목군별 지역산 식재료 사용 비율을 10분의 5이상 우선 사용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행 '학교급식법' 및 '지방자치법' 어디에도 교육기관장에게 특정 식재료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명시적인 위임 입법 규정은 없는데도 이를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방자치법 제28조에 따르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을 조례로 정할 때는 반드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는데 위임법률이 없다는 것이다. 충남의 한 영양교사는 "법률자문결과 법률적 근거 없이 의무를 부과해 무효 사유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무 배분 원칙 위반 및 교육자치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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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일반 자치사무와 교육기관의 교육·학예사무 간의 법률상 확립된 사무 배분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학교현장에서는 조례에 대해 "교육감이나 학교장에게 직접적인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직무를 제한하는 것은 교육자치 침해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학교급식법 제15조'에 따라 학교급식의 관리 및 운영 권한은 학교의 장에게 부여되어 있으며, 일반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이 권한 배분 체계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학생의 기본권과 현장 전문가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교급식은 의무교육의 일환이며, 학생은 건강하고 쾌적한 학교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는데 개정된 조례는 '지역산 식재료 사용 비율'을 명시해 영양교사의 전문성과 식재료 선택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의 충남의 한 현장 영양교사는 "해당 조례는 충남 내 어느 학교에서도 달성할 수 없는 의무를 내세워 모든 교육기관장을 조례 위반자로, 해당 업무 담당자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태만히 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이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지역산 식재료 공급은 시·군청 산하 학교급식지원센터의 담당 업무임에도 조례에는 지역산 식재료 공급 부족으로 사용률이 저조할 경우, 그 책임을 공급 주체가 아닌 사용자인 교육기관장에게 부당하게 부담시키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시·군청의 장에게 공급 의무를 부여해야 함에도, 사용자에게만 의무를 부과한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교조충남지부 "지역농산물 사용 확대 취지 공감하지만... 비현실적 규제"

전교조충남지부도 최근 입장문을 통해 "지역농산물 사용 확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급과 유통망이 확보되지 않은 채 조례로 강제하는 것은 책임을 지자체가 아닌 학교로 미루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자 비현실적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된 조례안은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오히려 학교 급식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 개정 조례와 관련해, '조례 개정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의견 수렴 절차가 이례적으로 누락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충남도청은 도교육청에 의견 조회 공문을 발송했음에도, 도교육청은 이를 학교로 발송하지 않아 학교 현장에서는 개정 조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못 한 것으로 확인된다.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 의무 부과는 확대 해석"

학교 담당 교사들은 "의견 수렴만 했어도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교육청은 왜 중요한 의견조회 문서를 학교에 발송하지 않았는지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조례개정 당시 개정안을 낸 충남도 관계자와 여러 차례 협의해 만든 것으로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학교에는 의견 조회를 하지 않았다"라며 "학교 급식에 가능하면 지역산 식재료를 쓰도록 노력하자는 취지로 누가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자와 사용자가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한다고 하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개정된 조례는 현실적 여건과는 달리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인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조례 개정 과정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충남급식조례#지역산#의무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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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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