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지검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회유를 위해 '연어 술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박상용 당시 수원지검 부부장검사(현 법무연수원 교수)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왼쪽은 발언대로 향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 남소연
이른바 '연어회·술파티 회유' 의혹과 관련해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 점검 TF'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직원 2명을 형법상 배임죄로 입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재판부에 "감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을 미뤄달라"라고 직접 요청했다.
4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부지사·김성태 전 회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뇌물) 혐의 사건 1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공판 시작과 동시에 재판부를 향해 "재판 진행과 관련해 2~3분 내로 말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허락했고, 하늘색 수의를 입은 이 전 부지사는 "제가 확인한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종전 관련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 조서가 공범 분리 규정을 무시하고 공범 간 협의로 작성됐기 때문에 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며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법정진술 역시 증인신문 바로 직전 수원지검 1313호에 모여 세미나를 한 다음에 이뤄져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재판은 증거 효력에 관한 사건이어서 감찰 조사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 전 부지사는 "이 사건은 윤석열 정권이 야당 대표 정치인인 이재명을 탄압하고 제거하기 위해 검찰은 제게 이재명에 대한 허위 진술을 강요했고 별건에 별건을 더한 수사로 협박했다"며 "수원지검은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해 지극히 기만적인 조사를 통해 조사 과정에 불법이 없었다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언론에 공포하고 법원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이 강행된다면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이 정치인 탄압 도구로 전락한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 바로 뒤쪽에 앉아 있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도 재판부를 향해 "저도 말할 기회를 달라"라고 말한 뒤 입장을 밝혔다.
"저는 3년 동안 이 사건으로 조사받고 재판받고 있는 와중에 또 서울고검에서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언론이나 유튜브에 상관 없이 재판부에서 소명을 가지고 재판을 해주시길 바란다."
한편, 이날 재판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모두 진술과 피고인 측의 의견 진술로 진행됐다.
이 전 부지사 측은 2019년 1월과 5월 북한과 쌍방울그룹 측이 작성한 각종 사업권 합의서 등을 제시하며 "대북송금 사건의 진실은 북한이 대북사업권을 쌍방울에 주겠다고 속이고 700만 달러를 편취한 사기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재명 방북비용 관련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유일한 증거는 김성태의 진술인데 그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회장 측은 "검찰은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피고인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아냈는데 이제 와서 똑같은 사실관계를 갖고 제3자뇌물이라는 죄명만 바꿔 추가 기소하는 일명 쪼개기 기소"라면서 "이는 공소권 남용으로 재판은 공소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큰 변수 발생한 재판... 서울고검, 김성태 전 회장 등 배임 혐의 입건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날 재판은 피고인들이 지난해 6월 기소된 뒤 약 1년 5개월 만에 열린 첫 공판이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7일 대북송금 사건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진행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검찰은 닷새 뒤인 6월 12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이 전 부지사에게 제3자 뇌물혐의를 적용하고 김 전 회장에게는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해 재차 기소했다. 2019~2020년 당시 경기도 이재명 지사·이화영 부지사가 공모해 김 전 회장으로 하여금 방북 비용 등 모두 800만 달러를 대신 납부하도록 했다는 게 검찰 공소사실 내용이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재판 절차가 중단되면서 재판이 지연됐고, 그 사이 큰 변수가 발생했다. 법무부가 수원지검 출정을 담당한 교도관 전원을 조사했는데, 수원지검 소속 박상용 검사실 등의 주도 하에 이뤄진 해당 사건 피고인들의 출정 과정에서 불법행위와 조직적 진술 조작 정황을 다수 파악했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검찰에 감찰을 지시했고, 감찰을 맡은 서울고등검찰청은 감찰 과정에서 2023년 5월 17일 수원지검에 술 반입이 이뤄졌다고 파악했다.
실제 쌍방울 법인카드 내역을 보면 5월 17일 오후 6시 34분과 6시 37분,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1만 2100원과 1800원이 결제됐는데, 1800원은 소주 한 병값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은 수원지검 1313호 박상용 검사실에 출정해 오후 5시 50분부터 8시 반까지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2차 공판은 내년 1월 1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재판부는 "감찰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한다"고 했지만, 2차 공판 전에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 점검 TF'의 감찰·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에 따라 재판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